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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기술 유출 막자”…‘차이나 머니’ 경계령 트럼프 “中 자본의 美 기업 인수는 안보 위협” 경고
  > 2017년09월 219호 > 파이낸스
중국 자본
미국·EU “기술 유출 막자”…‘차이나 머니’ 경계령 트럼프 “中 자본의 美 기업 인수는 안보 위협” 경고
기사입력 2017.09.25 12: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행정각서에는 중국의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을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 서구 선진국들의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 자본이 미국 등의 첨단 산업, 에너지,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과 같은 핵심 산업까지 급격히 들어오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 회사 인수 요청을 거부했다. EU는 중국을 겨냥해 외국 투자에 대한 심사 강화에 나섰다. 호주 정부도 중국 자본의 기업 인수를 잇따라 불허했다. 미국에 이어 EU와 호주 등이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중국의 입지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본의 미국 반도체 회사 인수 차단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3일(현지시각)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미국 반도체 회사 ‘래티스 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요청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래티스 반도체는 휴대전화 등 전자 기기를 상호 연결하는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 거래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 반도체 회사가 중국에 인수되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매각 금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거래 승인 시 미국의 지식재산이 외국으로 이전된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미국은 반도체, 통신 등 첨단 기술이 M&A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미국 기업 인수를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중국계 펀드가 독일의 반도체 장비 업체 아익스트론의 미국 자회사를 인수하려 하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포기 명령을 내렸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래티스 반도체 인수 시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해 12월 이미 국회의원 22명이 매각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해외 투자자가 미국 기업을 M&A할 때 국가 안보 위협 여부를 심사하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도 안보 위협을 이유로 래티스 반도체의 매각 승인을 반대했다.

미국 의회도 차이나 머니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초당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은 의회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 투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이미 CFIUS와 논의 중이다. 민주당도 국가 안보 관련 분야를 포함해 중국 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에 특화한 미국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라고 중국 기업에 독려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미국 정부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U도 차이나 머니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9월 13일 유럽의회 기조연설에서 외국 자본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민감한 기술 유출이나 국가 안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EU 기업 M&A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알짜배기 EU 기업을 싹쓸이하고 있는 차이나 머니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는 유럽에서 공격적인 M&A를 벌여온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EU는 규제안을 통해 에너지·인프라 등 핵심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中, 47조원 들여 EU 알짜기업 싹쓸이

지난해 중국의 EU 투자는 350억유로(약 47조5000억원)로 전년보다 77%나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독일의 ‘히든 챔피언’ 로봇 기업 쿠카, 핀란드의 게임 회사 수퍼셀, 영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 글로벌 스위치 등이 중국 자본의 문어발식 지분 인수 대상이 됐다.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도 차이나 머니에 대해 경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을 일시 보류하기도 했다.

호주도 차이나 머니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호주는 2014년만 해도 정부가 나서서 1000억호주달러(약 90조원) 규모의 국영기업 민영화에 중국 자본을 유치하던 나라였다.

하지만 중국이 호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기간산업을 급속도로 잠식해오자 마음을 바꿔먹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호주 최대 전력 업체 오스그리드의 중국 기업 인수를 불허한 데 이어 초대형 목장 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하지 않았다. 호주는 지난해부터 인프라 산업을 외국 자본에 매각할 때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plus point

美, ‘해킹 우려’ 러시아 백신 퇴출


미국 정부는 9월 13일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 러시아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카스퍼스키랩의 백신 프로그램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주요 백신기업 제품의 정부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미 국토안보부는 9월 13일 성명에서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 러시아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카스퍼스키랩의 ‘카스퍼스키’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는 30일 이내 사용 여부 확인, 60일 이내 사용 중단·제거 계획 수립, 90일 이내 시행하라고 못 박았다.

카스퍼스키랩은 러시아인 유진 카스퍼스키가 설립한 세계적인 백신 프로그램 업체다. 미국 보안기업인 맥아피·시만텍 등과 사이버 보안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카스퍼스키랩은 최근 정부 계약 입찰과 산업용 백신 마케팅 강화 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국토안보부는 “해당 업체의 백신 프로그램이 정부 컴퓨터나 저장 파일에 높은 접근 권한을 지니고 있다”며 “나쁜 목적을 가진 온라인 세력이 침입하면 악용될 수 있다”고 지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카스퍼스키랩과 협업하거나 단독으로 미 연방 정부의 정보나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며 카스퍼스키랩과 러시아 정보기관의 결탁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사: 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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