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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환자에 간이식 최초 성공하며 ‘최고 외과’ 명성 첨단 ‘무수혈 수술법’ 개발… 외국인 환자들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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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名병원 6] 인제대 백병원
간암 환자에 간이식 최초 성공하며 ‘최고 외과’ 명성 첨단 ‘무수혈 수술법’ 개발… 외국인 환자들 줄이어
기사입력 2017.07.31 12:51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전경. <사진 : 인제대 백병원>

1919년 경성의학전문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백인제 학생은 3·1운동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8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3·1운동에 참가한 전력 때문에 의사면허증을 받지 못했다. 제자의 의학에 대한 열정과 자질을 알고 있었던 일본인 스승은 그에게 총독부의원에서 2년간 마취과에서 근무하면 의사면허를 내주겠다고 제의했다.

마취 솜씨가 뛰어난 외과 의사와 경성의학전문학교의 외과 주임교수로 이름을 날린 백인제 박사는 1932년 일본인 스승이 운영한 우에무라 외과병원을 인수했다. 이 병원이 바로 현재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의 전신이다. 당시 ‘백인제외과병원’은 만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백 박사는 1937년 장폐색증 상부방관 감압술을 7차례 성공시켜 세계 최초로 보고하기도 했다.

백 박사가 1946년 사재를 기부해 만든 ‘재단법인 백병원’은 조선인이 세우고 시민이 키운 민족 병원으로 불린다. 1979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과 부산백병원, 1989년 상계백병원, 1999년 일산백병원, 2010년 해운대백병원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전국 5개 백병원은 총 병상수 3400여병상, 근무인원 7500여명, 연간 환자수 440만명(외래·입원)에 이르는 국내 대표적인 대학병원이다.


개원 85년, 국내 외과 병원의 뿌리

김홍주 인제대백중앙의료원장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병원을 세운 백인제 선생은 근대의학의 개척자이자 선각자”라며 “인제대 백병원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인술과 덕으로 겨레와 인류를 구한다’는 정신으로 크고 작은 시련을 이기고 ‘창립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은 전국 5개 백병원의 모체 병원으로 85년의 긴 역사 동안 ‘최초’의 기록들을 만들어왔다. 1952년 국내 최초로 민간병원 혈액원을 병원 1층에 개설했다. 이는 1954년 국립혈액원 개설보다 2년 앞선 것으로, 외과병원을 표방했던 백병원은 수술에서 수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찌감치 알았던 것이다.

지난 1963년 국내 최초로 소아 선천성 거대결장 스와슨 수술법을 시행했고, 1968년 국내 최초로 골반내장 전적출술을, 1982년 국내 최초로 수술 중 초음파기기를 이용한 계통적 아구역(亞區域)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또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전담 선수촌 병원을 운영했고, 안면기형수술의 세계적 명의인 백세민 소장을 영입해 국내 처음으로 1988년 안면기형클리닉을 개설했다.

무엇보다 뿌리가 외과병원인 만큼 탄탄한 외과 계보를 자랑한다. 1992년 3월, 이혁상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성공한 성인 간암 환자의 간 이식은 우리나라 장기이식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 교수팀은 8시간 30분에 걸쳐 말기 간경변을 동반한 간 우엽 전체와 좌엽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간암 환자의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는 거부 반응이나 간염 재발 징후가 전혀 없는 상태로 수술 78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22주만에 태어난 초미숙아 건강하게 퇴원

국내 최초로 성공한 절제 불능 간암 환자에 대한 간이식 성공 덕분에 국민병으로 불렸던 B형 간염 환자와 치료 불능의 간경변, 간암 치료에도 새 지평이 열렸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백병원의 기록은 이어진다. 2006년 김용인 서울백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최소절개 비디오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약물 및 전기충격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62세 부정맥 환자에게 일측성 비디오 흉강경을 이용한 심방세동 차단술을 시행했고,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던 환자는 3개월 만에 매일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은 동남권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1년, 부산백병원 의료진은 국내 최저 임신기간인 22주 만에 530g의 몸무게로 태어난 초극소미숙아를 건강한 상태로 퇴원시켰다. 신종범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첨단 현대의학에서도 생명의 한계는 임신 22주로, 이 결과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짧은 임신 주수였다”고 말했다.

