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여건을 강화하고 인구절벽으로 열리는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경제 및 인구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방지 대책에 더해 노동 생산성을 높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50~60대의 소비 여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 생산성을 높여 제품과 서비스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하고, 저출산·고령화를 통해 창출될 새로운 수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대응해야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조선’이 2월 3일 진행한 전문가 지상 대담은 이메일과 통화로 이뤄졌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황명진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데드크로스(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상황)의 결정적인 원인은.

이지평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평균 초혼 연령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평균 초혼 연령은 1990년 남성 기준 27.8세, 여성 기준 24.8세였던 것이 2019년에는 남성 33.4세, 여성 30.6세로 높아졌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인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긍정적으로 갖지 못하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본다. 저성장 장기화와 재정 적자 확대 속에서 젊은층의 어려운 취업 환경, 노후 불안, 부동산 가격 급등, 높은 교육비 부담 등이 문제다.”

성태윤 “저출산이다. 통계청 인구 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15~49세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02년도에 1.2선이 무너진 후 꾸준히 하락했고, 2019년 0.9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치로 떨어졌다.”

황명진 “출생자가 주는 상황에서 이민자 수가 변화하지 않으면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구변천이론에 따르면 소득과 교육 수준 그리고 인권과 사회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출생률이 하락하고 사망률이 상승한다. 일례로 중국의 인구 감소 역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높기 때문에 출산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데드크로스가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지평 “소비 지출 감소다. 일본의 경우 이에 따른 내수 위축이 각종 소비재, 서비스업의 시장 규모를 축소해서 장기 불황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일본처럼 저출산에 고전한 독일의 경우 전후의 마르크화 강세 압력을 유로화 통합으로 억제하면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 수출을 늘려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일본은 이를 이민 노동력으로 충당하려 했지만, 각종 사회적 비용의 확대, 이민 2세의 저출산 문제 등 다른 문제가 생겼다.”

성태윤 “장기 구조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하락시킨다. 경제 성장은 기본적으로 자본·노동·생산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인구절벽은 노동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으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데 재정 지출이 증가하면 당장에 재정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특히 연기금의 경우 인구가 기본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 재원 조달과 지급 체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준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들게 되며, 생산가능인구 축소는 노동 공급을 줄이고 총저축률을 낮춰 경제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축시킨다. 이미 한국은 노년 부양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과도한 부양 부담은 소비 위축뿐만 아니라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정부 저출산 대책은 성과가 있었나.

홍춘욱 “성과는 있었는데, 가장 결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결혼율의 하락이다. 젊은 여성의 출산은 상당한 정도의 단기적인 변동성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약물 사용 건수 등을 통해 추산해 본 낙태 건수도 여전히 신생아 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결국,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결혼 기피자’ 혹은 ‘결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데 있다.”

성태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저출산 관련 재정 지출로 분류된 많은 부분이 실제로는 일반적인 각종 다양한 복지 정책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출산율 제고와는 거리가 있었다.”

황명진 “실패했다. 파편적인 정책을 만들 게 아니라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마음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금처럼 제도를 만들고, 중앙 집중적으로 정책을 진행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일례로 일괄적으로 일정액을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불함으로써 불필요한 서비스 수요만 창출했다. 기존의 시·군 단위의 행정 체계로는 정작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보건·복지·교육 서비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지평 “자녀 양육 지원 등의 생애 주기별 복지 정책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 다만 재정 규모 확대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정책에서 효율적으로 성과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령자의 사회적 참여 기반을 강화하고 연금 지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 ‘평생 현역’ 시대를 준비함으로써 재정 파탄 압력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인, 은퇴 준비자 등을 대상으로 한 평생 전문교육도 확충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을 기본적으로 사회인을 포함하는 시스템으로 혁신하면서 인공지능(AI) 등 사회가 새롭게 필요로 하는 전문성과 스킬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홍춘욱 “대부분 선진국은 비혼 출산(Birth outside marriage)이 신생아의 30~6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동거 커플의 출산이 매우 예외적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관습과 제도의 문제다. 동거 커플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예를 들어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의 배제 등)이 부족한 데다, 동거 커플 자녀를 ‘사생아’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성태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줄여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을 때는 노동 시장이 경직적이어도 어느 정도 일자리가 생겼다. 따라서 한 번 채용된 사람을 은퇴 시점까지 데리고 있으면서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주는 체계가 작동했다. 앞으로는 이런 체계가 작동하기 어렵다. 젊은 계층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에 따른 보상 체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절벽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고령친화 제품은 어느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노인 요양 용품뿐만 아니라 음식료에서 의류, 가전, 자동차 등 고령자의 독립적 삶을 지원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 원격 의료, 로봇, 스마트 홈, 연령대별 맞춤 평생 교육 등 고령관련 서비스업 또한 확대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인구절벽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고령친화 제품은 어느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노인 요양 용품뿐만 아니라 음식료에서 의류, 가전, 자동차 등 고령자의 독립적 삶을 지원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 원격 의료, 로봇, 스마트 홈, 연령대별 맞춤 평생 교육 등 고령관련 서비스업 또한 확대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인구절벽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해외 사례는.

