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직방이 만든 ‘메타폴리스’에 로그인하면, 직원은 가상의 공간에서 사옥 앞에 서 있게 된다. 가상의 복도에서 직방 직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직방
(왼쪽부터) 직방이 만든 ‘메타폴리스’에 로그인하면, 직원은 가상의 공간에서 사옥 앞에 서 있게 된다. 가상의 복도에서 직방 직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직방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직방의 350여 임직원은 매일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로 출근한다.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얼굴을 한 아바타에 접속하면 회사 건물 앞에 서 있게 된다. 방향키를 조작해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눌러 자신의 책상을 찾아간다. 다른 아바타와 가까워지면 화상으로 연결된다. 2주에 한 번 전 직원이 무작위로 가상 모임을 하도록 해 단절감 방지에 신경썼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원을 위해 수도권 50곳에 ‘직방 라운지’를 마련했지만, 직원은 국내외 어디서 일해도 된다.

올해 2월 서울 강남역 랜드마크로 통하는 물결 모양의 고층 빌딩 GT타워 4~5층에서 방을 빼며 “코로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한 원격 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힌 직방의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 풍경이다. 모든 직원에게 재택근무 지원금으로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직방 측은 “회사가 앱 기반의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굳이 모여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팬데믹을 통해 얻은 결과”라고 했다.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위드 코로나 뉴노멀(새로운 일상) 경영 실험을 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행한 새로운 업무 패턴을 일상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위드 코로나 시대 기업 경영은 팬데믹 이전으로의 단순 복귀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같은 신경영을 제도화하거나, 업무 공간에 변화를 주거나, 기술을 활용한 상시 방역 체제 구축 등으로 나타난다.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 제도화 움직임

직방처럼 팬데믹 이후 실시한 재택근무를 아예 제도화한 기업도 적지 않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본사 직원에게 “약 9개월간 진행한 재택근무제를 공식 제도화한다”고 공지했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조직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대형 제조 업체 중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율적 재택근무를 도입한 데 이어 시범형 ‘거점 오피스’를 을지로, 종로, 서대문, 분당, 판교 등 5개 지역에 마련해 운영 중이다. 직원 거주지 인근에 공유 사무실을 조성한 것. 회사는 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프롬 애니웨어(WFA·Work From Anywhere)’도 추진 중이다.

도브 등 40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영국의 소비재 제조 기업 유니레버도 올해 1월 초 사무직군에 대해 원격과 사무실 근무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hybrid·혼합형)’ 근무 방식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조프 최고경영자(CEO)는 “주 5일 사무실 근무는 매우 낡은 방식”이라며 “절대 과거로 회귀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회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24시간 내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라는 조건을 더했다.

팬데믹 직격탄으로 유무급 휴직이나 일부 재택근무에 의존했던 여행 업계는 위드 코로나 시대 보복 여행 수요 급증에 대비해 사무실 복귀 지침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인터파크 투어부문은 9월부터, 하나투어는 10월부터 전 직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송미선 하나투어 공동대표는 “시장을 선도하려면 대면을 통한 집단지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 사내 회의를 메타버스로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적용한 신경영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가 전 직원 출근 지침을 내린 가운데 10월 18일 직원 워크숍을 메타버스 에서 열고 있다. 사진 하나투어
하나투어가 전 직원 출근 지침을 내린 가운데 10월 18일 직원 워크숍을 메타버스 에서 열고 있다. 사진 하나투어

로봇·센서 활용 사무실 내 비대면 강화

기업의 방역 풍경도 단순한 방역 강화를 넘어 첨단기술로 직원의 안전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호텔 L7 강남, 이곳에는 ‘딜리버리 로봇’이 있다. 호텔 직원이 고객이 요청한 용품을 로봇 안에 넣고 객실 번호를 설정하면, 로봇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객실까지 배달한다. 롯데호텔은 올해 2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른 호텔로도 비대면 로봇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 롯데호텔은 청소 로봇을 도입했고, 잠실 롯데호텔 월드는 호텔 클럽 라운지에 서빙 로봇을 배치했다.

네이버는 내년 초 입주할 제2 사옥을 아예 ‘로봇 친화 스마트 빌딩’으로 설계했다. 식품과 음료 등을 배달해주는 로봇, 청소 로봇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행 플랫폼 업체 야놀자는 사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모든 출입문 패드를 비접촉식 센서로 바꿨다.


롯데호텔 직원이 서빙 로봇에 와인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 직원이 서빙 로봇에 와인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 롯데호텔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 전망

다만, 아직 다수의 국내외 기업은 선제적으로 위드 코로나 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여전한 데다, 애플 사례처럼 사무실 출근을 강제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서다. 애플은 애초 9월부터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을 지난 6월 발표했지만, 재택근무를 계속하려는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델타 변이 확산세도 심상치 않자 애플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사무실 복귀 시점을 각각 9월, 10월로 추진하다가 내년 1월로 미뤘다.

위드 코로나 전환이 11월부터 이뤄질 한국에서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업무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10월부터 선제적으로 대면 회의를 재개한 상태다. ‘이코노미조선’이 커버 스토리를 통해 위드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은 배경이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 근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조를 간파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도입한 기업들을 돕는 소프트웨어인 알리 아이오(Ally.io)를 만들어 서비스에 들어갔다. 프리스위라지 초드리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직원들이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음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lus point

[Interview] 양승호 인터파크 투어부문 여행사업부 상무
여행업 첫 全 직원 사무실 출근 재개…“수시 협력 위해 대면 필수”

안상희 기자

양승호 인터파크 투어부문 여행사업부 상무. 사진 인터파크
양승호 인터파크 투어부문 여행사업부 상무. 사진 인터파크

국내 여행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전 직원 상시 출근 지침을 내리며 위드 코로나 전환에 나선 곳은 인터파크다. 인터파크의 투어부문 직원 약 250명의 70%가량은 팬데믹 직후 휴직해 왔다. 하지만 지난 9월 회사는 상시 출근 지침을 내렸다. 정부보다 2개월 이상 먼저 움직인 것.

양승호 인터파크 투어부문 여행사업부 상무는 10월 20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여행업은 항공, 호텔, 협력사, 기획팀이 수시로 소통해야 해 재택근무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사이판이 각국 여행사에 일종의 지원금을 준 덕분에 예약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 예약률은 2019년의 5%대 미만 수준”이라며 “다만 상황이 정상화됐을 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드 코로나를 앞서 준비하는 차원에서 사무실 복귀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인터파크는 업무 공백이 컸던 직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양 상무는 “바뀐 항공 스케줄, 각국의 출입국 현황 및 방역 대응을 매뉴얼로 제작해 직원들이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안상희·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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