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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이 추석 선물로 사용했어요”
  > 2015년11월 133호 > 연중기획
[농촌진흥청&이코노미조선 공동기획] ‘사과 명인’ 김재홍 홍로원 대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추석 선물로 사용했어요”
기사입력 2015.11.06 21:07


김재홍 대표는 “남들과 다르게 재배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지난 10월 8일,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장수나들목에서 전북 장수읍으로 들어가는 국도 주변 고지대에는 사과과수원이 즐비했다. 한 군데 건너 한 군데가 사과과수원이었고, 길가에 판매대를 둔 곳도 여럿이었다. 이 지역은 평균고도가 400m로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도 섭씨 11도 가까이 벌어지기 때문에 사과 재배에 최적지다.

장수읍에서 자동차로 10분여를 더 가자 길가에 ‘홍로원’이라는 커다란 팻말이 보였다. 과수원의 그리 크지 않은 사과나무에는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7만㎡(약 2만1000여평) 규모의 홍로원에서 지난해 거둔 조수입(필요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은 4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김재홍(59) 홍로원 대표는 “추석 선물용과 제수용으로 가장 인기가 좋은 사과품종이 홍로”라며 “아오리로 불리는 여름사과와 늦가을에 수확되는 부사의 중간쯤에 수확되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추석 차례상에도 올리고 선물로 보낼 수 있는 빨간 사과는 홍로가 거의 유일하다. 과일 시장의 최대 대목이 추석이고, 이를 사로잡은 것이 바로 홍로다.

품질 향상 통한 경영 혁신으로 고소득
김 대표는 사과명인이다. 농촌진흥청은 매년 식량작물,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 등 5개 분야에서 농업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을 선정한다. 그는 2013년 과수분야 명인으로 뽑혔다.

올해 그가 생산한 홍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추석 선물용으로 쓰였다. 그의 이름이 붙은 사과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슷한 품질의 사과보다 20% 이상 비싼 값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

이러한 성과는 품질향상에서부터 출발한 혁신 덕분이다. 대다수 농업인이 수량으로 승부하는 것과 달리 그는 크기에 중점을 둔다. 겨울에는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 양분이 열매에 집중 공급되도록 하고, 봄에는 꽃도 필요한 만큼 남긴다. 여느 농가와 견줘 두 배 가까이 열매솎기를 해 나무당 달리는 열매를 적게 한다. 또 사과가 햇빛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잎도 정리한다. 그만큼 고품질의 대과를 많이 수확한다. 이를 반영하듯 홍로원의 대과 생산 비중은 60~70%로 일반 농가에 비해 평균 3배나 높다. 13개들이 한 상자의 가격이 18개들이 한 상자보다 4배 가량 높다는 점에서 그의 혁신이 돋보인다.

김 대표는 선별에도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선별이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잘 익고 제 색깔이 나는 품질 좋은 사과만 엄선한 뒤, 선과기를 통해 한 번 더 고른다. 두 번에 걸쳐 선별하는 셈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사과를 생산했더라도 선별이 잘못되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을 뿐더러 브랜드 가치마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유통경로도 소득 증가의 밑바탕이 됐다. 도매상을 통해 유통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대형 유통업체, 직판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김 대표가 전북 장수에서 사과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사과재배연구소를 거쳐 경기도 여주에서 사과과수원을 관리하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지금은 760여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지만 그가 사과농사를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사과 재배 농가는 15곳 남짓했다.

“처음엔 마음 맞는 4명이 사과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그다지 잘하진 못했어요. 그러다 1991년 국산품종인 홍로를 보게 됐죠.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크기는 작았지만 색깔도 좋았고, 맛이 일품이었죠.”

그러나 기존 관행 재배법으로는 품질이 떨어졌고 탄저병과 같은 병충해에도 약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문제점만 해결하면 추석에 수확하는 어떤 품종보다 색과 맛이 좋다는 확신을 가졌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장수 지역에 맞는 홍로품종 재배에 성공했다. 단일품종 대량생산으로 3년 만에 연매출 1억원을 달성하자 장수 지역 농민들이 하나둘 사과과수원을 만들면서 재배면적은 급속히 늘어났다. 그 결과 현재 장수군 전체 사과 재배 면적 중 65%가 홍로 품종이며, 이는 전국 홍로 생산량의 23%를 차지한다.

홍로원에는 특이한 사과도 보인다. 바로 노란 사과다. 그가 건넨 잘 익은 노란 사과를 한 입 깨물자 입 안에 새콤달콤함이 확 퍼진다. 서울의 모 백화점에서 전체 수확량을 이미 선점한 상태다. 매년 두 차례 일본을 방문해 기술연수를 받으며 신기술 습득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그는 어렵게 습득한 기술을 아낌없이 사과농가에 전수하고 있다. 2009년부터 교육실습장을 운영하며 해마다 10~20명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맞춤형 현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농업은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처럼 이윤을 얻기 위한 사업”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남들과 다르게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장수(전북) = 장시형 기자 (z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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