이지평 “민간기업을 활용한 복지 등의 행정 서비스 개혁 사례로 영국에서 시작된 소셜 임팩트 본드(Social Impact Bond·사회성과연계채권)가 있다. 금융기관이 행정 서비스를 대행하는 기업 및 사업자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서비스받는 주민의 만족도나 성과 지표를 행정기관이 평가하고 성과에 대한 보수를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채무 위기를 겪은 유럽 대륙으로 확산돼 자녀 및 가족 복지, 취업 지원, 교육, 홈리스 감축 등의 정책 목표의 성과를 높이는 데 활용됐다. 행정기관과 함께 금융기관이 해당 사업자의 건전성, 사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행정과 사업자의 유착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저출산 대책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홍춘욱 “홍콩은 최근 매우 낮은 출산율이긴 하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대륙 여성의 홍콩 이주에 따른 출산율 상승 덕분이다. 즉 능력 있는(기술 및 교육 수준이 높거나, 자산이 많은) 외부 인구의 유입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독일처럼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적극적인 조치에 힘입어 난민을 수용했다. 2014년 독일 내 시리아계 신생아가 2300명이었으나, 2017년 2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의 경우도 이민자들이 스타트업 창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절벽을 기회로 삼는 산업 분야는 어디인가.

이지평 “고령자의 노화 현상을 억제하는 안티 에이징 관련 제품이 의학 및 바이오 기술 발전과 함께 거대 산업이 될 것이다. 첨단 의료계에서는 이미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하고 늙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 변화, 스트레스 등에 대한 치료제 개발 등이 모색되고 있다. 또한 AI·로봇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사노동의 자동화, 외주화가 진행될 것이다. 집이 자동차와 함께 점차 AI와 로봇으로 자동화하면서 스마트홈으로 발전해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화 교통수단 등과 연계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도심 기피 및 교외 이주, 재택근무 등의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 스마트 교통, 스마트홈 등과 관련된 신사업이 장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황명진 “해외 주요국엔 노인을 위한 주거, 의료 보건, 상담 치료, 법률 서비스, 교통·통신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노인에 대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 사회에서는 출판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 100세 이상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많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차피 지금 청년들은 나이 들어도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던 기성세대들이 나이가 들면 책을 더 찾게 된다. 오디오북과 전자책 시장이 커질 것이다.”

오준범 “고령 친화적 산업 및 제품에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이는 어느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노인 요양용품뿐만 아니라 음식료에서 의류·가전·자동차 등 고령자의 독립적 삶을 지원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연령대별 맞춤 평생교육 등 고령 관련 서비스업 또한 확대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자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자식을 적게 낳는 만큼 자녀에게 집중적인 투자를 하려는 부모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기 교육 열풍뿐만 아니라 영유아 관련 의류, 완구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유아 전문 통신기술(IT) 및 금융 서비스, 영유아 전용 백화점, 병원, 사진관 등 서비스업에서도 영역이 확대될 것이다.”

홍춘욱 “수출 산업이다. 한국 경제가 생산활동인구 등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가장 결정적 이유는 경제 내 수출 비중이 높고, 내수 비중은 이미 축소됐기 때문이다. 여러 인구 유입 정책을 펼칠 경우, 수출 산업의 혁신 동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것이 더는 인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

홍춘욱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은 이미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인구 감소는 내수 기업의 문제일 뿐일 수도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생산성 혁신이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생산성 혁신이 중요한 과제다.”

오준범 “동의한다. 선진국형 경제 성장은 노동력 투입보다는 자본 투자와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은 노동 시간 감소 등으로 노동 투입으로 인한 생산 기여는 감소하는 반면 투자를 통한 자본 투입과 노동 생산성 증가 그리고 혁신을 통한 총요소 생산성 확대 등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 확보가 필요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내수 규모가 필요하다.”

이지평 “인구절벽이 소비절벽으로 이어지기 쉬운 측면은 있다. 다만 독일과 일본에서 똑같이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의 경제 성장 측면에서는 독일이 일본을 능가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인구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만이 국가 경제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 향상, 기업 설비 투자 활성화 등이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면서 기존 산업, 인프라의 광범한 생산성 향상에 임해야 한다.”


데드크로스 극복을 위한 제언은.

이지평 “평생 현역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교육 때부터 사회적 수요를 고려해서 유연하게 스킬을 강화하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문과 학생도 AI 등 신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이공계 지식 기반을 갖추고 취업 후에도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 기반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성태윤 “저출산과 인구 문제의 부담을 기업에 넘기는 형태가 되면 아예 고용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줄여서 젊은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어린이를 생산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홍춘욱 “일본 아베 정권도 초기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 정책의 중심을 옮겼었다. 생산성을 높이고 1인당 소득을 늘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존 제조업의 혁신, 공장 효율화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한 동시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고부가가치화는 결국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준범 “경제 성장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적 자본 축적 및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신성장 산업의 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개혁하고 새로운 도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외국 전문 인력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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