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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암 진단에 AI 활용… 첨단 의료 장비 도입 난이도 높은 수술 성공… 수도권 최고 병원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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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名병원 7] 가천대 길병원
국내 최초 암 진단에 AI 활용… 첨단 의료 장비 도입 난이도 높은 수술 성공… 수도권 최고 병원 ‘명성’
기사입력 2017.08.21 14:43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 오른쪽 본관건물 주위로 13개의 병원이 모여있다. <사진 : 가천대 길병원>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은 복잡한 대로변 사이사이로 14동의 병원 건물이 ‘존(zone)’을 이루고 있다. 이 중 한가운데 자리잡은 본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인공지능(AI) 암 진료실이 눈에 들어온다. AI 암 진료실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와 함께 환자, 보호자, 의료진 6명을 포함해 9명이 둥글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이곳은 벽면 모니터로 표시되는 AI 왓슨의 암 진단 결과를 공유하고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수술이나 치료 방법을 설명하는 장소다.

가천대 길병원은 작년 9월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암 진단에 AI를 활용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AI 암 진단 시대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연 것이다. 실제 환자 진료를 작년 12월 5일부터 시작해 8개월 동안 420여명의 암 환자가 왓슨으로 진료받았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AI 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암 전문의뿐만 아니라 핵의학, 영상, 병리학자를 포함해 40~50명의 전문 의료진이 왓슨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며 “현재 수도권 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까지 찾아와 왓슨의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로 시작, 종합병원으로 성장

AI 암 진단 최초 도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진 의료체계 구현에 앞장서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은 1958년 산부인과로 문을 열어 내년이면 설립 60주년을 맞는다.  2017년 현재 1400여개의 병상을 운영하며 하루 평균 5000여명의 외래환자가 방문한다. 의료진 500명을 비롯해 약 3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 서쪽에 있는 인천이라는 지역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수, 진료 수익 등 모든 지표에서 국내 5~8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의 이길여 회장은 산부인과 개원 20여년 만인 1978년, 여의사로는 처음으로 전 재산을 털어 의료법인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1979년 인천길병원(현재 가천대부속 동인천길병원)을 세웠다. 8년 후인 1987년 현재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중앙길병원을 개원하고 가천관, 심장센터, 여성전문센터, 안과·이비인후과센터, 응급의료센터, 치과병원, 암센터 등을 차례로 개원했다.

여러 진료센터를 개원하며 이길여 회장은 각 분야별 진료 구역을 전문센터로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센터 중심의 병원 전문화로 종합병원을 구축해 환자 편의와 의료진의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산부인과 등 여성질환뿐만 아니라 심장, 안과·이비인후과, 응급의료 등 진료 영역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현재 구월동 일대 4만1171㎡(약 1만2454평)에 본관, 암센터, 심장센터 등 14개 전문센터와 시설, 건물이 들어섰다.


인천 구월동에 첨단 ‘AI 암병원’ 설립

최근에는 구월동에 위치한 (구)삼성생명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하 8층, 지상 18층의 3만1312㎡(약 9472평)의 AI 암병원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조만간 문을 여는 AI 암병원에는 최첨단 AI 병실을 비롯한 환자 친화적 첨단 병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처음으로 AI 암센터 문을 연 가천대 길병원이 활용하는 인공지능은 IBM의 왓슨이다. 왓슨은 미국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와 IBM이 공동으로 만든 의료용 인공지능이다. 290종의 의학저널과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습득했다.

AI 암센터라고 해서 왓슨으로만 진료를 하는 게 아니다. 왓슨의 의견과 각 진료과별 5~6명의 전문의가 환자 한명에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분과별 전문의는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으로 구성된다. 왓슨의 진료 범위는 기존 대장암, 유방암, 폐암, 부인암, 위암, 난소암이었다. 7월 7일에는 전립선암까지 추가됐다.

이 단장은 “전문의의 진료 결과와 왓슨의 결과 일치율은 70~80% 정도”라며 “일치하지 않는 결과에 대해서는 왓슨의 결정이 전문의들의 결정과 다른 이유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임상 데이터와 환자 상태를 검토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와 인간 중에 누가 더 정확하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양자택일 같은 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에서 왓슨을 도입한 부산대병원·건양대병원·조선대병원·대구동산병원·대구가톨릭병원 등과 함께 IBM 왓슨 측에 국내 자체 암 관련 빅데이터 구축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 최적화된 AI 암 진료 및 치료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왓슨 진료를 최초로 도입한 병원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1년 개원한 암센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 수술(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잘하는 병원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암센터는 설립과 동시에 암 예방, 관리, 치료 사업을 수행하는 국가지정 지역암센터로 선정돼 포괄적인 암 치료를 하고 있다. 사립대병원이 국가에서 지정 및 인정하는 지역암센터로 선정된 것은 가천대 길병원이 처음이다.

