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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화상 환자들 살려내며 최고 전문병원 ‘명성’ 국내 전문의 절반 확보… 해외에 첨단 의술 전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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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名병원 4] 베스티안병원
중증 화상 환자들 살려내며 최고 전문병원 ‘명성’ 국내 전문의 절반 확보… 해외에 첨단 의술 전파도
기사입력 2017.05.30 16:00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 서울병원 전경. <사진 : 베스티안재단>

지난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하던 인부 57명 중 40명이 현장에서 탈출하지 못해 사망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된 사람들 중 환자 3명이 베스티안 서울병원에 입원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주치의였던 김선규 부장은 위급했던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병원 중환자실로 급히 이송된 한 여성은 얼굴 전체와 목에 중증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그의 남편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의료진은 심정지가 된 여성 환자를 응급처치를 통해 소생시켰다. 환자는 6차례의 대수술을 받았으며 퇴원 후에도 10차례 이상 재건 수술을 받아야 했다. 현재 이 환자는 입술 부위 재건 수술을 앞두고 있다.


1990년 서울 대치동 순화의원으로 시작

30년 역사의 국내 유일의 화상치료 전문네트워크 병원 베스티안에는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인, 말로는 다 못할 인생 이야기가 적지 않다. 군대에서 전기화상을 입어 치료 끝에 목숨을 잃고 만 스무살 청년의 애끓는 사연부터 화재 현장에서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구하다 화상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도 있다.

올 3월에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한 주민들이 베스티안 서울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받았고, 올 초엔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커피포트가 쏟아져 뜨거운 물에 2도 화상을 입은 원아가 이 병원을 찾았다. 2012년 15명의 사상자를 낸 충청북도 청주시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고 때도 환자들은 대전시 동구에 위치한 베스티안 우송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화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 수는 50명이 채 안 된다. 그중 25명의 전문의가 베스티안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1990년 서울 순화의원에서 2002년 베스티안병원으로 발전했고 이어 부산, 우송, 부천 지역으로 확대됐다. 현재 오송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에 화상 중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5번째 네트워크 병원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경식 베스티안재단 이사장은 “우리가 환자를 받지 않으면 이들은 갈 곳이 없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30년 가까이 병원을 일궈왔다”며 “공공의료를 실현하면서도 병원을 멋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의료진이 베스티안병원에 방문해 화상 수술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 베스티안재단>

내년 오송에 5번째 화상전문병원

베스티안병원의 시초는 1990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사거리에 문을 연 순화의원이었다. 일반 외과 전문의인 김경식 이사장이 쪽잠을 자며 외래 진료와 수술을 도맡아 병원을 운영하던 시절이었다.

개원 당시만 해도 29개 병상에 55명의 직원이 일하던 작은 의료기관이었다. 처음 병원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화상을 전문으로 할 생각도, 병원급으로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다른 병원에서 받지 않는 중증 화상 환자들을 거부하지 않고 적극 치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상 환자가 몰렸고 이 병원의 운명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화상을 입은 환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은 드물다. 화상이 몸 전체 표면적의 30~40% 이상이 되면 사망률이 높은 데다 의료진도 환자만큼이나 괴로운 치료 과정이 따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몇년간 중증 화상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보통 정신력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탓에 화상 치료에 나선 대학병원과 전문병원들의 화상 전담 의료팀은 해체되기 일쑤다. 수련의가 지원하지 않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화상 환자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례도 많아 치료비를 제때 받기 어렵다.

김 이사장은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화상 치료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중증 화상의 경우 주치의와 간호사가 환자들을 일정 시간에 체크하고 회진을 도는 타 분야와 달리 하루 온종일 화상 환자 곁에서 드레싱 치료를 해야 하고,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은 죽음 직전의 환자와 대화하다 보니 환자와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2002년 ‘베스티안 서울병원’으로 증축해 더 나은 치료환경과 체계를 갖춘 화상 전문병원으로 발전시켰다.

