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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 런던 이을 금융허브 만들기 경쟁 마크롱 정부, 앞서가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전장
  > 2017년06월 203호 > 파이낸스
유럽 금융시장
독일·프랑스, 런던 이을 금융허브 만들기 경쟁 마크롱 정부, 앞서가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전장
기사입력 2017.06.05 14:33


영국 런던을 대신할 유럽 금융 허브로 프랑스 파리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더 주목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본사가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금융가. <사진 : 블름버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런던이 유럽 금융허브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새 유럽 금융허브가 되려는 주요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여파로 런던에 있는 주요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사가 보금자리를 옮기면 금융 관련 일자리 5만~7만개가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유럽 금융허브 도시로 그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이 거론돼 왔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프랑스, 법인세 인하계획 발표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신임 대통령이 파리의 금융 중심가 라데팡스를 유럽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손을 걷어붙인 것이다. 금융사 유치 작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앙 누아예 전 프랑스중앙은행 총재는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금융허브 유치전(戰)의 게임 체인저”라며 유럽 주요국 간 금융사 유치 경쟁 판도가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글로벌 금융사의 탈(脫)런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런던에 자리잡은 글로벌 금융사가 사업 거점을 옮기려는 이유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 회원국에 적용되는 ‘패스포팅 권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U 패스포팅이란 EU 회원국 한곳에서 사업 인가를 받으면 다른 회원국에서도 금융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런던은 이를 기반으로 유럽 금융허브 지위를 다지며 성장해왔다.

글로벌 금융사의 대규모 이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주요국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마크롱 정부는 주요 금융사를 파리로 끌어오기 위해 2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시티그룹·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형 은행과 런던에 2000명의 직원을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본사를 파리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또 더블린·프랑크푸르트·룩셈부르크를 새로운 거처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JP모건 모시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HSBC는 런던에 있는 투자은행 사업부 일부를 파리로 이전해 런던에서 일하는 인력 1000명을 파리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프랑크푸르트 주목

사실 프랑스는 금융사는 물론 글로벌 기업이 진출을 꺼리는 지역으로 악명 높다. 엄격한 고용 정책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크롱 정부는 노동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계획은 이미 발표됐다. 프랑스 정부는 또 라데팡스의 상업용 건물 임대료가 런던보다 저렴하고, 파리가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파리 금융 시장에 국제 투자 자금이 풍부하고, 프랑스는 자율과 규제 완화를 중시하는 앵글로색슨 금융 신념이 강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1993년 파리를 유럽의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출범한 프랑스 금융포럼 ‘파리 유로플레이스’는 “파리는 런던에 있는 금융 인력 2만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의 움직임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많은 금융사가 이미 이전 지역을 물색해놨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로 사업 기반을 이전하려면 추가로 지불해야 할 보이지 않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파리에는 런던만큼 금융 분야에 충분한 경험을 가진 인재가 많지 않고,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까닭에 언어 장벽도 높다. 프랑스 정부가 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아직 근로법이 엄격하기 때문에 금융사가 주로 활용하는 6개월 이상 단기 계약 근로를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금융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사들이 런던의 대안으로 가장 주목하는 도시는 프랑크푸르트다. 유럽의 대표적인 경제 중심지로 꼽히는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물론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와 같은 글로벌 금융사가 있다. 영국보다는 노동법이 엄격하지만 앞으로 노동 시장이 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독일 정부는 기업의 근로자 정리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크푸르트는 이미 런던의 금융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영국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새로운 EU 거점으로 프랑크푸르트를 선택했고, 골드만삭스 역시 런던 인력 일부를 프랑크푸르트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블린과 암스테르담도 런던을 대신할 선택지로 거론된다. 더블린은 잘 건설된 금융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데, 영어를 사용하며 영국·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노동 시장이 비교적 유연하고 세금 정책도 금융사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일랜드는 독일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 영국·미국과 가까운 대신 다른 EU 국가와 경제 관계가 느슨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유럽에서 연금 시스템이 가장 잘 발달한 암스테르담은 교통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도시다.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고 영어가 능통한 인력도 풍부하다. 경제적으로 번영한 도시 룩셈부르크는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이 있지만, 인구와 금융 시장 규모가 다른 도시보다 작다.

한편 영국이 가진 장점이 많기 때문에 브렉시트 이후에도 런던이 계속 유럽 금융허브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존 맥팔레인 바클레이스 대표는 “브렉시트가 결정되긴 했지만, 런던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라며 “런던은 앞으로도 유럽의 금융 중심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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