같은 해 박석주 부산백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팀은 뇌사 판정을 받은 생후 74일 아기의 양쪽 신장을 기증받아 50대 만성신부전증 여성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이식된 신장을 재이식하는 데도 성공했다. 부산백병원은 올해 5월 기준 신장이식은 720회를 달성했고, 각막이식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장기이식 중심병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부산백병원은 2016년 정부가 실시한 의료의 질 평가에서 동남권 지역 유일하게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영역,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교육수련, 연구·개발 영역 등 전(全) 영역 ‘1등급’을 받았다. 또 암수술 평가와 급성기 뇌졸중, 조혈모세포이식술, 혈액투석, 고관절치환술, 제왕절개분만 등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아 수술과 시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았다.

해운대백병원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만큼 최신 시설과 각종 첨단 의료장비, 우수 의료진을 자랑한다. 설립 당시부터 해외 유수 환자 유치를 목표로 뒀다. 현재 해운대백병원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연인원 1만명을 넘어섰다. 최신 로봇수술기 다빈치S를 갖춘 ‘로봇수술센터’, 생체 간이식을 중심으로 한 ‘장기이식센터’, 생사를 오가는 중환자를 치료하는 ‘중증외상센터’ 등이 있다.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2012년 MBC 의학전문 드라마 ‘골든타임’의 배경 무대이기도 했다. 드라마 작가는 병원 인근에 오피스텔을 잡고 의료현장을 직접 보고, 소속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아 생생한 이야기와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



백병원 의료진이 수술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인제대 백병원>

세계 수준의 뇌졸중 응급치료 시스템 갖춰

해운대백병원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등 현지 의사들의 연수를 진행하고 현지에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를 초청해 무료수술을 시행하는 ‘나눔의료’를 펼치고 있다.

상계백병원 응급실은 정부가 평가하는 등급 중 제일 높은 1등급으로,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중환자, 응급환자를 대비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고경수 상계백병원 진료·연구부원장은 “병원이 위치한 지역의 경우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자살, 간질환 환자 분포가 타 지역보다 더 높은 특성이 있다”며 “이러한 지역적 문제를 고려해 ‘지역 환자들을 어떻게 의미 있게 관리할 것인가’를 병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진료에 적용하는 등 진료 시스템을 계속 개선,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백병원의 연구와 진료를 이끄는 고 부원장은 내분비내과 교수로, 세계적 권위 학술지 ‘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된 바 있으며, 복잡한 합병증 등으로 위험도가 높은 당뇨병 환자 치료로 유명하다.

고 부원장은 “환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상담을 시행하고 있으며 질환별로 환자들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 조사를 하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개원한 일산백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뇌졸중 응급치료 시스템을 자랑한다. 홍근식 신경과 교수가 이끄는 일산백병원 뇌졸중센터는 매년 350명 이상의 급성기 뇌경색 환자와 200명 이상의 출혈성 뇌졸중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뇌졸중 응급치료 전문팀 활성화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이를 통해 ‘혈전용해술’과 같은 응급치료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병원 도착 후 진단에서 혈전용해술 치료 시작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40분대이며, 90% 이상의 환자들을 60분 이내에 치료하고 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응급치료 시스템이다. 또한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해 뇌졸중환자에게 급성기 치료부터 2차 예방에 이르는 전반적인 치료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손문준 신경외과 교수가 이끄는 노발리스 방사선수술센터는 2000년 11월 아시아 최초로 방사선 수술 치료기 ‘노발리스’를 도입해 뇌종양, 척추 종양 및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 뇌종양 및 척수종양에 대한 노발리스 정위 방사선수술 1000례를 보고해 국내 노발리스 방사선수술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2012년부터는 iPLAN을 도입, 하이브리드 Arc 치료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해 효과적인 치료 성과와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일산백병원은 킨텍스 주변 경기북부테크노밸리 개발과 아파트 건설로 인해 유입되는 새로운 기업과 시민을 위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 증축을 통해 여유로운 진료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무수혈 수술’ 위상은 백병원만의 자랑이기도 하다. 무수혈 수술이란, 공혈자의 피를 쓰지 않고 수술 시 환자의 실혈(失血)량을 최소화하고 체내 혈액 생산을 최대한 촉진시켜 수술하는 첨단 치료법이다.

