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 조선비즈K | Tech Chosun | 조선일보
국가 경쟁력 여성인력 활용 여부에 달려 <br>CEO부터 조직 내 女성공모델 만들어야
  > 2016년04월 144호 > 뉴스&이슈
국가 경쟁력 여성인력 활용 여부에 달려
CEO부터 조직 내 女성공모델 만들어야
기사입력 2016.04.10 01:07

‘위미노믹스(Womenomics)’는 여성(women)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여성이 주도하는 경제를 말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여성이 현재보다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더 잘 살 수 있는 경제를 의미한다.

미래학자인 존 네이스비츠(John Naisbitt)는 1982년 출간한 <메가트렌드>라는 저서에서 상상력(fiction), 감성(feeling), 여성(female)을 뜻하는 ‘3F’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했다. 21세기 기술 기반의 창의경제에서는 상상력을 통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융합적 사고와 감성에 근거한 창의적 발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여성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대안적 리더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도 위미노믹스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재의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60년까지 14%가 감소하고 노인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의 손실은 여성의 경제 참여율을 높여서 보충할 수 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성 고용률 현황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15~64세) 중에서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55.8%로 34개 OECD 국가 중 21위를 차지했다. 특히 출산 육아기인 35~39세 여성 경제 참여율(54.9%)은 3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우리나라 여성(15~64세)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OECD 여성 평균 수준으로만 올려도 추가적인 노동력 확보가 가능하다.


여성 노동 참여율 높이면 GDP 증가

골드만삭스는 OECD 국가들이 여성 인력의 노동 참여율을 남성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GDP가 1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여성 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하는 데 달려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왜 이처럼 저조할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신성한 의무가 존재한다. 최근 들어 여러 사회적인 제약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도 많아지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위미노믹스의 주체가 돼야 할 지적이고 재능 있는 여성 인재 중 상당수는 ‘가정에서 여자로서 꿈꾸는 모습’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균형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에서 양립할 수 있는 교사와 같은 일부 직업군에 쏠리게 되는 것이다. 남성들의 수가 지배적인 직업군, 즉 여성이 성공하기 힘들어 보이는 직업군을 선택하는 야심 찬 여성들도 결혼을 하고 육아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면 흔들리게 된다.

어느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이다. “원래 여성 인력들은 남자한테 안 지려고 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전투력이 확 떨어져요. 결혼하고 육아 문제가 생기고 나면 빨리 퇴근하려 하고, 아니면 조금 늦게 출근할 수 있는 유연한 업무를 선호하죠.”

산업 사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남성이 여성보다 지위, 임금, 권력면에서 우월했기 때문에 조직에서의 성공 모델은 여성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남성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 출산이나 육아 등의 문제로 일찍 퇴근할 필요 없이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남성의 모습, 퇴근 후에도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남성의 모습 등이 조직에 충성하는 모습이 되며 조직에서 성공하는 자의 모습이 된다. 관리자의 위치에 오르고 싶은 여성들은 이렇게 성공한 남자의 모습을 자신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경영학자들은 여성이 성공한 남자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마치 연극의 퍼포먼스와 같다고 해 ‘masculine acts(남자 같은 행동)’라고 부른다. 조직의 교육, 훈련, 승진 등의 제도는 ‘성공적인 관리자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를 통해 조직은 성공적인 관리자의 모습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조직을 통제하고자 한다.

이렇듯 조직에서의 성공 모델은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형성돼 왔기 때문에 개인의 통제 밖에 존재하며 성공을 원하는 여성은 ‘성공적인 관리자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지도록 노력하게 된다.

여성이 출산, 육아 문제에 당면하면 늦은 퇴근,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 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진급을 포기하게 되며 높은 충성도와 몰입도를 요하는 핵심업무보다는 유연한 비핵심적인 업무로 이동하길 원한다. 이런 일들이 오래 지속되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관리자로서 더 적합하다는 통념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자격을 갖췄음에도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여성이 핵심 업무에서 차단되는 ‘유리벽(수평 이동차원에서 핵심업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벽)’,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유리 천장(진급을 막는 보이지 않는 천장)’ 등의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최근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유리 천장 지수를 발표했다. 1위는 82.6점을 받은 아이슬란드였고 OECD 평균은 56점이었다. 한국은 25점을 얻어 최하위 등수인 29위를 차지했다. OECD가 2014년에 발표한 한국의 전체 직원 대비 임원 비율을 성별로 보면 남성은 2.4%였지만, 여성은 남성의 6분의 1에 불과한 0.4%에 그치며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내 500대 기업 중에서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 238개로 총 68%에 달한다는 자료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관찰하게 되는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 인재들은 ‘직장에 들어가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적게 갖게 되고 결국 여성 성공 모델이 적은 직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감수성, 대안적 리더십으로 부각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기업들은 이미 출산휴가, 사내 육아시설, 자율근무제, 재택 근무제 등 여성친화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인력들은 이러한 제도나 노력이 실제 육아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도 여성을 보호하는 제도가 있다’라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의 노력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문화로 바뀌어야 하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공감대가 남녀 구분 없이 만들어져야 여성이 선호하는 직장이 될 수 있다.

한 글로벌 기업의 ‘Challenge for Global Leader’라는 프로그램처럼 선배가 후배를 멘토하고 임원까지 갈 수 있도록 끌어주는 프로그램, 개인이 능력만 된다면 나이나 성별 같은 조건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문화, 이를 적극 지지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 등이 위미노믹스를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일 듯하다.

장시간의 근무(long-hours of work), 퇴근 후 모임(male bonding) 등으로 특징 되는 남성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적, 기업적,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내의 여성 성공 모델을 만들고 여성의 교육, 승진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지원(affirmative action)해 여성임원을 확대하고 여성 인력 자신이 관리자가 되고 임원이 되는 꿈을 꾸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진국의 여성임원 할당제와 같은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여성임원의 숫자가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한 충분한 양)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이러한 기업의 긍정적인 노력들이 가시화될 수 있고 더 많은 여성 인재들이 경제활동에 대한 꿈을 갖게 된다.

21세기 창의경제에서는 여성의 섬세함, 감수성, 유연성, 관계지향성 등이 대안적 리더십으로 여겨진다. 미래 국가 경쟁력은 여성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매년 다보스포럼에서 발간하는 ‘Global Gender Gap Report’의 성 격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7위인 반면 미국과 스웨덴은 각각 28위, 4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경민
이화여대 전자계산학과, 미 텍사스 테크대 경영정보학 박사, 현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기사: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다음글
이전글 ㆍKT, 전화국 부지에 임대주택 건설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7.09
[218호]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조선> 공식 사이트입니다.
뉴스레터 신청하기
자주묻는질문 1:1온라인문의
독자편지 정기구독문의
배송문의 광고문의
고객불만사항

광고문의: 02-724-6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