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컨트롤클로더 대표 전 온라인 쇼핑몰 루시피아 대표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이지윤 컨트롤클로더 대표 전 온라인 쇼핑몰 루시피아 대표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나만의 패션’을 선호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와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자인 1인 인플루언서 등 의류 판매자(셀러)를 연결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1인 셀러 및 소규모 브랜드의 의류 제작을 돕는 의류 생산 플랫폼 FAAI(파이)를 운영하는 컨트롤클로더는 지난해 수주거래액이 100억원을 넘기면서 전년 대비 245% 성장했다.

FAAI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일상을 공유하다 확보한 팬덤을 활용해 의류 판매를 시도하거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스마트스토어나 개인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하려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다. 이들은 판매 채널은 있지만 의류 제조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FAAI는 봉제공장 등 4000여 곳의 의류 제조 업체로부터 얻은 수기(手記)로 작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의뢰자가 원하는 의류를 일러스트로 구현하고, 제조 업체에는 이 의류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최적화된 방법을 제공한다. 이렇게 확보한 의류 생산 기초 데이터가 24만 건에 달한다.

의류디자인학과에 진학해 패션모델로도 활동한 이지윤 대표는 졸업 직후인 2013년 패션디자이너 매니지먼트를 하는 컨트롤클로더를 창업했다. 새 디자이너를 찾아 계약을 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대행했다. 보다 안정된 수익모델 확보 차원에서 디자이너를 위해 위탁생산 발주를 체계화한 FAAI를 2018년 출시했다.

미국의 할인점 ‘코스트코’와 백화점 체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뿐 아니라 코오롱, 이랜드, LF 등 대기업도 FAAI를 통해 의류 제작을 의뢰한다. 하지만 생산을 의뢰한 고객사 6000여 곳(누적 기준) 중 과반수는 의류 제작 노하우가 없는 1인 셀러 및 신생 브랜드다. ‘이코노미조선’은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이지윤 컨트롤클로더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지식이 없어도 FAAI 앱을 통해 의류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사진 FAAI
전문 지식이 없어도 FAAI 앱을 통해 의류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사진 FAAI

온라인 패션 플랫폼 FAAI를 소개해달라.
“기존 의류 제조 업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1인 셀러가 만들고자 하는 의류를 3D(3차원) 일러스트 샘플로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가능 샘플만 3억5000만 개에 이른다. 의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1인 셀러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FAAI를 통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옷을 하나의 표준화된 작업지시서로 만들 수 있다. FAAI는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봉제법을 도출해 의류 제작 업체에 제공한다. 여러 제작 업체가 오랜 기간 쌓아놓은 생산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덕분에 의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도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만들도록 업체에 주문할 수 있도록 한다.”

1인 셀러가 직접 의류를 만들려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성장했다. 점점 개성 있는 소규모 브랜드에서 나만의 옷을 찾으려는 MZ 세대의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셀러가 늘어나면서 동대문시장 등에서 단순 기성품을 사는 것만으로는 1인 셀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특별한 나만의 옷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뿐인 옷을 직접 만들기 위해 ‘자체 제작’에 도전하는 1인 셀러가 많다. 1인 1브랜드 시대라고 하지 않나. 패션도 똑같다.”

의류 제작 경험이 없는 1인 셀러에게 큰 도전일 텐데.
“그렇다. 개인이 직접 발품을 팔면서 수많은 제조 업체를 돌아다니기도 어렵고, 또 1인 셀러 중 패션 등 의류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이들이 많다. 의류 생산 업체와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 이유다. 또 소량 제작이 대부분이라 의류 생산 업체 입장에서도 개인으로부터 주문받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패션 유통 시장은 첨단화하고 있는 반면, 의류 제조 업계는 디지털화는커녕 통일된 의류 작업지시서도 없이 파편화됐기 때문에 개인이 접근하기 더욱 어렵다. 발 빠르게 변하는 패션 유통 업계와 달리 패션 제조 업체는 봉제 기술사 등 인력의 80%가 50대 이상이다. 표준화된 작업지시서도 없이 업계 사람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은어로 알음알음 손으로 글 쓰고, 그림 그린 것이 전부다. 이케아에도 책자가 있고, 책상에도 6번 나사를 어떻게 하라 등 세분화된 지시 사항이 업계에서 표준화된 것으로 있지 않나. 의류는 아니다.”

표준화되지 않은 제조 환경에서는 어떤 의류 제작 업체에 맡기느냐에 따라 생산 의류가 크게 다를 것 같다.
“맞다. 똑같은 작업지시서를 제조 업체 10곳에 갖다 주면 각기 다른 봉제 기술사가 10개의 다른 옷으로 만들어 준다. 회사마다 소재를 꿰매는 방식도 다르다. 한국전쟁 후 1960년대부터 시작된 평화시장 시절 모든 걸 수기로 작성하던 작업 환경이 그대로 이어져서, 아직도 의류 제조 업자 개인의 ‘감’과 ‘눈대중’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의류 제작을 의뢰해본 경험이 없는 개인이 과거 축적된 데이터 없이는 의류업에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다. 의류 생산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내 옷을 만들지, 알기 힘들다. 과거 경험이 많지 않으면 불리하다. 결국 발품 파는 수밖에 없다.”

FAAI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시간도 자본도 부족한 1인 셀러가 의류 제조 업체를 직접 하나하나 돌아다니지 않아도 우리 플랫폼만 사용하면 원하는 의류를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 플랫폼 직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약 4000곳의 제조 업체를 돌아다니며 이들이 수기로만 가지고 있던 과거 의류 제작 관련 데이터를 확보했다. 2만5000여 개 사업체 중 10명 미만 사업체가 90% 이상이고, 근로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30%에 달한다. 영세하고 고령화가 심한 상황이다. 이들 의류 제조 업자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데이터를 우리가 잘 가공해서, ‘이렇게 생긴 옷은 이러한 봉제법과 패턴으로 만들어진다’는 최적의 작업지시서를 만들 수 있었다. 1인 셀러는 물론 영세한 의류 제조 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1인 셀러와 의류 제조 업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하는지 궁금하다.
“먼저 1인 셀러는 FAAI에 자신이 원하는 의류의 모습을 입력한다. 참고할 만한 시중의 옷 이미지를 첨부해도 좋고, 자신이 그린 간단한 일러스트나 패턴 파일도 괜찮다. 초보자를 위해 AI가 간단한 일러스트 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련 지식이 없어도 옷 소매 모양, 단추 모양 등의 그림을 클릭해 스티커게임을 하듯이 옷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AI가 예상되는 생산 단가를 뽑아낸다. 의뢰자가 이를 기반으로 선금을 플랫폼에 납부하면 AI가 샘플 제작에 필요한 작업지시서를 대신 작성해주고, 3D 샘플을 제작해 의뢰자에게 점검받는다. 확인받은 샘플의 경우, AI는 과거 제조 업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뢰자가 원하는 옷을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패턴 등 제조 방식을 가장 적합한 제조 업체를 찾아 전달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고자 한다. 해외 역시 국내처럼 의류 제조 시장이 파편화됐고 디지털화 측면에서 노후화됐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의류 생산을 효율화하려는 욕구가 많다. 현재 미국에 진출한 상태로 베트남 의류 생산 업체의 데이터를 받아 DB화했으며, 미국에서 의류 제작을 희망하는 업체 및 개인과 베트남 의류 생산 업체를 플랫폼으로 이어주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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