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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결혼하고,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체인지 메이커’에게 배우라
  > 2016년03월 139호 > 연중기획
문제와 결혼하고,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 ‘체인지 메이커’에게 배우라
기사입력 2016.03.06 19:56


“1분만 생각해 보라. 당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5명(circle of 5)은 누구인가.” 드루 휴스턴 드롭박스 창업자는 재능 또는 노력만큼이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내게 “전문 분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업가(entrepreneur) 그 자체’라고 답하겠다. 오랜 세월 나는 기자로서, 창업지원기관 리더이자 투자자로서, 기업의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서 수많은 사업가를 만났다. 그 중에는 일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고 이제 막 동네 어귀에 작은 카페를 연 초짜 사장님도 있었다.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도 내게는 넓은 의미에서 사업가다. 비상한 노력으로 세상을 바꾸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을 한 단어로 축약하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기회를 포착해 제약과 위험 부담을 뚫고, 혁신적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 새 가치를 더한 것이다. 하지만 다소 막연하다. 기업가정신을 보유한 이들의 도드라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Elon Musk),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등 세상을 바꾼 ‘체인지 메이커’들을 통해 알아봤다.

체인지 메이커는 ‘문제와 결혼한 사람’이다. 그들은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겨버리는 것들에서 해결하고픈 문제를 찾아낸다. 유니클로는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가 “왜 옷은 라면이나 간장처럼 부담 없이 살 수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발명가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짐 뉴턴(Jim Newton)은 자신처럼 ‘만들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각종 장비를 빌려 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테크숍을 창업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이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사람들이 불평불만할 때야말로 당신에게는 기회다.”


기술 발달로 인한 세계 변화에 호기심 느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신기술, 새 비즈니스 모델들은 종종 우리를 혼란과 불안에 빠뜨린다. 뒤처지는 느낌이 싫어서, 혹은 그저 골치가 아파 이런 이슈와 담 쌓고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체인지 메이커는 ‘새 것’에 대한 방어벽이 현저히 낮다.

이들에게 기술은 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다. 엘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캐릭터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대표 창업자다. 그는 대학 시절 인류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언젠가 지구는 여러 위협으로 인해 결국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인터넷과 화성 개척, 청정에너지 개발에 답이 있다고 봤다. 머스크가 인터넷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을 창업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전기차 회사 테슬라모터스, 태양광업체 솔라시티,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이유다.

마이클 모리츠(Michael Moritz)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은 당대 최고의 기술산업 투자자다. 하지만 그는 기술을 모른다. 대학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했고 전직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기자였다. 대신 그에게는 테크놀로지가 세계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기술은 그 자체보다는 각종 사회, 경제, 문화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 삶을 바꾼다. 인터넷은 세상을 보다 평평하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부의 집중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로봇은 인간의 가장 충실한 보조자가 될 수 있는 한편, 어쩌면 인류 멸망의 도화선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체인지 메이커는 독서광이다. 기술이 양날의 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곧 나 자신

드루 휴스턴(Drew Houston) 드롭박스 창업자는 2013년 모교인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졸업식 축사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람들을 둘러싼 원(circle)’에 대해 이야기했다. “1분만 생각해 보라. 당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5명(circle of 5)은 누구인가.” 그는 재능 또는 노력만큼이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이냐가 중요하며 그것이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체인지 메이커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 체인지 메이커는 남다른 꿈을 꾸고 독특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투자자,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갈 동반자, 지식과 경험이 탁월한 조언자가 필요하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그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의 폭과 깊이를 더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링크트인의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팰런티어의 피터 틸(Peter Thiel), 유튜브의 스티브 첸(Steve Chen) 창업자는 모두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다. 과거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은 회사를 이베이에 판 뒤에도 끈끈한 유대를 이어가며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회사를 수십개 공동 창업 또는 공동 투자했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제리 양(Jerry Yang) 야후 창업자를 통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덕분에 중국 혁신산업계의 대부가 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인 Y컴비네이터에 합류함으로써 실리콘밸리 심장부로 단번에 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 체인지 메이커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사람 보는 눈을 높여야 한다. 주변에 있는 보석 같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집단에 속할 것인지를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공들여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거부와 비난, 손가락질에 흔들리지 않아

체인지 메이커는 거부당하는 데 익숙하다. 글로벌 정보통신(IT)업계에서 샤오미 만큼 ‘뒷말’이 많았던 회사도 드물다. 이 회사 창업자 레이쥔(雷軍)은 2014년만 해도 ‘짝퉁 스티브 잡스’, 여기서 만든 스마트폰은 ‘짝퉁 아이폰’으로 불렸다. 오죽하면 회사 별명마저 ‘대륙의 실수’였을까. 하지만 레이쥔은 개의치 않았다. 실제 당시 샤오미는 애플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회사들을 열심히 벤치마킹하고 있었고, 레이쥔 또한 잡스의 옷차림까지 그대로 따라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려 애썼다. 1년여 뒤 결국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앞섰다. 사물인터넷(IOT) 영역에서는 심지어 세계적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처럼 세계 각지의 지역자치단체들과 다양한 갈등을 빚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 등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업계를 해체하다시피 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난과 심각한 갈등에 시달렸음은 물론이다. 체인지 메이커가 추구하는 변화는 종종 이렇게 ‘파괴’의 양상을 띤다. 그 폐허 위에 변화를 위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것이 체인지 메이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 이나리
이화여대 철학과, 중앙일보 논설위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초대 기업가정신센터장, 현 제일기획 신사업본부장(상무), <체인지 메이커>, <나는 다르게 살겠다> 등 저술.

기사: 이나리 제일기획 신사업본부장
사진: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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