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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만물상
트럼피즘
기사입력 2016.11.21 00:56


<일러스트 : 이승범>

“성폭행범이자 마약범죄자가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여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할 곳은 창녀촌밖에 없어.”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우리 군대가 돌봐준다. 우리가 얻는 게 뭔지 아나? 아무것도 없다. 한국은… 미쳤다.”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가 경악했다. 끝도 없이 이런 막말을 쏟아내던 대선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시시각각 높아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도 놀라서 요동쳤다. ‘트럼프 쇼크’다. 대선 캠페인 내내 미국 지식인들과 주류 언론은 트럼프라는 존재를 통해 드러난 미국 사회의 ‘트럼피즘(Trumpism)’을 우려했다. 트럼피즘이란 트럼프식 언행과 사고방식에 열광하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드러내놓고 인종 차별을 얘기하고 성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혐오와 불만을 주동력 삼아 굴러가는 트럼피즘에 대해 미국의 어떤 주류 언론도, 지식인들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백악관을 차지했다.

미국 인구의 77%가 백인이고 이들 가운데 대졸 미만이 67%다. 트럼프는 미국 전체 인구의 51.6%를 차지하는 이들 저학력 백인층을 공략해 단어는 7.4학년 수준(중학교 1학년), 문법은 5.7학년(초등학교 6학년) 수준으로 구사하면서 접근했다. “좋은 평판은 나쁜 평판보다 낫다. 그러나 나쁜 평판은 때때로 평판이 전혀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걸 트럼프는 알고 있었다. 소수 기득권층이 주도하던 정치판에 피로감과 불만을 느낀 미국 국민들이 막말도 서슴지 않는 이 트럼피즘에 열광했다.

정책적으로 트럼피즘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국수주의적인 대외정책과 보호무역주의로 요약된다. 트럼피즘이 확산된 것은 미국 내 중산층이 몰락하고 소득 불균형이 심화된 경제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감세(減稅)와 보호무역주의라는 경제 정책을 내걸었다. 감세 정책은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경제 노선을 따른다. 하지만 대외 통상 정책은 노선이 다르다. “기존의 무역협정들 때문에 미국 제조업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미국이 이미 맺었거나 추진하는 글로벌 무역 협정의 전면 개정 및 폐기도 주장해왔다. 물론 미국은 연방헌법에 명시된 ‘통상조항’에 따라 의회가 외국과의 통상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이라 해도 조약이나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한·미 FTA 재협상 등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도 예상한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통상 마찰이 예상된다. 미 의회는 행정부에 무역 관련 권한을 광범위하게 위임한다. 지난해 6월 ‘무역특혜연장법(TPEA)’을 개정해 반덤핑관세 조사 재량권을 강화했고 올 2월 발효된 ‘무역강화 및 무역촉진법(TFTEA)’에서는 환율 조작이 의심되는 무역 상대국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당장 반덤핑 및 상계관세 같은 통상 정책, 환율 조작에 대한 제재,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 규제 등 미 행정부 차원에서 휘두를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칼이 만만치 않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여파로 허덕이던 미국은 1939년 제2차세계대전을 계기로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2016년 트럼피즘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여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단아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3차 대전’ 같은 충격이 세계 경제·무역 질서를 강타할 조짐이다.

글: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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