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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으로 일하다간 큰 코 다친다 <br>계약 명시된 조항 무시하는 우(愚) 범하지 않아야
  > 2016년01월 135호 > LAW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 피하는 법
한국식으로 일하다간 큰 코 다친다
계약 명시된 조항 무시하는 우(愚) 범하지 않아야
기사입력 2016.01.31 17:25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1980년대 이후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막대한 외화 수입에 기여를 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및 저가수주경쟁으로 인해 해외, 특히 중동 프로젝트에서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2013년의 경우 국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의 프로젝트에서 각각 3000억~4000억원씩의 손실을 본 것으로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 이후 중동지역 프로젝트들로 인한 누적 손실이 1조~2조원을 초과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나 해결방안이 여러 가지 각도에서 검토되고 있다. 법률적·계약적 측면에서도 그 해결방안으로 클레임(계약 위반이 있을 경우, 공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배상을 청구하는 일)이나 소송·중재의 기준이 되는 영문 계약서나 그 준거법이 되는 영국법 등 기타 외국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수년간 중동지역의 여러 건설·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분쟁을 검토하고 자문해온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이와 함께 그러한 이해는 해당 외국법, 외국계약문화에만 치중한 단편적인 것이어서는 부족하다. 또 우리 기업들이 익숙한 한국법, 한국계약문화와의 차이를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입체적, 종합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첨언하고자 한다.


계약에 명시된 기한 내에 클레임 제기해야

많은 해외 프로젝트 분쟁에서 시공사의 클레임을 가로막는 계약조항 중 하나가 클레임 제출기한조항(이른바 ‘time bar’ 조항)이다. 간단히 말하면, 시공사는 해당 클레임의 원인이 된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계약상 명시된 기한 내에 클레임을 제기해야 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 전혀 어렵지 않고, 준수하기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실무측면에서 보면, 클레임이 발생하는 시점은 대부분 해당 공사가 활발히 수행돼 현장의 근무자들은 시공을 위한 작업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복잡한 영문의 클레임 청구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할 시간을 찾기 어렵고 결국 이 조항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클레임 청구서를 제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기한을 준수하지 않고 클레임 청구서를 뒤늦게 제출하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계약법이나 계약문화에 기인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 제1항 본문은 “계약상대자는 [계약기간 연장] 사유가 계약기간 내에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기간 종료 전에 지체없이 … 서면으로 계약기간의 연장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혹은 다른 조항에도 계약기간의 연장신청을 연장사유를 안 날로부터 언제까지 해야 한다든지, 나아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약기간 연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한 우리 기업은 연장신청서 제출기한을 꼭 준수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기존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많이 사용한 국제엔지니어협회(FIDIC)의 관련 조항에 의하면 ‘시공자는 클레임을 그 원인이 되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28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고, 28일 내에 서면 신청을 하지 않으면 시공자는 클레임 권한을 상실하며, 발주처는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을 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명시적 조항에 따른 권리 상실은 우리나라 법원을 포함해 어떠한 법원이나 중재판정부도 그대로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클레임 신청서 제출 지연, 손실로 이어져

이와 같이 시공자의 권리상실 내지 포기조항이 계약서나 관련 조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이런 조항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의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클레임 청구서를 계약서상 기한 내 제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청서 제출이 늦어져서 클레임 청구권을 박탈당하고 그에 해당하는 비용이 그대로 손실로 연결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아픈 경험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우리 기업들이 게으르거나 영문 계약서 검토 능력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러한 이슈가 과거 한국에서 사업할 때는 한 번도 문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인식이 부족해서다. 결국 계약문화의 차이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해외 프로젝트의 손실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법·외국계약문화와 한국법·한국계약문화의 차이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임병우
서울대 법대.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중재팀 해외건설 소그룹장. 법무부 국제투자·지식재산권 법률자문단 및 한국무역협회 통산산업포럼 법률분과위원회 위원.

기사: 임병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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