8월 9일에는 암센터에 ‘복막 전이 암센터’를 개소하고 국가 지정 지역암센터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복막 전이 암센터는 암 환자 수술을 위해 개복했을 때 복부 전반에 전이가 심할 경우 수술이나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단념하지 않고 항암 요법 치료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은 “암 수술 잘하는 병원 등급 기준은 수술의 적정성과 사망률 등을 모두 따지는 것”이라며 “가천대 길병원은 중증 암 환자의 난이도 높은 수술을 인천에서 제일 많이 하는 병원으로, 의료진이 고난도 의술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융합센터에서 전공의들이 의료기기 개발·설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진 : 가천대 길병원>

남동공단 기업과 첨단 의료기기 개발

가천대 길병원은 스타 의료기기 기업을 키우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의료기기 융합센터’를 개소하고 보건복지부의 최소 침습 의료기기 개발 지원 사업을 수주해 의료기기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최소 침습 의료기기란 후두부 내시경, 피부 레이저, 인공수정체 등 인체에 최소한의 상처를 내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의료기기 융합센터는 실제 의료기기 수요자인 의사와 의료기기 업체를 연결, 의사들에게 필요한 의료기기를 업체들이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임상이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김선태 의료기기 융합 센터장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기 중개임상지원센터 사업을 통해 영세한 의료기기 기업들이 가장 목말라 하고 있는 의사들의 자문과 중개임상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7월 말에는 이곳에서 설계된 의료기기를 전공의들과 해외 바이어들이 실제 사용해 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글로벌 트레이닝센터’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개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비인후과 강일규 교수의 자문으로 인천 남동공단 소재 디스플레이 부품 전문업체 ‘뉴옵틱스’가 개발한 코세정기가 8월 중순 선보였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코 세정기는 국내 시장 규모가 약 100억원에 달한다.

이동혁 의료기기 융합센터 부센터장은 “수술 부위를 간단히 봉합하는 의료용 스테이플러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 규모만 330억원에 달한다”며 “2014년 기준 직원이 20명 미만인 의료기기 업체가 80%가 넘을 정도로 영세한 업체가 많은 한국에서 실제 의료진들의 의견과 자문은 스타 의료기기 업체를 키울 수 있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가천길재단을 설립한 이길여 회장의 최신 시설과 장비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에 힘입어 가천대 길병원은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등 3개 연구소를 설립하며 국내 주요 연구중심병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회장의 최신 장비 투자 의지는 젊은 시절부터 유명했다. 이 회장은 미국 유학 후인 1969년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로 인천에서 가장 큰 개인 산부인과를 신축하며 당시 국내 고급 호텔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려웠던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 의료시스템 정착을 위해 생소했던 초음파기기를 들여오자 태아의 심장소리를 처음 듣게 된 산모와 가족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4년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을 설립하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초정밀 진단장비인 7.0T(테라) MRI(연구용)를 들여왔다. 2009년에는 방사선 암치료기인 ‘노발리스 티엑스(Novalis Tx)’를 도입했다. 노발리스 티엑스는 암 세포 이외의 조직에 가해지는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하는 초정밀 방사선치료기로 대당 100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다. 또 2013년에는 불임치료를 위한 프리모비전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환자를 위한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본관에 있는 AI 암진료실. 다양한 진료 분야의 전문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가천대 길병원>

적극적 투자로 연구중심병원 ‘톱3’ 도약

이런 투자의 결실로 가천대 길병원은 2014년 10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10대 연구중심병원 중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연구중심병원은 임상에서의 경험과 연구성과가 신약 및 장비 등 산업화로 이어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 주도로 시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가천대 길병원은 대사성질환 분야에서 혁신 신약 타깃 발굴 플랫폼을 구축해 당뇨, 비만 등 대사성 질환의 혁신 신약 개발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뇌질환 분야에서는 융·복합 영상진단기기(MRI, PET) 개발 및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뇌질환 조기 진단 기술 개발을 중점 연구할 예정이다.

이근 원장은 “선진 의료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하려는 의지와 욕심이 지금의 가천대 길병원을 만들었다”며 “중증 환자들도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굳이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역량 있는 병원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
“벤처처럼 빠른 의사 결정이 강점 의료진과 환자에게 아낌없는 지원”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은 응급학회 이사장을 지냈을 만큼 응급의료 체계 전문가다. 가천대 길병원에서 잔뼈가 굵은 이근 원장은 응급실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가천대 길병원에서부터 선진 응급의료 체계를 구현했다.

그는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료 체계 혁신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응급실에 많은 진료과를 연결시키기 시작했다”며 “내과·신경과·외과·방사선과·마취과 등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독립 건물로 시작하면서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는 응급실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진료과별로 독립 건물을 짓고 응급의료 체계도 혁신하고 AI 닥터 ‘왓슨’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이 원장은 “창업자가 직접 경영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다른 사례를 충분히 보면서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의료진과 주요 스태프들이 충분한 논의를 진행한 뒤 병원장인 내가 결론을 직접 회장에게 보고하고 회장이 결정하면 곧바로 시행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AI 암센터를 가장 먼저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암센터인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가 지금까지 축적한 암 관련 지식과 데이터를 담고 있는 IBM ‘왓슨’은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IBM이 제안한 프로그램이 좋았고 우리 병원을 찾는 암 환자들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으로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며 “과연 한국 실정에 맞는지 의아해하는 병원이 지금도 있겠지만 현재 개발되는 암 치료제나 환자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정보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환자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서울 지역 빅5 병원에 비해 가천대 길병원만의 강점으로 환자가 적당히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환자가 많지도 적지도 않아 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다”며 “진료 및 치료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환자 및 보호자의 동선, 편의 등을 제공하는 데 제약점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능력 있는 의료진 영입에도 공을 들인다. 그는 “약 1년 전 비침습 척추 내시경 권위자인 안용 교수가 합류했고 4~5개월 전에는 감염내과 권위자인 엄중식 교수도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고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스태프들을 모두 뽑아줬다.

이 원장은 “인천 지역에 이런 병원이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며 “지역 병원이지만 선진 의료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어, 중증 환자들도 서울에 굳이 안 가도 되는 병원이 인천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김민수 조선비즈 과학바이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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