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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 퇴임, 정신건강 감정 등 신동빈의 ‘신격호 지우기’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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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 퇴임, 정신건강 감정 등 신동빈의 ‘신격호 지우기’ 막바지
기사입력 2016.03.19 23:10


2016년 2월 3일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성년후견인 신청 재판에 출석했다.

2014년 말 시작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의 모태인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신청 재판에선 오는 4월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건강 감정을 하기로 결정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장남 신동주 전 롯데 부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에 의해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도 60대에 접어들었고 후계 승계 등이 명확하지 않아 이제 롯데의 ‘오너 리스크’는 이제 상수나 다름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49년 만에 퇴위당한 신격호… “누가 이런 미친 짓을, 용서할 수 없다”

롯데제과는 7일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사임과 황각규 그룹 정책본부 사장의 이사 선임을 상정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된 데 대해 “고령(高齡)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돼 임기 만료 뒤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이사회에 의한 준법 경영을 확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의 주요 주주는 롯데알미늄(15.29%), 신동빈 회장(8.78%), 신격호 총괄회장(6.83%), 신동주 전 부회장(3.96%),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2.52%)이다. 롯데알미늄은 L제2투자회사(34.92%,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 광윤사(22.84%,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 롯데케미칼(13.19%), 호텔롯데(12.99%), 롯데쇼핑(12.05%) 등 롯데 계열사가 주주인 비상장사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신동빈 회장 쪽의 지분이 더 많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에 의해 퇴위당한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인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 등기이사 퇴진 사실이 공표된 7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내가 창업한 기업에서, 내 동의도 없이 어떻게 이런 미친 짓을 누구의 지시로 했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호텔롯데(2016년 3월 임기만료), 부산롯데호텔(2016년 11월), 롯데쇼핑, 롯데건설(각 2017년 3월),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알미늄(2017년 8월) 등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다른 6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측이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퇴진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2015년 12월부터 성년후견인 지정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령’을 이유로 든 것은 사실상 정신건강 문제를 거론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2015년 하반기 이후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공식 행사에서 한, 일 롯데그룹의 유일한 리더로 나서고 있다.

정신건강 ‘정상’ 나와도 소송 장기화 가능성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상대로 2015년 말 성년후견인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를 통해서다. 또 2016년 1월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신 총괄회장의 지분 가운데 1주를 신 전 부회장에게 넘기기로 한 2015년 10월 광윤사 주주총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일본에서 제기했다. △신 총괄회장의 고령과 정신건강을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이를 지렛대 삼아 신 총괄회장의 롯데 계열사 내 공식 직위를 박탈하며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맨 꼭대기에 있는 광윤사의 대주주라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법적 지위도 흔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현재까지 신동빈 회장의 공격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먼저 성년후견인 지정의 경우 9일 서울가정법원은 4월 신 총괄회장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정신건강 상태를 감정 받도록 했다. 입원 기간, 감정 방법, 간병과 면회 방식 등은 23일 결정된다. 서울에서 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인지능력과 판단력 검사를 위해 여러 방법이 쓰이지만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방법은 없다”며 “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신정숙씨가 문제를 삼으면 소송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쪽 입장에서 일종의 ‘꽃놀이 패’를 쥐었다는 얘기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씨도 지금까지의 중립 입장을 버리고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에 찬성하면서 신동빈 회장 편을 들기 시작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롯데홀딩스 임시 주주 총회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안건 4건을 모두 부결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를 호텔롯데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의 광윤사(28.1%)지만, 신동빈 회장이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를 겨냥해 종업원 1인당 평균 25억원 가량의 지분을 배분하고 이를 매각할 수 있게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지만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 직후 “부당한 압력으로 제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며 “6월 정기 주총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외아들은 일본인… 3세 승계 플랜 無

문제는 ‘원 롯데(One Lotte)’를 이끌게 된 신동빈 회장도 이미 61세라는 점이다. 호텔롯데 상장(IPO)과 이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후계 승계는 신동빈 회장이 60대 중반에 접어든 시기에나 가능하다. 신동빈 회장은 장남 유열(30, 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重光聰)씨와 장녀 규미(28)씨, 차녀 승은(24)씨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사실상 유열씨가 거의 유일한 차기 오너 경영인 후보인 셈이다.

유열씨는 아직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룹 경영 참여 여부도 불확실하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자녀들의 경영 참여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사업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없다시피한 것도 문제다. 유열씨는 일본 게이오대(慶應義宿)를 졸업하고 2013년 8월까지 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에서도 한국인 학생과 별 교류 없이 일본인으로 살았다는 게 당시 재학생들의 증언이다. ‘신동빈 체제’는 후계 승계 등에 대해서 명확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월 신동빈 회장은 본인 이름으로는 처음으로 작성된 신년사에서 “경영 투명성 확보와 준법 경영은 우리 그룹이 준수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구조적인 약점은 많고 갈 길은 멀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기사: 조귀동 기자
사진: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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