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종합상사형 플랫폼을 벤치마킹하는 전 세계 플랫폼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식 종합상사형 플랫폼을 벤치마킹하는 전 세계 플랫폼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를 제패할 ‘넥스트 슈퍼앱(Super-App)’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플랫폼이 경주에 뛰어들었다.”(영국 BBC 방송)

“20세기 글로벌 소매 업체들은 상품의 바코드 부착 등 글로벌 트렌드를 좇기 위해 미국을 봐 왔지만, 이젠 중국을 보고 있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영국 BBC는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 플랫폼 서비스가 중국 텐센트의 위챗처럼 ‘스마트폰에 단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만 설치하면 피자 배달시키기, 택시 부르기, 친구에게 메시지 보내기까지 모두 할 수 있는’ 만능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고 2월 5일 보도했다.

전 세계 플랫폼이 중국식 종합상사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올 1월 ‘이커머스의 미래, 중국 특색’이라는 제목의 커버 스토리를 다뤘다. 20세기 소비 트렌드의 글로벌 표준 역할을 한 미국의 오프라인 쇼핑몰이 그 역할을 21세기엔 소셜미디어, 금융, 이커머스,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을 모두 망라하는 중국의 플랫폼 앱으로 넘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특정 기능에 충실한, 철저히 ‘제품중심적(product-centric)’인 플랫폼을 내놓던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중국의 통합적인 종합상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ecosystem)’

구축에 나섰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구권 기업의 ‘중국화(化)’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자는 결제만, 아마존은 이커머스만,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만, 구글은 검색만’ 하는 식의 특정 기능 수행형의 서구권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 중국의 ‘다이내믹’한 플랫폼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SNS 빅테크 페이스북이 중국 최대 SNS 텐센트를 따라하고 나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텐센트의 메신저 플랫폼인 위챗의 뒤를 밟으며 메시징은 물론 결제·상거래·미디어 등을 통합한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이 결제와 이커머스로 전환하는 모습은 중국의 위챗처럼 하나의 플랫폼을 떠나지 않고도 모든 기능을 다 충족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며 “마크 저커버그가 지금에야 보는 미래에 중국 플랫폼 소비자는 이미 도달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포천’은 “위챗은 플랫폼 하나로 페이스북, 아마존, 페이팔, 우버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으며, 서구권 기업은 인제야 이를 따라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소셜미디어 앱 내 상점 기능인 ‘페이스북 숍스’와 ‘인스타그램 숍’은 텐센트가 앞서 2017년 위챗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미니 앱인 ‘위챗 샤오청쉬’를 통해 상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거래 중 플랫폼과 연동되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페이스북페이’는 2019년 출시됐으나, 텐센트는 ‘위챗페이’를 2013년에 출시했다. 중국식 슈퍼앱은 플랫폼에 기반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급팽창시켰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2조달러 규모로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크다.


개도국에서도 주류된 중국식 플랫폼

중국의 종합상사형 슈퍼앱을 표방하는 플랫폼은 1등이 승자독식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더 빨리, 더 많은 기능을 통해 사용자를 자신의 플랫폼에 ‘록인(묶어 두기)’하고,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늘려 ‘네트워크 효과’를 가져와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식 슈퍼앱 따라하기는 인도,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낙후된 오프라인 유통 구조, 높은 금융 서비스 문턱 등을 이유로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많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이들 국가에 디지털 인프라만 적절히 구축된다면 중국을 뛰어넘는 그다음 슈퍼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선진국 밖에서 플랫폼에 대한 중국식 통합형 접근법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며 “동남아시아, 인도,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플랫폼 기업이 중국처럼 다양한 기능이 가득 찬 ‘보고’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처럼 이들 지역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시장과 정부가 혁신에 열려 있는 편이라 능동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고젝은 ‘동남아시아의 텐센트·알리바바’라 불리는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하나의 앱에서 온라인 결제, 음식 배달, 차량 호출 등이 모두 가능하다. 고젝의 기업 가치는 100억달러(약 1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의 콜센터를 통해 오토바이의 승차 및 배차 정보를 제공하는 차량 공유 플랫폼 서비스로 시작했다. 이후 오토바이용 물품 배송 서비스, 오토바이 활용 장보기 서비스 등으로 기능을 확대했으며, 현재 교통, 물류, 배달, 이커머스, 금융, 뉴스·엔터테인먼트를 망라하는 통합 플랫폼이 됐다.

인도의 지오플랫폼은 4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인도 최대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와 온라인 유통 서비스 업체 지오마트의 모회사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오마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지오사븐 등 통신 유통 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며 인도 내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지오에 총 11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배경이다.

중남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메르카도리브레 역시 차세대 통합형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9년 아르헨티나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해 결제 플랫폼인 메르카도파고, 물류 플랫폼인 메르카도엔비오스, 영업 자금 대출 플랫폼인 메르카도크레디토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미비해 현금 결제가 대부분이었던 중남미에서 가상계좌, 선불카드 시스템이 탑재된 결제 시스템 메르카도파고를 내놓으며 현재 라틴아메리카 지역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plus point

중국 플랫폼 올라탄 월마트

중국 특색의 플랫폼에서 벤치마킹이나 협업 기회를 찾는 건 해외 오프라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월마트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망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에 꾸준히 큰 금액을 투자해 왔다”며 중국 플랫폼처럼 소비자를 가둬둘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인수전에 가세했다”고 진단했다. 월마트는 앞서 중국에서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 전략이 먹히지 않자 협업으로 돌아섰다. 월마트는 2016년 중국에서 독자적인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접고, 현지 2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징둥닷컴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서 신선식품 등을 중국 플랫폼으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오프라인 유통 기업은 중국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직접 DNA를 바꾸려고 하지만, 월마트처럼 이미 잘하고 있는 중국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50 대 50으로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방법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산둥성처럼 공략할 중산층이 많은 지역을 하나 잡아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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