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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메이커, 때론 그들은 ‘미친 결정’을 한다
  > 2016년03월 140호 > 연중기획
체인지 메이커, 때론 그들은 ‘미친 결정’을 한다
기사입력 2016.03.13 01:17


피터 틸은 저서 <제로 투 원, Zero to One>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회를 위해서 정말로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가장 덤벼볼 만한 문제는 아무도 해결하려 들지 않는 문제일 때가 많다.”

창업이 됐든 사회 혁신이나 발명, 예술 프로젝트가 됐든 애초 그렸던 아이디어가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막상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핵심 비전을 포기하지 않는 가운데 새 해결책을 찾고, 필요하다면 사업 전체를 재검토하는 용기를 내는 것 또한 체인지 메이커가 할 일이다.


계획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안다

앤디 루빈(Andy Rubin)은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정립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페이팔도 비즈니스 모델을 여섯 번이나 바꿨다. 아마존, 자포스, 스포티파이 같은 온라인 기업들은 지금도 고객 반응에 근거해 크고 작은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링크트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의 사업철학은 ‘생각은 크게, 행동은 빠르게(Think big, act fast)’다. 당장 먹힐 것 같은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작은 시장이지만 갈수록 가치가 커질 영역을 겨냥해 존재감을 갖춰나가라는 것이다.

Y컴비네이터는 엑셀러레이팅(accelerating) 대상 스타트업을 뽑을 때 ‘창업자가 몇 명이냐’를 따져 묻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드시 2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생각이다. 스타트업은 40년간 할 일을 4년 동안 해내야 한다. 그만큼 엄청난 노력과 체력, 지력이 요구된다. 많은 체인지 메이커가 이 과정을 넘기지 못해 사업을 접는다. 하지만 소수의 팀은 스스로의 신념을 믿고 어떻게든 이 보릿고개를 넘는다. 이때 큰 힘이 되는 것이 바로 공동 창업자의 존재다. 팰런티어의 피터 틸(Peter Thiel) 또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이라고 말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배운다

‘실패’를 주제로 한 ‘페일콘(Failcon)’이라는 콘퍼런스가 있다. 2011년 이 무대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섰다. 그는 2000년 대학까지 중퇴하고 초기 멤버로 합류했던 스타트업이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파산한 이야기를 했다. 실의에 빠진 나머지 하루 14시간씩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털고 일어나 새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얻은 교훈에 따라 저작권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공동 창업자와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진 것이다. 결국 상대방이 직원 대부분을 데리고 회사를 그만둬 버렸다. 그런데도 칼라닉은 3년간 월급 없는 생활을 견딘 끝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다시 우버를 창업했을 때에는 애초 내세웠던 최고경영자(CEO)를 끌어내리면서까지 경영권을 강화했다. 역시 직전 회사에서의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레이쥔(雷軍)은 샤오미(小米) 창업 전 킹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장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 워드프로세서와 오피스 프로그램 개발에 올인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장이 된 지 11년 만인 2007년, 다섯 차례 시도 끝에 겨우 회사를 증시에 상장한 뒤 사표를 내버렸다. 이전 방식에 매몰된 나머지 새로 열린 인터넷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결국 회사와 직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이쥔은 이때의 뼈아픈 반성을 지렛대 삼아 모바일 세상만큼은 누구보다 저돌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뛰어들었다.

체인지 메이커는 직원들에게도 ‘실패할 권리’를 강조한다. 이케아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쓴 글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실수는 행동하는 자의 권리다. 실수를 할까 두려워하는 것은 관료주의의 요람이고 모든 발전의 적이다. 100% 옳은 결정이란 없다. 추진력 있게 일해 보면 그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실수를 얼마든지 허락한다.”


때때로 ‘미친 결정’을 한다

체인지 메이커는 때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다. 특별한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또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생각의 스케일로 인해 결단을 내린다.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2011년 DVD 대여사업을 축소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6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DVD와 스트리밍 양쪽 소비자 모두로부터 엄청난 항의가 쏟아졌다. 가입자 80만명이 이탈하고 주가는 4분의 1로 떨어졌다. 각종 매체는 잇따라 그에게 ‘최악의 기업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하지만 해스팅스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의 편리함과 다양한 콘텐츠에 끌려 결국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재가입을 신청했다. 아울러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 기업이 됨으로써 넷플릭스는 국경 없는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2014년 회사가 가진 핵심 기술과 관련 특허 모두를 일반에 공개했다. 보다 많은 기업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게 해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려는 대담한 발상이었다. 2009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코스트코 창업자 제임스 시네갈(James Sinegal)은 직원을 해고하기는커녕 외려 3년간 시급 1.5달러를 인상했다. “경제가 어려우니 월급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피터 틸은 저서 <제로 투 원, Zero to One>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회를 위해서 정말로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가장 덤벼볼 만한 문제는 아무도 해결하려 들지 않는 문제일 때가 많다.”


돈이 목적은 아니다

체인지 메이커인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목적은 돈이 아니다.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창업자는 물론, 많은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이미 기부했거나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이들의 특징은 돈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혁신 역량 자체를 자선사업에 투여한다는 것이다. 창업을 통해 시장을 바꿨듯 세상 또한 바꾸려 한다.

이들에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슴 뛰는 삶’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Jeff Bezos)는 오래전 연설에서 자신이 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게 됐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80세가 되면 어떨까 상상했다. 그때 삶을 돌아보며 월스트리트에서 받던 보너스를 포기한 일을 후회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기억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란 세계, 내 마음속 열정이 향하는 그 세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는 자신이 개발한 컴퓨터 OS인 리눅스를 무료 개방함으로써 엄청난 재산을 포기한 셈이 됐다. 왜 그랬을까. 토발즈의 대답은 “그냥 재미로(Just for fun)”였다.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니까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을 때 목덜미 털이 쭈뼛 설 정도의 짜릿한 기분이 너무 좋아 그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거대한 자본 없이도 유전자 분석, 스마트폰 제조, 전국 단위의 유통망 구축 등이 가능한 시대다. 서울 내 방에 앉아 전세계를 상대로 옷을 팔 수 있고 노트북 컴퓨터 하나로 해외 특정 사이트에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가격과 서버 구축 비용 또한 나날이 떨어진다. 창업하기 좋은 시대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창업 외엔 별 방법이 없는 시대다.

부모님 세대의 성공 방정식은 통하지 않는다. 리드 호프먼의 말마따나 나 자신이라는 스타트업을 경영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합리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한번쯤 나만의 승부를 걸어볼 만한 때가 된 것이다. 단, 체인지 메이커여야 한다.


▒ 이나리
이화여대 철학과,  중앙일보 논설위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초대 기업가정신센터장, 현 제일기획 신사업본부장(상무), <체인지 메이커>, <나는 다르게 살겠다> 등 저술.

기사: 이나리 제일기획 신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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