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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경기 회복에 은행 부실 자산 한 달 새 24조원 감소 <br>은행 정상화 기대 속 내년 총선 이후 위기 재발 가능성
  > 2017년10월 220호 > 파이낸스
이탈리아 은행
伊 경기 회복에 은행 부실 자산 한 달 새 24조원 감소
은행 정상화 기대 속 내년 총선 이후 위기 재발 가능성
기사입력 2017.10.02 01:38


구제금융이 결정된 이탈리아 최고(最古) 은행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본사 전경. <사진 : 블룸버그>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와 사모투자그룹 ‘포트리스’에 177억유로(약 23조8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매각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금융권에서 이뤄진 부실 자산 매각 중 규모가 가장 큰 거래였다. 유니크레디트는 이번 매각으로 부실 자산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어 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안팎에서는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은행들의 막대한 부실 채권이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자산 규모가 크게 감소하면서 큰 위기는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알제브리스의 데이비드 세라 최고경영자는 “이탈리아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는 끝났다”고 말했다.


2분기 伊 GDP 성장률 1.5%로 6년 만에 최고

이탈리아 중앙은행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채권 규모는 지난 7월 1730억유로(약 232조2800억원)로, 전달보다 180억유로(약 24조1700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의 부실 채권이 한 달 새 이렇게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중앙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3년간 이탈리아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채권은 크게 증가했다. 2014년 1600억유로 수준이었던 부실 채권 규모는 2015년 2000억유로를 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030억유로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증가세가 크게 꺾이더니 7월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이로써 은행들의 부실 채권 규모는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부실 자산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유럽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경제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올해 2분기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올해 2분기 GDP가 지난해 2분기보다 1.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산업 생산이 증가하고 서비스 부문도 성장하면서 경제가 살아났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업 어닝서프라이즈(기대 이상의 호실적)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기업보다 실적이 좋았던 국가는 네덜란드뿐이었다.

이탈리아 금융 당국과 유럽연합(EU)이 부실이 심각한 은행에 대해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한편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은행 건전성을 위해 규제 압력을 높인 것도 은행들이 부실 자산을 털어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부실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부실 채권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시장은 이탈리아였다. 딜로이트는 올 한 해를 통틀어 봐도 부실 채권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장은 이탈리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카 올리비에리 딜로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은행들은 부실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이탈리아 금융권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가 이탈리아 은행들이 내놓은 부실 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련 당국이 은행 정상화에 필요한 정책을 집행하고, 은행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개혁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ECB 긴축·내년 총선은 위험 요인

은행들의 부실 자산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이탈리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올해 이탈리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0.8%에서 1.3%로 높였고 내년 성장률 전망도 1.0%에서 1.3%로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이탈리아 정부가 확장적인 예산·통화 정책을 펴고 있고, EU 경제 회복에 힘입어 이탈리아 경제도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들이 부실 자산을 빠르게 정리하면 이탈리아 은행들의 정상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렌조 코도뇨 전 이탈리아 재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실 채권 매각을 통해 은행들은 추가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하고 신용이 개선돼 자본 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CB가 보유한 채권을 매각해 통화 긴축에 나서는 경우 최근 나타난 긍정적인 흐름이 끊길 수 있다. 채권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ECB가 세번째로 많은 회사채를 매입한 국가다. 내년 5월 열리는 이탈리아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융권 위기가 재점화될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가 유럽 평균 수준까지 감소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유럽 부실 채권에 눈 돌린 美 월스트리트 금융사들


글로벌 금융사들이 밀집한 미국 월스트리트.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유럽 부실 채권에 주목하고 있다. 위험성이 큰 만큼 기대 수익이 높은 자산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 채권이 감소하는 데 일등공신은 월가의 금융사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핌코와 포트리스가 유니크레디트 부실 채권을 인수한 가운데 미국 최대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은행의 부실 채권을 인수했다. 사모펀드 안나캡은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3억2500만유로 규모의 하이일드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티와 모건스탠리 등 다른 유럽 대형 투자은행들도 유럽 부실 채권 시장에 투자할 기회를 눈여겨보고 있다.

월가 금융사들이 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실 채권 투자가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위험이 크긴 하지만 유럽 은행의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고 유럽 경제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기대 수익이 높은 편이다.

기사: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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