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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산 D램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br>미국법엔 맞지만 국제법엔 어긋나 위법 결정
  > 2016년02월 136호 > LAW
한국이 국제법 잘 알아야 하는 이유 1
미국이 한국산 D램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미국법엔 맞지만 국제법엔 어긋나 위법 결정
기사입력 2016.02.06 19:19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에 나서면서 수입국 당국으로부터 덤핑을 이유로 제재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덕(?)에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시 반덤핑협정의 합의 과정에서 상당히 주요한 역할을 했고, 이후 덤핑 관련 협상에서도 주도적으로 논의를 끌고 가는 그룹에 속해 있다.

WTO 출범 이후 2015년까지 총 112건의 사건이 덤핑과 관련해 WTO에 제소됐다. 한국은 9건을 제소했고, 1건에 피소된 바 있다.

우리나라가 WTO에서 다른 회원국을 제소한 사건이 17건인데, 그 중 9건이 덤핑 사건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한국산 상품에 외국이 부과한 반덤핑 조치에 적극적으로 법적 방어를 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한국 기업이 덤핑 수출한다고 보는 무역상대국의 시각이 여전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으나, 반덤핑 조치가 수입국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장벽으로 오남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산 D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관세부과 조치사건’이다.

1992년 4월 미국 반도체 제조회사 마이크론은 한국산 1메가 이상의 D램이 미국 시장으로 덤핑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미국 상무부는 1993년 5월 한국 H전자, L전자 등의 D램에 덤핑이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한국 기업들의 이의제기로 3차례 재검토를 거쳐 한국 기업이 덤핑판매를 하지 않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산 1메가 이상의 D램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를 철회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WTO에 분쟁해결을 요청했다. 덤핑을 상계(相計)하기 위해서만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피해를 초래한 덤핑을 상계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만 반덤핑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므로, 미국이 연방규칙에 근거해서 반덤핑관세를 계속 부과하는 것은 WTO협정에 반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주장이었다.

WTO 반덤핑협정 제11조 제2항은 “이해당사자는 당국에 대하여 반덤핑관세의 계속적 부과가 덤핑의 상쇄를 위해 필요한지, 반덤핑관세가 철회되거나 변경된 경우 피해가 계속되거나 재발할 것인지에 대하여 조사를 요청할 권리를 가지고, 당국이 검토 결과 반덤핑관세가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반덤핑관세의 부과는 즉각적으로 종료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덤핑이 앞으로 계속되거나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야 반덤핑 관세부과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바꾸어 말하면 앞으로 덤핑이 재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도 반덤핑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WTO는 반덤핑관세 부과일 이후 덤핑이 중단됐다고 해서 즉시 반덤핑관세명령을 자동적으로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규칙 제353조는 “상무부장관은 덤핑판매를 한 사업자가 ‘외국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 물품을 앞으로 판매할 것 같지 않다’고 결정하면 해당 반덤핑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WTO 반덤핑협정의 의미와 차이가 있다. WTO 반덤핑협정은 피해가 계속되거나 재발할 것 같으면 반덤핑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의 적극적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미국 연방규칙은 앞으로 더 이상 덤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경우에만 반덤핑관세를 철회하도록 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입법된 것이다.

미국법에 따른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국제법에서 말하는 ‘일어날 것 같다’는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보다 좁은 의미가 되어, 미국법을 적용할 경우 반덤핑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경우가 줄어들게 된다. 즉 동일한 상황이라도 미국법의 적용은 국제법 적용 시보다 반덤핑조치를 철회해야 하는 경우가 줄어들어, 이미 덤핑을 중단한 판매자에게 규제를 계속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따라서 WTO는 미국이 연방규칙 제353조에 근거해 한국산 D램에 대한 반덤핑관세부과명령을 철회하지 않은 결정은 WTO 반덤핑협정 제11조 제2항에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국제기구인 WTO가 미국 국내법의 적용이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만 타당하다는 것을 밝힌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우리 기업도 국제법의 존재 자체와 그 정확한 해석, 그리고 외국법의 국제법적 타당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우리 국내법이 국제법에 반할 경우 외국 기업들은 이를 가벼이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국제법에 대한 정부나 국회의 관심과 노력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경제의 70% 내외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 아닌가.

WTO 반덤핑협정 제11조 제2항
이해당사자는 당국에 대하여 반덤핑관세의 계속적 부과가 덤핑의 상쇄를 위해 필요한지, 반덤핑관세가 철회되거나 변경된 경우 피해가 계속되거나 재발할 것인지에 대하여 조사를 요청할 권리를 가지고, 당국이 검토 결과 반덤핑관세가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반덤핑관세의 부과는 즉각적으로 종료되어야 한다.

미국 연방규칙 제353조
상무부장관은 덤핑판매를 한 사업자가‘외국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 물품을 앞으로 판매할 것 같지 않다’고 결정하면 해당 반덤핑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이는 WTO 반덤핑협정의 의미와 차이가 있다.
WTO 반덤핑협정은 피해가 계속되거나 재발할 것 같으면 반덤핑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다.


▒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과, 국제법 박사, 현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세계국제법협회 한국회장.

기사: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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