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전경.
일본 후쿠오카 전경.

일본 후쿠시마현 서쪽에 있는 아이즈와카마쓰(会津若松)는 사케와 사무라이로 유명한 지역이다. 물과 쌀이 좋아 후쿠시마현에서도 술의 고을로 손꼽히는 이곳은 막부(幕府)의 종말과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부른 1868년 보신전쟁(戊辰戰爭)의 격전지였다. 후지쯔 같은 기업이 들어서며 반도체 제조 산업이 번성하기도 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현재는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에 머물러 있다.

최근 아이즈와카마쓰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시티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시티 아이즈와카마쓰’ 계획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디지털 결제와 홈 에너지 매니지먼트 시스템(HEMS), 디지털 의학 등의 테스트베드(시험 공간)가 되고 있어서다. 이 계획은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의 주도하에 동일본대지진 이후인 2011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아이즈와카마쓰에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본 분야는 행정이다.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행정 플랫폼인 ‘아이즈와카마쓰 플러스(+)’를 2015년 12월 개설한 이후 5만여 명의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와 연계해 개인 맞춤형 행정·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식인데, 시민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인공지능(AI) 채팅봇을 통해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고, 포털에 게시된 시간·날짜별 에너지 사용량을 보며 가정 내 에너지를 절감한다. 실제로 아이즈와카마쓰는 이를 통해 최대 27%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폭설이 오면 교통체증이 잦던 상황도 개선됐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위치정보 시스템(GPS)이 탑재된 제설차 위치와 이동 기록을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2016년 추가한 덕분이다. 강설(降雪) 상황에 따라 제설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교통 혼란 없이 통근·통학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케다 종합병원에선 QR 코드를 통한 전자 결제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일본 IT 업체 TIS는 온라인 예약과 의약품 배달을 통해 사람들이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원격 의료와 AI 기반 건강 진단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이 스마트시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비율이 28.7%에 달한 초고령화 사회다. 특히 공원·도서관·병원·주거 등의 인프라와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높이고, 굳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원격 의료로 진단받을 수 있는 플랫폼, 노인들에게 어려운 스마트폰 대신 TV와 접속해 원격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콘셉트가 ‘콤팩트(compact·압축)시티’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콤팩트시티로 손꼽히는 도야마(富山)의 경우 트램(노면 전차)과 일본 철도 JR이 달리는 도야마 역을 중심으로 상업·주거시설을 배치하고, 시민을 밀집시킨 결과 도심 또는 기타 지정구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2005년 28%에서 2017년 38.6%까지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25년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400건의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69%가 콤팩트 개발과 관련해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도야마는 박물관과 관광명소 등에 손자와 함께 온 노인에게는 무료입장 혜택도 준다. 노인들의 상태를 활동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아츠시 데구치 도쿄대 환경학 교수는 “일본은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고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시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실리콘밸리’ 후쿠오카, 돌봄 기술 스타트업 육성

일본 규슈(九州)의 최대 도시인 후쿠오카는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하고 있다. 후쿠오카의 경우 2025년까지 약 10만 명의 노인이 장기요양에 들어가며, 이들 중 치매 환자가 5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후쿠오카는 일본 다른 지역에 비해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대도시 중에서 창업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BBC는 2019년 5월 기사에서 ‘후쿠오카가 일본에서 가장 혁신적인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에 대한 일본의 해답이 후쿠오카”라고 보도했다. 후쿠오카에서도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행복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게 2017년 ‘후쿠오카(福岡) 100’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후쿠오카는 △도시 전체의 간병인화 △통합 건강 허브 △디지털 의료 가정 시대 △건강 랩(Lab) △다세대 커뮤니티 모델 △케어테크(Care-Tech) 프로그램 △국제 노화센터 등 7개 핵심 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치매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건강·의료 데이터를 모두 다루는 통합 건강 허브를 구축하며, 전기·가스·수도 검침 기사와 신문 배달부, 집배원과 협력해 일상에서도 치매 노인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통신 회사 NTT의 광역 네트워크인 로라완(LoRaWAN)을 통해 치매 노인 가족, 간병인이 치매 노인을 찾을 수 있는 소형 GPS 장치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모니터링 솔루션의 실증 사업과 온도·습도·조도 등을 감지하는 다기능 센서를 독거노인 가정에 설치해 이상을 감지하면 전화로 안부를 묻는 사업 등도 시행하고 있다.

노인의 삶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도시에 스타트업이라는 새바람도 불어넣고 있다. 케어테크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트업 육성이 대표적인데, 후쿠오카는 사물인터넷과 노인 지원 경보 시스템, 배뇨 감지 센서 등 돌봄 분야에 나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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