최근 국내에서 에이즈(AIDS), 간염, 말라리아 보균자의 혈액이 시중에 유통돼 수혈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면서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하는 이들의 수술뿐만 아니라, 심장수술 및 장기이식의 영역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인제대 백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인제대 백병원>

출혈 많은 심장·혈관 수술도 ‘무수혈’ 성공

서울백병원은 1980년대부터 국내 처음으로 무수혈을 시행했고 이를 체계화해 1995년 국내 최초로 ‘무수혈센터’를 열어 현재 무수혈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상계백병원 무수혈센터의 경우 외국인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병원 별관 5층 건물에 공간을 마련해 무료로 해외 환자가 지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정도다.

서울백병원과 상계백병원은 심장·신장이식, 간, 복부 등 전 외과계 및 산부인과 분야에서 국내 최대 무수혈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실혈량이 많은 대부분의 심장 및 혈관수술에서도 시행 중이다. 2002년 8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역행성 자가혈 충전법’을 도입해 복합판막대치술을 무수혈로 성공했고, 삼첨판폐쇄부전증과 심방중격결손증으로 심한 폐동맥고혈압이 동반된 40대 여성 환자에게도 첨단 무수혈 테크닉을 사용해 치료를 성공시켰다.

현재 무수혈 수술을 받고자 매년 7300여명이 서울백병원을 찾고 있으며, 상계백병원 역시 연간 3600명의 외래 환자 및 200건 이상의 무수혈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무수혈로 인한 사망은 단 한 건도 없다.


plus point

김홍주 인제대백중앙의료원장
“100주년 앞두고 ‘환자 최우선’인 병원 만들 것”

“대한민국 병원들이 동반 성장하는 시기는 가고 이제는 적자생존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병원 본연의 존재 이유,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특별 경영 방침입니다.”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만난 김홍주 인제대백중앙의료원장은 “2032년 인제대 백병원은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며 “진료·연구·교육·사회봉사라는 4가지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다양한 기술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료원장은 산하 병원의 통합 의료 실적이 약 10년간 적자를 겪던 이른바 침체기에 5개 병원을 아우르는 수장을 맡게 됐다.

재단과 병원은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경영구조 개혁을 단행했고 지난 2014년 병원을 흑자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각 백병원별로 흑자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5개 백병원을 통합한 경영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10년 만이었다.

김 의료원장은 “재단 차원에서 재단본부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외부 감사를 통해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한편, 5개 백병원의 예산관리, 원가분석, 구매관리, 인사관리, 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효율적인 경영 지침을 마련해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통합 입찰 시스템을 도입하고 병원 간 인력을 재배치하고 희망퇴직제도 등을 시행하는가 하면, 신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외래 진료공간을 재배치하고, 환자 맞춤형 진료를 실시했다. 또 지역 협력병원과 유대를 강화하고 5개 병원 모두 토요일에도 정상진료를 하고, 지역 특성에 따라  점심진료와 시간대별 진료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 의료원장은 지난해 대웅이 후원하고 서울특별시병원회가 수여하는 ‘병원경영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제대 백병원은 경영실적이 호전된 만큼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의료진의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제법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학병원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이라는 것이다.

김 의료원장은 “5개 백병원의 특장점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교수진들의 연구를 대폭 활성화할 것”이라면서 “부산백병원에 연구동을 신축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5개 백병원에 축적되는 임상 빅데이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며 “5개 병원 통합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 의료원장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병원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가 만족하고 또 감동할 수 있는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자 중심의 보건 의료가 답”이라며 “백병원은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진료 시스템과 병원 서비스를  꾸준히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료원장은 “이처럼 5개 백병원이 질환별, 병원별, 환자 및 지역별 다양한 진료 시스템 전략을 통해 환자와 가족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전사적 품질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허지윤 조선비즈 과학바이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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