현재 충북 오송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 내 1만 4700여㎡(약 4447평) 대지에는 베스티안 오송병원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6월 개원을 목표로 한 이 병원은 일반병동과 화상중환자실, 화상전문응급센터, 피부과학연구소, 임상시험센터를 갖춘 화상 전문 의료기관이 된다. 임상시험센터는 140병상, 일반병동 90병상, 화상중환자실 40병상, 화상전문응급센터 30병상 등 총 300병상 규모로 건립되며, 건설 공사에 12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김경식 이사장은 “베스티안병원이 오송에 건립되면, 화상 전문병원이 우리나라 국토 중심부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라며 “화상 중환자실의 경우 규모가 40병상에 불과하지만 감염 위험을 철저하게 봉쇄하고자 거의 한 동 전체를 쓸 계획이며 병원 옥상에 헬기 포트가 설치돼  전국의 중증 화상 환자를 이송받아 보다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뿐만 아니라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수행할 계획이며 국내외 병원과의 임상시험 및 협력 연구와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맡을 예정이다.

베스티안 오송병원 건립은 충북 지자체와 오송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 입장에서도 첫 민자유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송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본부, 보건산업진흥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국립보건연구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정부부처 및 기관이 있고 유수의 바이오 및 의료기기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임상시험센터 건립은 오송 단지 최대 숙원과제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의 결과물이 산업화 및 상용화하는 데 출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초창기 베스티안병원이 화상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김 이사장의 뜻을 함께해준 병원 의료진의 공이 컸다. 베스티안병원은 화상 전문의들이 탄탄한 계보를 이어가며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베스티안 화상센터 심포지엄. <사진 : 베스티안재단>

“고된 업무에 책임감 강한 의사만 버텨”

특히 초창기 합류한 서울 세브란스병원 출신의 윤천재 병원장, 문덕주 병원장, 김선규 부장, 조진경 부장 등 4명의 화상 전문의는 병원의 핵심 허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2002년 윤 병원장이 먼저 김 이사장과 손을 맞잡았고 이후 2004년 같은 병원 출신의 문 병원장, 2005년 김 부장, 2006년 조 부장이 뒤따라 들어왔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김 이사장이 홀로 화상 환자를 봐왔던 것과 달리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윤 병원장과 문 병원장이 성인 화상 및  중환자 분야를, 김 부장이 화상 재건 분야를, 조 부장이 국내 최초로 소아화상전문센터를 개설해 화상 치료 영역을 세분화하고 각각 전담 운영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한 명의 스타 의사가 큰 병원을 만든다”면서 “순화의원 시절 야간 당직을 섰던 최고 화상 전문의 네 사람이 베스티안병원에 합류해 각자 분야를 꽉 잡고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네 전문의는 병원을 타 지역으로 확장해 운영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2004년 부천병원, 2009년 대전 우송병원, 2010년 부산병원을 개원할 당시에도 먼저 옮겨가 새 병원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베스티안과 뜻이 맞는 젊은 의사 채용과 교육 수련을 맡았다.

베스티안병원은 4개 거점 병원을 운영하면서 대학병원처럼 화상 전문 의사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및 심포지엄 체계를 갖췄다. 매년 의사들의 연구 활동을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시행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제 우리 병원에서 활동 중인 선배 의사들을 본받아 병원으로 들어오려는 후배 의사들도 제법 있다”면서도 “화상 진료는 큰 책임감이 따르는 데다 힘든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환자와 유대감 형성이 제대로 안 되거나 돈을 밝히는 의사는 절대 뽑지 않는다. 아니 그들이 스스로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베스티안병원의 수많은 치료 실적과 연구 논문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까지 입소문이 났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두바이에서도 베스티안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베스티안병원은 2015년 중국 하얼빈으로 진출, 화상피부재건·재활센터를 설립했다. 베스티안병원이 1200병상 규모의 대형종합병원인 ‘중국하얼빈시제5병원’과 합작 설립한 화상피부재건·재활센터는 하얼빈시 제5병원 1층에 약 660㎡(약 200평)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베스티안병원은 화상피부재건·재활센터에 국내 의료진을 파견해 화상피부재건 및 관리의 노하우를 직접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의료진과 간호사들에게도 의술을 전수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화상흉터 사후관리 진료시스템을 해외 수출한 최초 사례로 화상 치료 전문 원스톱 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화상전문치료센터가 따로 없는 상황인데, 카자흐스탄 마카자노프 센터 소속 모렝카 바실리 화상외과 센터장과 이김바예브 티모르 외과 전문의는 한달간 오석준 소장, 김선규 부장 등이 진행하는 베스티안병원의 화상수술과 환자진료에 참여해 한국 의료기술을 배웠다.


