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리처즈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럿거스대 사회학 박사, World in Conversation Center 공동 설립자 / 사진 샘 리처즈
샘 리처즈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럿거스대 사회학 박사, World in Conversation Center 공동 설립자 / 사진 샘 리처즈

“미국에서 K팝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처럼 단일 문화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걸 본 적이 없다. 앞으로 한국 문화의 미국 내 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지만, 한국 문화는 계속해서 미국 팬을 모을 것이다.”

샘 리처즈(Sam Richards)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와 크레이그 플레스티스(Craig Plestis) 스마트독미디어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1월 14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 시장에서의 K콘텐츠 미래를 낙관했다. 리처즈 교수는 “방탄소년단(BTS) 효과로 인해 미국에서 영화, 드라마 등 다른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즈 교수는 인종·민족·문화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약 5년 전부터 한류(韓流)를 연구하고 강의하기 시작했다. 2017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BTS를 주목하라. 앞으로 한류를 모르면 21세기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미국인이 잘 모르지만, 한국의 드라마·영화 콘텐츠는 굉장히 창의적이다”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플레스티스 대표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 등 미국 유명 프로그램 제작자로, 2019년 한국의 예능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리메이크한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를 제작해 미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K콘텐츠의 미국 내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샘 리처즈 “미국의 많은 젊은이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영국, 프랑스, 멕시코, 중국, 러시아 등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한 문화에는 관심이 없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 한다. 30년 넘게 10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이 미국과 다른 나라의 유행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봤다.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 외에 단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걸 본 적이 없다. 물론 미국인 중 한류를 모르는 이들도 있다. 그들 각자의 세계는 한국의 그 어떤 것도 통과할 수 없다. 대부분은 60세 이상이거나 삶의 좁은 단면에만 관심이 있는 소극적 문화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적극적 문화 소비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려는 사람에게 한류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됐다.”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 퍼지는 건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한류의 경우 영화 한 편, TV 프로그램 한 편, 아이돌그룹 한 팀에서 시작했다. 한 국가의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고 그게 재미있고 좋았다면 그 나라의 다른 콘텐츠도 찾아서 즐기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 현상이다. K팝은 물론 한국의 드라마, 영화가 복합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끈 비결이 뭘까.

샘 리처즈 “스토리와 인간관계가 통했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 편에서 오일남은 부자 친구들이 얼마나 삶에 지루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이들은 더이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장면이 관객의 ‘신경’을 건드렸다. 한때 가난했던 사람들이 상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면 한순간 삶의 열정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사람들에게 ‘돈과 물질적 평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합리화할 수 있냐’고 묻는다. 이런 메시지가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분명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독특한 현상이고, 한류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어느새 시대 정신이 됐다. 앞서 인기를 끌었던 한국 영화 ‘기생충’의 빈부 격차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미국인은 폭력, 팀 문화, 승패, 불평등에 민감한데, 오징어 게임은 이 모든 걸 담고 있다. 플랫폼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콘텐츠 자체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담아낼 미디어도 중요하다.”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공을 이끌었다. 원래 K콘텐츠에 관심이 많았었나.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그렇지 않다. 한국의 드라마, TV 프로그램과 K팝 등을 전혀 몰랐다.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태국 식당에서 태국판 복면가왕을 우연히 봤고 그 자리에서 매료됐다. 미국에도 통할 거라 판단했고 리메이크했다. 결과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성공이었다. 이제는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 한국의 TV 프로그램과 드라마 콘텐츠는 독특한 게 많다.”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 전 NBC 부사장, 전 ‘아메리카 갓 탤런트’ 프로듀서 / 사진 스마트독미디어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
전 NBC 부사장, 전 ‘아메리카 갓 탤런트’ 프로듀서 / 사진 스마트독미디어

K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침투한 시기는.

샘 리처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2012년이다. 그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이후에도 몇 년 동안 일부 매체에 등장했고, 나 또한 수업 시간에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던 날을 분명히 기억한다. 놀랍게도 학생 대부분이 그 영상을 봤더라. 하지만 당시에는 미국 일반 대중이 한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류가 미국 사회에 퍼진 것은 BTS 역할이 컸다. BTS가 세계를 강타한 후 많은 사람이 한류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BTS의 인기 요인은.

샘 리처즈 “우선은 정확한 군무와 노래다. BTS로 대표되는 K팝은 그동안 미국에 없던 새로운 음악 장르다. 특히 퍼포먼스 측면에서 큰 임팩트를 줬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BTS는 한국의 다른 아이돌그룹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 BTS 외에 한국의 다른 아이돌그룹이 활동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미국 음반 회사들이 BTS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가수를 키우고 데뷔시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가수가 없는 걸 보면 K팝은 단순히 베낄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음악 장르인 것 같다.”


한류가 미국 시장에 더 퍼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샘 리처즈 “앞으로 확산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고 빨라질 수도 있지만, 한국 문화는 계속해서 미국 팬을 모을 것이다. K콘텐츠의 지속적인 미국 시장 진입은 확실하다. 오징어 게임을 잇는 드라마 또는 영상 콘텐츠가 또다시 나타날 것 같다.”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한류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미국인은 한국인이 얼마나 창의적인 콘텐츠를 잘 만드는지 모른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의 성공이 그 증거다. 그리고 K콘텐츠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독창적인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는 물론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등 새로운 기술 발달에도 대응해야 한다.”

샘 리처즈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혁신적이고 새로운 걸 꾸준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똑같은 걸 만들려 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완전히 다른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성공을 좇는다면 창의성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한국의 정체성이 담겨 있으면서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

박용선 기자, 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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