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1번가는 올해 안으로 아마존 상품을 자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사진은 아마존 영국 풀필먼트 센터. 사진 블룸버그
SK 11번가는 올해 안으로 아마존 상품을 자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사진은 아마존 영국 풀필먼트 센터. 사진 블룸버그

바야흐로 디지털 플랫폼 시대다. 전자상거래는 물론 음식 배달, 모빌리티, 호텔, 영화 콘텐츠, 금융 등 실생활 곳곳에 플랫폼이 자리 잡았다. 이는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지속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조선’이 기업의 플랫폼 전략을 분석했다.


전략1│업혀 가기

“잘나가는 플랫폼에 올라타라.” 정보 경제학 분야 세계적 석학 마셜 밴 앨스타인 보스턴대 교수는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이를 ‘업혀 가기 전략(piggyback strategy)’이라며, 한발 늦었다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SK그룹 전자상거래 계열사 11번가는 현재 업혀 가기 전략을 준비 중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 신세계 쓱(SSG)닷컴 등에 밀리면서 새로운 변화를 계획했고, ‘온라인 공룡’ 아마존을 아군으로 끌어들였다. 11번가는 올해 안으로 아마존 상품을 자체 쇼핑몰(11번가)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아마존의 투자도 유치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재 11번가는 아마존 상품 구성과 쇼핑몰 내 노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 상품이란 것을 고객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쇼핑몰 디자인에 신경 쓰고 있다. 상품 배송 시스템도 고민 중이다. 해외 온라인 거래(해외 직구)로 미국에서 상품을 국내로 보내면 보통 10~14일이 걸리는데, 11번가도 아마존 상품 판매 초기에는 이 정도 배송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추후 국내에 물류센터를 만드는 등 아마존 상품을 미리 국내에 가져다 놓고 구매가 이뤄지면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11번가는 반대로 국내 상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해외 진출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11번가를 ‘글로벌 유통 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아마존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아마존과 손을 잡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에 시장을 빼앗긴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다. 메이시스, 노드스트롬과 함께 미국 3대 백화점 체인으로 꼽히는 콜스(Kohl’s)는 매장 내에 고객들이 아마존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을 반품할 수 있는 ‘아마존 환불대’를 만들었다. 반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아마존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그 고객을 콜스 고객으로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콜스는 고객이 두고 간 반품 상품을 무료로 포장해 아마존에 배송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 고객에게 콜스 매장 쇼핑 시 25%가량의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콜스의 전략은 적중했다. 미셸 가스(Michelle Gass) 콜스 최고경영자(CEO)는 2월 4일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말 연휴 기간 아마존 반품을 위해 매장으로 몰린 쇼핑객의 유입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미국 내 공항, 관광지 등 여행자를 대상으로 1000여 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허드슨(Hudson)은 아마존과 기술 협력에 나섰다. 허드슨은 매장 진열대에서 고객이 물건을 집어 들면 카메라, 센서 등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고객이 매장을 나올 때 스마트폰에서 자동 결제되는 아마존의 무인매장 기술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을 적용한 ‘허드슨 논스톱’ 매장을 3월 안에 열 계획이다.


네이버 ‘브이라이브’(왼쪽)와 빅히트 ‘위버스’. 사진 네이버·빅히트
네이버 ‘브이라이브’(왼쪽)와 빅히트 ‘위버스’. 사진 네이버·빅히트

전략2│약점 보완, 강점 극대화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극대화하는 동맹도 플랫폼 시대 기업들의 주요 전략이다. CJ그룹과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혁신과 K콘텐츠,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을 위한 주식 교환을 의결했다. 이번 합의로 CJ그룹 물류 계열사 CJ대한통운은 3000억원, 콘텐츠 계열사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각각 15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와 교환한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강화에 나선 네이버는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물류·배송 시스템을 보완한다. 네이버는 그동안 쿠팡 등 경쟁 업체의 새벽배송과 비교해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 물류 1등 기업 CJ대한통운을 파트너로 맞으면서, 고객이 오전 10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배송하는 등 배송 시간을 현저히 줄일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주로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도깨비’ 등을 만든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고 있다. 여기에 세계 웹툰 1위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 웹소설 IP(지식재산)를 활용해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미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과 관련, 네이버 웹툰 등 네이버가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플랫폼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세계 시장에서 월간실사용자(MAU) 1억6400만 명을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브이라이브’ 등을 운영하고 있다.


plus point

금융, 엔터서도 맞붙은 네이버·카카오
“동맹 구축” vs “독자 성장”

국내 인터넷 포털과 소셜미디어(SNS) 분야 대표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는 그동안 구축한 정보기술(IT) 등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모두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 네이버는 2015년, 카카오는 2014년이었다. 이후 네이버는 포털,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등 각자가 장악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을 늘려나갔다. 또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간편 결제 등 금융 부문을 분사했다. 네이버파이낸셜(2019년)과 카카오페이(2017년)다. 이때까지 두 회사의 금융 플랫폼 전략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며 두 회사의 전략은 엇갈렸다. 카카오는 인허가를 받고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등 정공법을 택했고, 네이버는 다른 금융사와 제휴를 통한 우회 전략을 펼쳤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BC카드와 제휴해 QR코드를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12월에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사업자를 위한 신용 대출 상품을 내놨다. 앞서 네이버는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 분사 당시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8000억원(지분 30%)을 투자받으며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카카오는 2017년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를 설립하며 직접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카카오페이는 2019년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을 인수하며 카카오페이 결제 후 남은 잔돈을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 등 금융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나섰다.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도 네이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YG엔터테인먼트 등 이 분야 강자와 손을 잡는 협업을 택했고,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등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1월 빅히트와 함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앱’을 만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라이브’와 빅히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합한다. 위버스를 운영하는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에 49%의 지분(4100억원 규모)도 투자한다. 네이버는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를 보유한 빅히트의 콘텐츠 개발 능력에 자사의 IT 인프라와 해외 사업 역량을 더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 2020년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투자·제휴 관계를 구축하며 콘텐츠 사업을 강화했다.

카카오는 3월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해 종합 콘텐츠 업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웹툰, 웹소설을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와 다수의 연예기획사, 제작사를 보유한 카카오M을 하나로 합쳐 국내는 물론 해외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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