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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폭스콘이 아이폰 대신 테슬라 전기차 만드는 날
  > 2016년04월 145호 > 트렌드
최원석의 자동차 세상
대만 폭스콘이 아이폰 대신 테슬라 전기차 만드는 날
기사입력 2016.04.17 14:15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모터스가 발표한 ‘모델3’의 사전 주문량이 사흘 만에 27만건을 넘었다. <사진 : 테슬라 모터스>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모터스’가 발표한 신차 ‘모델3’의 사전 주문량이 사흘 만에 27만건을 넘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이를 계기로 전기차 시대가 진짜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쏟아졌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급하다. 전기차가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모터쇼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면서 곧 전기차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홍보 문구가 난무했었다. 10여년이 지난 2015년 상황은 어땠을까.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9200만대였는데 전기차는 그 중 0.6%인 55만대에 불과했다.

전기차가 생각만큼 안 팔린 이유는 아직 비싸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배터리가 갖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쏘나타 크기의 가솔린엔진 차량에 들어가는 엔진, 변속기, 연료통 등의 원가는 300만~400만원이다. 한 번 기름을 채우면 500㎞쯤은 쉽게 논스톱으로 달린다. 더 달리고 싶다면 주유소에 들러 다시 기름을 채우면 그만이다. 3분이면 족하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올까

대만 훙하이그룹 궈타이밍 회장은 전기차 진출을 꿈꾸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DB>
같은 크기 차량을 전기차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한 번 충전으로 500㎞를 달리려면 700~800㎏ 무게의 배터리를 실어야 한다. 전기차는 가솔린엔진으로 달리는 쏘나타에 어른 10명을 더 싣고 다니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배터리 가격은 엔진 쏘나타의 전체 원가보다도 비싸다. 또 한 번 충전하는 데 8시간, 급속충전을 하더라도 20~30분은 걸린다.

테슬라로 관점을 좁혀보면 어떨까? ‘모델3’가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 아직 아니다. 이 차를 고객이 직접 타게 되는 시점은 2017년부터인데 그 한 해 동안 테슬라가 이 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은 많아야 1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테슬라가 작년에 세계시장에 판매한 대수는 5만대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불과 수년 만에 휴대전화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순식간에 휴대전화의 맹주 노키아가 무너지는 것 같은 혁명적인 상황이 자동차 시장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왜 그런지를 간단한 산수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전 세계에는 15억대의 자동차가 깔려 있다. 매년 9000만대의 차가 새로 만들어진다. 만약 2017년부터 모든 차를 전기차로만 만들기로 했다고 치자. 그럼 언제쯤 세상에 움직이는 자동차 대부분이 전기차로 바뀌게 될까? 2030년은 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2015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가 55만대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전기차 세상이 온다는 얘기일까? 전기차가 임계질량(critical mass, 연쇄 반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질량)을 갖기까지 갈 길이 먼 셈이다.

한국 업체들이 테슬라 모델을 따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전기차 판매가 임계질량에 근접해 가게 될 때 어떻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 시장에 어떤 타이밍에 어떤 규모로 들어갈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 전 세계 레벨에서 어떻게 우군(友軍)을 만들어 장기적인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지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대만 훙하이그룹 궈타이밍(郭台銘, 66) 회장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훙하이는 세계 가전제품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세계 1위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다. 특히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아마존 킨들 등을 생산하는 ‘폭스콘’의 모기업이다. 궈타이밍 회장은  최근 일본 가전업체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샤프를 사들여 크게 화제가 됐다. 샤프 인수를 통해 가전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능력을 더 키워나갈 것이 분명하다.

궁금한 것은 그의 다음 행보다. 야망으로 똘똘 뭉친 인물인 궈 회장은 최근 수년간 “다음은 전기차”라고 얘기해 왔다. 앞서 얘기한 전기차 자체의 기술적 한계, 그에 따른 보급 속도의 한계, 전자제품 위탁생산만 해온 훙하이의 실력 등을 감안해 보면 허황된 얘기처럼 들린다.


전기차 진출 꿈꾸는 궈타이밍 회장

그런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궈 회장은 최근 수년간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또 그는 “일론 머스크에게 반했다”면서 “언젠가 테슬라의 전기차를 폭스콘(훙하이)에서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다. 테슬라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에서 짓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에도 현재는 테슬라의 배터리 쪽 파트너인 파나소닉이 참여하고 있지만 계획 단계에서 훙하이가 치고 들어와 검토 단계까지 오른 적도 있다. 이후에도 궈 회장은 전기차에 대한 야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기차는 달리는 스마트폰”이라고 말하면서, 언제 때가 되면 스마트폰 찍어내듯 전기차 양산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역시 일본, 중국에 강력한 네크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는 궈 회장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 전기차 배터리의 최강자는 일본이고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2인자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작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서 1위 일본 파나소닉과 2위 중국 BYD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앞서 말한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도 2020년 이후부터 조금씩 해소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 내에서만 협력체계를 잘 짜도 훌륭한 전기차 전략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를 놓고 보면 어느 한쪽도 아직 제대로 협력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이 전기차 관련 모든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쟁 업체들의 글로벌 협력체계에 맞서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전기차를 지금 당장 많이 만들고 못 만들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폭스콘이 아이폰 대신 테슬라 전기차를 만드는 날이 왔을 때  한국은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협력하고 준비해 왔는지다.

기사: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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