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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조원 굴리는 행동주의 펀드, 700여개 기업 경영 관여 <br>투자 수익 확대 목적… “간섭 지나치면 회사가치 떨어져”
  > 2017년10월 223호 > 파이낸스
글로벌 금융 트렌드
126조원 굴리는 행동주의 펀드, 700여개 기업 경영 관여
투자 수익 확대 목적… “간섭 지나치면 회사가치 떨어져”
기사입력 2017.10.30 16:00


미국 최대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타깃이 됐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P&G에 넬슨 펠츠 회장을 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지만, 주주총회 투표 결과 트라이언파트너스의 요구는 거부됐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최대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트라이언파트너스와 벌인 전쟁에서 힘겹게 승리했다. 10월 10일 열린 주주총회 투표 결과 넬슨 펠츠 트라이언파트너스 회장을 P&G 이사로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트라이언파트너스는 펠츠 회장을 P&G 이사로 선임하라는 주주 제안을 제출했는데, P&G가 이를 거부하며 주총 표 대결이 이뤄졌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P&G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당장은 P&G가 펠츠 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는 “P&G가 투표에서 이겼지만, 표 차이는 1% 정도로 매우 근소했다”며 “이번 대결로 드러난 불편한 진실은 P&G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펠츠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행동주의 펀드 목소리 커져

P&G가 지출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데이비드 테일러 P&G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3500만달러(약 395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활동 범위를 넓히며 득세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골치를 앓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기업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에 참여해 주식 가치를 높여 수익을 얻는다. 거대한 합병을 마무리하고 출범한 글로벌 화학 회사 다우듀폰은 당초 발표한 분사 계획을 지분을 보유한 헤지펀드 제안대로 수정해야 했고, 포드·US스틸·CSX는 헤지펀드의 입김에 CEO를 교체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를 이끌고 있는 대니얼 롭은 세계 최대 식품 회사 네슬레에 자사주 매입과 사업구조 개편을 요구했고, 엘리엇은 세계 최대 광산 업체 BHP빌리턴에 구조조정과 배당 확대를 주문했다. 글로벌 금융그룹 크레디트스위스와 미국 최대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됐다. 기업과 헤지펀드 간 전선(戰線)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로펌 설리번앤드크롬웰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관리자산(AUM) 규모는 2003년 12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120억달러(약 126조원)로 증가했다. 이들이 타깃으로 삼는 기업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조시 블랙 하버드대로스쿨 교수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 수는 2013년 520개에서 지난해 758개로 증가했다. 펀드의 주요 활동 영역 역시 대기업으로 확대됐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주요 무대는 자금력이 약한 부실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주요 글로벌 기업이 타깃이 되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영역이 크게 확대된 것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행동주의 전략에 눈을 돌렸다.

기업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기업 지분을 매입해 발언권을 얻은 투자자들은 기업 수익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복잡한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이런 요구는 경영진 교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 사냥꾼’ 으로 불리는 넬슨 펠츠 트라이언파트너스 회장. <사진 : 블룸버그>

행동주의 펀드가 관여한 기업주가는 상승

이들 펀드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것을 주문하는 등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에도 관여하고 있다. 펠츠 회장이 P&G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펠츠 회장은 P&G가 비대한 관료제 조직을 개혁하는 한편 유니레버나 네슬레처럼 P&G도 경쟁력 있는 소형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테일러 CEO는 주주인 펠츠 회장의 조언을 귀담아 듣겠다면서도 “지배력을 가진 브랜드의 힘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업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 펀드의 활동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타깃으로 삼은 기업 주가는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투자해 적극적으로 경영에 간섭한 기업은 단기적으로(보통 5년) 주가가 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행동주의 전략을 채택한 헤지펀드 수익률이 전체 헤지펀드 수익률보다 1~2%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금융 자본이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관여하며 기업의 장기 성장성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경영이 아닌 금융을 공부한 금융 전문가로, 이들은 거래·비용·이익의 흐름은 이해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각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벌처펀드(vulture fund)’라고 하거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나 펠츠를 ‘기업 사냥꾼’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드러난다. 벌처는 썩은 시체를 먹고 사는 독수리를 말한다. 이들 펀드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소송이나 주총 표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하고 기업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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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헤지펀드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 주주가 된 뒤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투자 이익을 거두는 헤지펀드다. 경영진·이사회 교체, 자사주 매입을 주문하거나 사업 구조 개편, 구조조정을 압박하기도 한다. 행동주의 전략을 채택하는 헤지펀드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트라이언파트너스, 칼 아이칸, 서드포인트, 엘리엇 등 10개 정도다.
기사: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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