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고려대 전산과학 학·석사, 고려대 컴퓨터학과 박사, 현 한국BI데이터마이닝협회 부회장, 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 사진 조선일보 DB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고려대 전산과학 학·석사, 고려대 컴퓨터학과 박사, 현 한국BI데이터마이닝협회 부회장, 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 사진 조선일보 DB

‘자영업 공화국’인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살기란 쉽지 않다. ‘벌집 아이스크림’ ‘버블티’ ‘대왕 카스텔라’ 등 수많은 유행 아이템이 반짝 떠올랐다 금세 거품이 꺼져 적지 않은 자영업자가 가게를 접었다. 상권이 좋아 많은 손님을 모은 자영업자들은 우후죽순 생긴 비슷한 가게들과 이전투구하다 자멸하고 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데이터만 있다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일까. ‘이코노미조선’은 2021년 12월 28일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과 만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바이브컴퍼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를 캐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회사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비즈니스 창출 기회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송 부사장은 “전 국민이 빅데이터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빅데이터는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겠지만, 성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며 “실패 확률을 낮추고,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두가 빅데이터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는 초기 실패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항구적인 경쟁력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업종, 상권, 매출 분석을 하고 그보다 상위에 있는 트렌드, 욕망 변화까지 읽으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부사장과 일문일답.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을 늘린 함안군 수박. 사진 한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을 늘린 함안군 수박. 사진 한진

빅데이터가 항구적인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정보의 비대칭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는 거다. 과거에 ‘가게를 차릴 거면 스타벅스 옆에 내면 된다’는 말이 있었다. 스타벅스가 꼼꼼하게 상권 분석을 하기 때문에 옆에 가게를 차리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나만 아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정보라는 거다. 데이터 분석은 상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받아주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초창기에는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상점이 많지 않아 신용카드 결제가 손님을 끄는 유인이 됐다. 이제는 모두가 신용카드를 받아주기 때문에 오히려 현금만 받는 곳이 뒤처진다. 빅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다. 모든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빅데이터에 대한 판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주로 자금력 있는 기업이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어떻게 경쟁력을 찾아야 할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카페를 창업한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차린 작은 카페가 스타벅스와 겨뤄서 이겨낼 수 있을까. 그대로 맞붙긴 어렵다. 그렇다면 스타벅스가 없는 2군 지역에 문을 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2군 지역에도 들어선다면? 가격을 990원으로 낮추고 하루 1000잔을 내려서 매출을 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최저가 경쟁을 펼치고, 긴 시간 힘든 노동을 해서 매출을 내는 거다. 이것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내 비즈니스를 장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된다. 카페 창업자라면 일일이 커피콩을 고르고 갈고 직접 드립 커피를 내리고,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식이다. 나를 알리면 취향이 비슷한 손님이 찾아오는 시대이기 때문에, 내 안목에 공감하는 사람이 찾아올 거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고객이 누구일지 고민하고, 내 컬러를 보여줘야 한다. ‘내 전문성과 숙고가 얼마나 깊은지’가 포인트다. 한국 자영업 특성상 어떤 한 사업이 잘되면, 그 옆에 똑같은 콘셉트의 사업장이 대여섯 개씩 생겨 결국 이전투구가 되기 쉽다. ‘나다움’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경쟁에 치여 밀려날 수밖에 없다.”

남과 비슷한 상품을 팔면서 나다움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살펴서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각자 분야에서 연구자가 돼야 한다. 과일 하나를 팔아도 가치를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한진과 함안군은 바이브컴퍼니의 빅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트렌드·라이프 분석으로 특산 농산물인 수박의 마케팅 방안을 도출하고 매출을 끌어올렸다. 고객들이 모바일로도 수박을 구매한다는 점에 주목해 수박이 그려진 귀여운 선물용 패키징을 개발하고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판매해 주목을 받았다.”

빅데이터로 창업 트렌드를 찾는 건 어떤가.
“단기적인 모색이라면 위험할 수 있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트렌드 변화를 따라 매년 비즈니스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시야를 멀리 가져가고, 깊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 흐름이나 트렌드 말단을 보지 말고, 멀리 보고 추상화해야 한다. ‘건강 중시 트렌드’ ‘1인 사회 분화’ 등 크게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식이다. 너무 빠르게 유행이 지나가면 투자비도 건지기 힘들다. ‘이게 뜬다며’ 하고 그 사업을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팔로어가 되지 말고 먼저 시작하라. ‘제가 정년퇴직하면서 받은 돈으로 어렵게 이 가게를 차렸어요’ 해도 소용없다. 고객들은 그런 이유로 내 가게를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나.
“많은 기업이 이미 매출, 동선, 결제 내역 같은 내부 데이터(internal data)는 쓰고 있다. 하지만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 기호, 선호 등을 나타내는 외부 데이터(external data)까지 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요즘에 갤러리를 가는 사람이 늘었는데, 사진을 보면 차(茶)를 들고 있더라’라는 데이터를 모으는 거다. 이 경우 사회·문화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불닭볶음면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상황을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주로 시험 기간이나 스트레스 받을 때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불닭볶음면을 먹는다는 걸 발견하면, 광고할 때 ‘불닭볶음면이 맛있어요’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스트레스 풀려면 이걸 드세요’라고 해야 하는 거다. 이런 건 단순히 매출, 결제 내역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다.”

빅데이터가 가장 큰 변화를 이끌 분야는.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나타나되, 부가가치가 큰 쪽부터 빠른 변화를 보일 것이다. 효과가 빠르고, 필요한 곳이다. 국가로 보면 미국, 한국 등 빅데이터 사업을 이끌 준비가 될 나라다. 기술이 발달한 국가들이 빅데이터를 더 강조하고 여러 분야에 적용할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할 때 유의할 점은.
“데이터는 때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은 ‘10년 동안 몇십만 명의 데이터를 쌓았으니까 이게 다 데이터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나서 이미 쓸모없어진 정보거나, 가입자와 기업 간 상호작용이 전혀 없다면 그 정보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또 셰프처럼 어떤 음식을 만들지, 어떤 재료를 활용할 건지 잘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 데이터 해석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느냐’라는 말은 ‘당신 글 읽을 수 있어요?’라는 말과 비슷해질 것이다. 이미 일상에 데이터가 와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영화를 볼 때도 다 데이터 기반으로 행동한다. 호미 하나를 팔더라도 아마존 랭킹 모델을 이해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상품을 만든 사람이 직접 파는 시대이기 때문에 시스템과 데이터를 모두 이해하는 게 먼저다. 부담될 수 있지만 이왕 빅데이터 시대가 열린다면 미리 준비하자.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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