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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생활 싫어하는 청년들, 우버·에어비앤비로 몰려 <br>저임금 일자리 주범 지적도… 사회복지 체계 손 봐야
  > 2018년01월 233호 > 파이낸스
긱 이코노미 시대
조직생활 싫어하는 청년들, 우버·에어비앤비로 몰려
저임금 일자리 주범 지적도… 사회복지 체계 손 봐야
기사입력 2018.01.09 12:33


영국의 음식배달 서비스업체인 딜리버루의 배달원이 주문을 받고 배달을 준비 중이다. <사진 : 블룸버그>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700억달러(약 74조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약 45조원)보다 크다. 우버 외에도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음식 배달업체인 딜리버루 등 공유경제에 기반한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덕분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 주변에서 단기계약으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면서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로 의미가 변화했다. 긱 이코노미가 확산되면서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긱 이코노미 부가가치 2조7000억달러 전망

공유경제는 차량, 숙박, 음식배달 같은 초창기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퀵리걸(Quicklegal),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재능을 살 수 있는 피버(Fiverr)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새로운 서비스는 전문직까지도 긱 이코노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렇게 영역이 넓어지면서 긱 이코노미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2025년에 2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긱 이코노미는 특히 20대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다.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젊은층의 성향이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할 수 있는 긱 이코노미의 특성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긱 이코노미 근로자가 5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전체 노동인구의 15% 정도에 달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11월 기사에서 20대 긱 이코노미 근로자를 소개하면서 “청년 세대는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긱 이코노미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용 안정성 해친다는 지적도

긱 이코노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에 긱 이코노미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5억40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구직에 드는 시간이 감소하는 방식으로 수혜를 보는 경우가 2억3000만명으로 가장 많고, 경제활동에 보다 쉽게 참가할 수 있는 경우가 2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더 나은 조건의 기업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6000만명, 채용 과정이 투명해지면서 혜택을 보는 경우도 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긱 이코노미가 사회보장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긱 이코노미가 확산되면 파트타임, 임시계약직 형식의 단기 근로자가 늘어난다. 지금의 사회보장 시스템은 풀타임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단기 근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한 새로운 사회보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긱 이코노미 근로자의 85%가 월 소득이 500달러 미만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디언에 소개된 런던 왕립예술학교 석사 과정의 윌 디글(22)도 일주일에 9시간씩 딜리버루에서 일하면서 시간당 7파운드에 배달 건당 1파운드를 받고 있다. 디글이 딜리버루에서 버는 돈은 식대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를 위한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긱 이코노미가 확산하면 개인 재정위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긱 이코노미 근로자들은 정규직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다. 건강보험, 육아휴직 같은 복지혜택뿐 아니라 퇴직금이나 연금 같은 사회안전망도 제공되지 않는다.

일부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임금 상승 둔화 문제가 긱 이코노미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IMF는 주당 30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를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로 보는데, 이들은 취업을 한 것으로 간주돼 실업률 집계에서 제외된다. 긱 이코노미 근로자가 늘어나면 실업률은 낮아진다. 그런데 단기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보다 낮기 때문에 실업률이 떨어지는 것에 비해 임금상승률 증가 폭은 제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4.1%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plus point

제동 걸리는 긱 이코노미


유럽사법재판소는 우버를 운송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 : 블룸버그>

지난해 12월 20일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를 ‘운송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버를 택시회사로 볼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볼지를 놓고 전 세계에서 논란이 일었는데, 유럽에서만큼은 우버를 택시회사로 본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날 판결로 EU 내에서 우버는 각국의 운송업 규제를 따르게 됐다. 현재 우버 드라이버는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단기 근로자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데, 우버가 운송업 규제를 받게 되면 이들 단기 근로자들도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우버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우버처럼 긱 이코노미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다른 공유경제 서비스업체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J의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은 우버 외에 다른 공유경제업체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긱 이코노미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폐업까지 한 업체도 있다. 한때 ‘청소 분야의 우버’로 불렸던 미국의 청소대행 업체 홈조이는 단기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소송을 겪으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추가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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