해외 의료진 찾아와 화상수술 배워

이김바예브 티모르 외과 전문의는 “카자흐스탄에서는 화상 재건치료 시 로칼플랩, 프린트 스킨그래프트(print skin grafts), 풀스킨그래프트(full skin grafts) 등만 사용하는데 베스티안에서는 혈관유경에 프리플랩(free flaps on a vessel pedicle) 등을 사용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많다”며 “또 매우 작은 부위도 재건성형을 하는 것 또한 놀라웠다”고 말했다.

두바이 보건부와는 화상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바이 UAE 보건부는 중동 예멘 파견 군인들이 폭격으로 사망하는 일이 잦고 고층건물 화재 사건도 빈번해 국가적인 화상 치료시스템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중심에 약 1320㎡(약 400평) 3층 규모의 베스티안의료미용병원을 개원했다. 중국의 헤이룽장무단장사할린유한공사와 합자 형태로 건립했으며 피부재건성형, 피부과, 치과, 피부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김경식 베스티안재단 이사장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병원 성장 이끌어”

“1996년 신체의 50% 정도 전기 화상을 입은 스무살짜리 군인이 병원으로 왔습니다. 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치료했는데, 2개월 뒤 결국 젊은 군인은 사망했습니다. 군인의 보호자가 ‘다음에는 우리 아들 같은 사람을 꼭 살려달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아직도 가슴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김경식 베스티안재단 이사장은 외과 의사 특유의 카리스마와 병원을 수십년간 이끌어온 경영자로서의 내공이 느껴질 만큼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말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환자 얘기를 할 때는 ‘시린 가슴’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올 만큼 애정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화상을 치료하고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아주 무거운 책임감, 우린 그걸 ‘시린 가슴’이라고 말한다”며 “아픈 환자를 대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던 환자를 끝내 놓칠 때면 가슴이 많이 시리고 아프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병원을 이끌어온 그가 언론 앞에 나선 건 최근의 일이다. 김 이사장은 “화상은 사고로 발생하고 누군가가 불행을 겪는 일인데, 병원이 잘한다고 자랑할 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묵묵히 해왔던 것”이라며 “오송병원 건립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시린 가슴’으로 홀로 고군분투하며 시작한 서울 강남의 작은 의료기관은 이제 5개의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하는 공익재단으로 발전했다. 내년에 오송병원이 개원하면 전체 직원은 약 1000명이 될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예상치 못한 행운도 따랐다고 했다. 순화의원이 위치했던 대치동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면서 화상 병원이 경영난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화상 치료만큼은 ‘공공의료’ 영역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그가 병원을 재단법인화한 것도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고, 병원은 생명 앞에서 큰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개인 병원 형태였던 서울과 부산병원을 국가에 기부채납해 보건복지부 산하 공익 재단 법인으로 만들었다. 베스티안병원들은 베스티안재단 부속 형태로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국내 화상 전문병원 중 유일하게 안심병원 지정을 자처했다. 안심병원이 되면 의료진과 병원 직원이 비상 근무에 돌입해야 하고 감염 환자가 한 명이라도 방문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안심병원 지정을 꺼리는 기관들도 적지 않았다.

현재 베스티안재단은 병원 운영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에 필요한 드레싱 폼 제재 등을 연구·개발해 수입품을 자체 개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화상 후 흉터와 피부가 가렵고 건조해지는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세포치료제와 화장품들도 개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재단 산하에서 병원은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환자 진료에 초점을 두고, 별도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의료 제재와 화장품 연구·개발 등으로 수익을 거둬 이를 다시 진료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공의료를 실현하면서도 병원이 얼마나 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고 덧붙였다.

그에게 꿈이 몇 가지 더 있다. 화상 환자들의 치료 이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건, 재활을 돕는 화상재활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진짜 꿈은 따로 있어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상 예방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화상 환자가 없는 세상, 화상 전문병원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제 진짜 꿈입니다.”

기사: 허지윤 조선비즈 과학바이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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