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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ARM, 매출 25% R&D 투자 스마트폰 핵심부품 기술 싸게 판매해 ‘점유율 95%’ - 2014년 4월 26일자
  > 2017년05월 200호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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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ARM, 매출 25% R&D 투자 스마트폰 핵심부품 기술 싸게 판매해 ‘점유율 95%’ - 2014년 4월 26일자
기사입력 2017.05.16 12:50

영국 SF 코믹 소설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은하계의 모든 주요 문명은 3단계 진화를 거친다. 생존, 의문 그리고 세련(sophistication)의 단계다. 먹는 문제에 비유하자면, 첫째 단계는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까(how)’, 둘째는 ‘우리는 왜 먹어야 하는가(why)’, 마지막 단계는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까(where)’에 해당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은 금융에 지나치게 의존한 영국 산업의 몰락을 얘기했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영국은 점심 먹을 장소를 옮겼을 뿐이었다. 훨씬 더 멋있는 곳으로 말이다. 적어도 전자 산업은 그랬다.

기자는 영국에서 스마트폰 핵심 부품 설계 업체인 ARM이라는 회사를 방문했다. ARM은 두뇌 기업의 전형이다.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원천 설계 기술을 개발한다.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태블릿PC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95% 이상이 이 회사의 설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스마트폰 두뇌 설계 로열티 등으로 1조원 벌어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논스톱 급행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을 달려 케임브리지 역에 도착한 뒤 2층 버스를 타고 30분을 더 달리니 한적한 대지에 2~3층짜리 낮고 넓은 건물 10여개가 흩어져 있었다. 세계 모바일 기술을 쥐고 흔드는 강자의 존재감 따위는 없었다.

앤드루 윈스탠리(Winstanley) 홍보실장은 “ARM은 공장이 없고 연구소뿐이니, 조용해 보이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 직원 2800명 중 70%가 연구원이다. 건물 안을 둘러보니 연구원들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헤드폰을 낀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잔뜩 들어왔다.

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스마트폰·태블릿PC 제조업체에 설계 기술을 제공해 주고 받는 라이선스비와 해당 제품이 팔릴 때마다 받는 로열티에서 나온다. 2013년 매출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1조3000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했다.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만 유지해도 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ARM 본사에서 에릭 골랜드(Gowland) 수석연구원은 ARM의 프로세서 기술이 들어간 4가지 모바일 기기를 보여줬다.

“여기 25달러(약 2만6000원)짜리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차이나모바일의 OEM 제품인데, 중국에서 만들었습니다. 이 65달러짜리는 대만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탑재했는데 가격 대비 성능이 꽤 좋습니다. 이것은 모토롤라 대표 모델 모토G입니다. 200달러짜리입니다. 마지막 제품은 영국 수퍼마켓 체인 테스코가 중국에서 주문 생산해 들여온 태블릿PC입니다. 100파운드(약 17만원)짜리지만, 구글의 넥서스7과 비교할 만한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ARM 같은 회사가 있는 한 저가품을 만드는 중국 업체도 최신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다는 의미다.


경쟁자에 비해 개방적인 것이 성공비결
사이먼 시거스(Segars) 사장을 나중에 한국에서 만났다. 그는 ARM 설립 이듬해인 1991년 입사했으며, 2013년 7월 45세 나이로 CEO에 임명됐다.

공장이 없는데, 비용은 어디에 들어가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부분이다. 대략적으로 보면, 우리 매출 가운데 영업이익이 절반이다. 그리고 비용 가운데 연구개발 비용, 즉 인건비가 25%, 그 외 비용이 25%쯤 된다.”

ARM이 어떻게 독점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었나.
“우리는 반도체 회사로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아주 긴 관점에서 생각하고 결정했다. 그래서 공장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반도체라는 제품 자체를 생산하는 것은 포기한 것이다.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라이선스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세서 설계를 하는 데 있어 공통 부분을 묶어 최고의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그만큼 규모가 커질 것이고 비용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립 당시 스마트폰의 초기 형태에 해당하는 애플 ‘뉴턴’이라는 PDA의 프로세서를 개발해야 했는데, 휴대용 기기이기 때문에 프로세서를 작고 저전력이면서 싸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거기에서 우리 기술력의 강점이 시작됐다.”

그래도 95%라는 시장점유율이 말이 되나.
“꼭 ARM 기술을 써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우리 기술을 선택하는 건 고객사에도 이익일 것이다. 가장 저렴하고 전력 소모도 적고 가장 작은 프로세서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에 특화된 저전력, 소형, 저가인 ARM 기술을 쓰는 게 스마트폰 회사가 직접 내부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많은 스마트폰 회사가 ARM 기술을 채택했고, 소프트웨어도 ARM 기술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ARM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가 늘어나니 더 많은 스마트폰 회사가 ARM 기술을 채택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성공한 또 다른 이유는 경쟁자에 비해 개방적이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회사들은 설계 기술을 외부에 제공하는 데 아주 폐쇄적이었다. 반면 우리는 모든 고객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인텔이 PC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의 지배자라면, ARM은 ‘모바일 업계의 인텔’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태블릿PC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95% 이상은 ARM의 설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ARM이 인텔과 다른 점은 인텔이 PC용 CPU의 설계부터 생산·판매까지 내부에서 담당하는 자사 완결주의를 고집한 것과 달리, 오로지 설계에만 특화한다는 점이다.

ARM이 1990년 설립 때부터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고객사들의 프로세서 설계만 대신 해주는 전략을 펼친 것은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우군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체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완성품 시장에서 고객사와 부딪칠 일이 없다는 것은 ARM이 더 많은 고객사를 끌어들일 수 있는 큰 장점이었다.


▒ 사이먼 시거스 Simon Segars
ARM홀딩스 최고경영자

정리: 김명지·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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