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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탠포드대 창업자 과정 들어보니 “잠재 고객 발굴과 의견 수렴부터 하라”
  > 2016년02월 137호 > 연중기획
美 스탠포드대 창업자 과정 들어보니 “잠재 고객 발굴과 의견 수렴부터 하라”
기사입력 2016.02.21 21:39

스탠포드대 대학원 창업자 과정에선 ‘어떤 제품을 만들든 3개월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디자인, 창업을 공부했다. 실리콘밸리가 있어서 그런지 스탠퍼드대 대학원은 연구는 물론 실무(實務)도 중요하게 다룬다. 누가 무엇을 만들든 ‘사용하는 사람이 필요로 해야 한다’가 기본 콘셉트다.

스탠퍼드대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2003년 말 카이스트 1학년 때였다. 원래는 생명공학을 전공할 계획이었는데 한 수업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미국 디자인 컨설팅업체 IDEO 디자이너 다니엘 김(Daniel Kim)의 특별 수업이었다. 그는 스탠퍼드대 출신이었고,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대부분 디자인이라고 하면 예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전체 과정을 설계하는 게 바로 디자인입니다.”

그는 2003년 애플이 선보인 MP3 플레이어 아이팟 셔플을 예로 들었다. 최초에 내놓은 모델이었는데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네모난 박스에 버튼 4개만 달랑 있었다. 당시 유행하는 MP3 플레이어와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껌 봉투처럼 보였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MP3 디자인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무작위로 음악 듣는 걸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최대한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생산 비용을 줄였고, 버튼도 최소화해 필요한 것만 누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모든 과정이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물론 심리학자, 마케터,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디자인에 매력을 느꼈다.

제품 개발에는 순서가 있다. 우선 소비자를 관찰한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은 후 그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제품이다. 그러나 도출한 답이 항상 맞는 건 아니다. 때문에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이를 반복해 제품을 완성시키는 게 제품 개발·생산이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든 뒤 시장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전략이다.

처음 스탠퍼드대에 갔을 때 엄청난 창업 이론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스탠퍼드대 창업자 과정은 이론이 아니라 ‘실행’을 보다 중요시 한다. 교수들은 항상 “얼마나 많은 잠재 고객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는다.

수업을 듣는 학생은 40명이었다. 그런데 같은 학과 학생이 거의 없었다. 교수가 일부러 다양한 학과생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창업을 하려면 심리학자, 엔지니어,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수업은 ‘창업 모의고사’로 불린다. 이를 위해 40명의 멘토가 수업에 들어온다. 그들 역시 전문 분야가 제각각이다. 대기업 CEO부터 IT 전문가, 주식시장 상장 또는 인수합병(M&A) 전문가 등 다양했다. 학생들이 팀을 만들면 40명의 멘토가 지도해주는 것이다. ‘고객을 어떻게 만들지’ ‘기술적으로 다른 기업보다 어떻게 뛰어날 수 있을지’ ‘가격 정책과 마케팅은 어떻게 할지’ 등을 배운다.

학생들은 수업을 대충 듣지 않는다. 실제로 창업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공동 구매 플랫폼 서비스 ‘조인트바이(JointBuy)’를 창업했다.

린 스타트업의 대가인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 교수의 이 수업은 타깃 고객 선정에서 시작된다. 조인트바이 비즈니스는 50명의 온라인 판매상과 대면·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시작했다. 수많은 소매상인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는 “어떤 제품을 얼마나 사들여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재고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에 따라 이 문제의 심각성이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 조인트바이팀은 구글 검색을 자동으로 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총 3000명에 달하는 소매상의 연락처를 확보해 자동 연결했고, 일주일 만에 상품 종류별로 재고 심각성을 알 수 있는 통계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여성 패션’이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소매상이 큰 재고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후 서비스명을 스타일세즈(Stylesays)로 바꾸면서 연속적으로 세부 타깃 고객, 마케팅 전략, 가격 정책을 빠른 속도로 전환하며 서비스를 개선시켜 나갔다.

이 창업 수업을 통해 일련의 서비스 설계 과정을 거치면서 배운 핵심적인 교훈은 잠재 고객의 발굴과 의견 수렴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재미있어 보이는 창업 아이템이어도 정작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감성적 만족을 줄 수 없다면 성장하기 어렵다.


스탠퍼드대 창업자 과정에선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든 3개월을 넘기지 말라고 강조한다. 물론 시제품 기준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서비스를 12개월 동안 만드는 것보다는 3개월씩 4번의 개선 과정을 거치면서 충분히 시장 반응을 살피고 진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와 이상을 실현할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시작 단계에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고객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 반응을 흡수하기를 권장한다.

필자는 스탠퍼드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창업했던 스타일세즈를 정리한 후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세번째 창업에 도전하기로 한 비즈니스는 P2P(개인 간 거래) 금융 서비스 회사 ‘렌딧’이다. 렌딧 역시 창업팀이 완성된 지 단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중금리 시장에서 대출 고객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 김성준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2011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일세즈(Stylesays) 창업, 2015년 렌딧 창업, IF·Reddot·Spark 등 디자인 어워드 수상.

기사: 김성준 렌딧 사장
사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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