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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탄광 터에 리조트 건립… 5년 만에 아시아 최고 <br>풀 빌라·동양식 스파, 자연과의 조화로 고객 감동 <br>2016년 8월 28일자
  > 2017년12월 231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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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탄광 터에 리조트 건립… 5년 만에 아시아 최고
풀 빌라·동양식 스파, 자연과의 조화로 고객 감동
2016년 8월 28일자
기사입력 2017.12.26 13:37

1984년 11월 아내와 함께 태국 푸껫 방타오만(灣) 해변을 거닐던 30대 싱가포르 출신 사업가 호권핑(何光平)은 암초로 둘러싸인 지형을 발견했다. 바닷물은 새파랗고 주변에 제대로 된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는 “푸껫에도 하와이 같은 리조트를 지으면 성공할 것”이라며 덜컥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그가 산 부지는 주석 탄광 개발로 심하게 오염돼 유엔개발계획(UNDP)이 ‘회복 불가능한 땅’으로 분류한 곳이었다. 물이 유난히 파란 것도 탄광에서 흘러나온 산성 물질 때문이었다. 위기를 맞은 호권핑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호권핑 부부는 이 땅에 푸껫 토종 식물을 비롯해 7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바닷물 정화에 나섰다. 그리고 10년 후인 1994년 ‘반얀트리(Banyan Tree)’ 리조트를 세웠다. 인도인들 사이에 새 생명과 휴식을 주는 나무로 알려진 반얀트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현재 전 세계 40개 호텔·리조트와 70여개의 스파를 운영하는 럭셔리 리조트 체인 ‘반얀트리 호텔 앤드 리조트’의 시작이었다. 2015년 기준으로 반얀트리의 매출액은 3억7070만싱가포르달러(약 3087억원), 전체 직원 수는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반얀트리는 푸껫에 첫 리조트를 세운 지 5년 만에 아시아 최고급 리조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반얀트리가 단기간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호텔 리조트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반얀트리 성공의 핵심은 ‘소비자와 정서적인 교감’에 있다. 요즘 많은 대형 호텔에 가보면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호텔 방에 들어가면 호화롭지만 편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반얀트리는 화려함보다는 이용객이 집보다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리조트가 되고자 했다. 그래서 우리는 ‘럭셔리’란 말도 쓰지 않는다.”

모든 객실에 개별 수영장을 두는 ‘올 풀 빌라(all pool villa)’ 리조트를 최초로 설립해 유명해졌다. 이는 굉장히 럭셔리한 것 아닌가.
“1994년에 첫 리조트인 반얀트리 푸껫을 지을 때 부지가 바닷가에서 떨어져 있어 투숙객이 바다를 곁에서 느끼지 못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고 객실마다 별도 수영장을 뒀다. 이용객들은 비밀스럽고 사적인 분위기 때문에 풀 빌라를 좋아했다. 이후 새 반얀트리 리조트를 열 때마다 모든 객실에 수영장을 넣었다. 럭셔리한 리조트로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

반얀트리 이후 다른 리조트도 풀 빌라를 도입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리조트에 가서 객실 수영장에 누워 있으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얀트리는 객실 수영장을 바깥에선 볼 수 없도록 설계한다. 내 어머니께서 홀로 반얀트리 리조트에 묵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 나에게 속삭였다. ‘팔십 평생 처음으로 옷을 다 벗고 수영하고 일광욕도 해봤다.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말이야.’”

호텔의 스파도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들었다.
“실험실 같은 분위기의 과거 서양 호텔의 스파에서 탈피했다. 반얀트리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새 소리와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마사지를 받는 상품을 개발했다. 동남아에선 맨발이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 점을 감안해 마사지사들이 맨발로 손님을 맞이했다. 유럽의 호텔 전문가들은 너무 덥고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얀트리 스파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붙잡았고, ‘아시안 스파’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반얀트리를 창업할 때 ‘저가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경영 원칙을 세웠다던데.
“아버지가 일본 샤프의 전자계산기와 미국 나이키의 운동화를 만들어 납품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내가 가업을 물려받아 태국에 신발 공장을 열었는데,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선진 기업들이 태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네시아로 주문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때 나만의 독보적 기술이 있든가, 강한 브랜드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얀트리도 이런 철학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기술 업체는 아니므로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내세웠다. 그렇다고 비싼 리조트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보다 더 싼 요금을 받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경쟁력이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호텔에 비해 광고를 적게 하면서 어떻게 브랜드 힘을 키웠나.
“입소문(word of mouth) 덕분이다. 소비자들은 고급 리조트를 선택할 때 잘 꾸며진 광고보다 최근 리조트를 다녀온 사람의 솔직한 체험기를 더 중요하게 본다. 반얀트리를 이용한 소비자들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정말 좋은 곳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이 광고보다 10배 넘는 효과가 있다.”

고객이 감동하는 데 수영장과 스파만으론 부족하지 않은가.
“반얀트리 리조트 직원들의 능력은 경쟁 업체에 비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호텔 업무는 정말 힘들다. 반얀트리는 경쟁 호텔보다 직원들의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고 복지도 개선했다. 또 직원들이 여러 국가의 반얀트리 리조트를 옮겨 다니며 일할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이용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리조트 부지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반얀트리는 자연 지형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두면서 설계하기 때문에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창업할 때부터 생태보호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처음 푸껫에서 주석 탄광으로 폐허가 된 곳을 정화하고 복구 작업을 하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보호하는 것도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몰디브에 리조트를 지을 때는 거북이들이 해변에 와서 알을 낳고 떠나는 것을 봤다. 나중에 알에서 태어난 수백 마리의 새끼 거북이들이 혼자서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수가 죽는다. 반얀트리는 그때부터 여러 리조트에서 거북이 보호실을 운영하며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바다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30년 후 반얀트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반얀트리는 작지도 않지만 크지도 않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인터콘티넨털이나 스타우드만큼 큰 규모의 호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작은 규모는 아니다. 내가 30년 후에도 이 자리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여행의 낭만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준다는 기업 가치와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지켜가길 바란다.”


▒ 호권핑 何光平
반얀트리홀딩스 회장

정리: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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