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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20개로 시작… 외국인 환자 年 6000명 진료 벨라루스 병원 컨설팅 맡아 종합병원 첫 유럽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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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名병원 ① 대전 선병원
병상 20개로 시작… 외국인 환자 年 6000명 진료 벨라루스 병원 컨설팅 맡아 종합병원 첫 유럽 진출
기사입력 2017.03.14 12:14


대전시 중구 목동에 위치한 대전 선병원 전경. <사진 : 선병원>

동유럽 경제 신흥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벨라루스는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 병원이 있지만 의료 질이 떨어지거나 환자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진 병원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한 벨라루스 정부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의 벨라루스 법인과 메디컬센터 건립을 상의했다. 가즈프롬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호텔과 컨벤션센터, 쇼핑몰, 스포츠센터 등이 포함된 복합건물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벨라루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가즈프롬은 복합건물 내에 ‘가즈프롬 메디컬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메디컬센터 건립 컨설팅에 관한 국제 입찰을 진행했다. 병원 시스템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던 한국 대전의 대전선병원(선병원)이 입찰에 참여해 세계적인 의료 컨설팅 기업 오스트리아 ‘바메드’ 등 유럽 의료 기관들을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국내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중에 유럽에 진출한 첫 사례다. 선병원은 가즈프롬 메디컬센터 건립 단계부터 디자인, 의료 장비 선정 및 관리, 의료진 및 간호 인력 교육, 병원 정보 시스템 구축 등 운영 전반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병원은 2018년 하반기 완공된다.

서울의 대형 병원이 아닌 대전의 선병원이 유럽의 병원 컨설팅 프로젝트를 따내자, 선병원을 배우겠다는 열풍이 일었다. 선승훈 선병원 의료원장은 “당시 병원 설계 디자인, 장비 선정, 매뉴얼 등 총 500여페이지가 넘는 최종 컨설팅 리포트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데만 약 8000만원가량 소요됐다”며 “선병원이 유럽에 의료 시스템을 처음 수출하자 국내외 종합병원들이 앞다퉈 선병원의 노하우를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1966년 20개 병상의 선정형외과로 시작해 현재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 선치과병원 등 4개 병원 800병상을 갖춘 지방 종합병원으로 성장한 선병원은 환자 중심의 병원 경영 철학으로 유럽에 진출했다.


故 선호영 박사 설립, 아들 삼형제 경영

선병원의 모태는 고(故) 선호영 박사가 1966년 1월 설립한 선정형외과다. 제대로 된 병원이 없던 시절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선호영(1925년생) 박사는 6·25전쟁을 겪었다. 선 박사는 전쟁 당시 팔다리에 부상을 입은 참전 군인들이 낙후된 의료기술로 어쩔 수 없이 사지를 잘라내야 했던 처참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앞선 치료법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선 박사는 셋째 아들인 선승훈 현 선병원 의료원장을 낳자마자 3개월 뒤 가족들을 두고 돌연 독일로 유학을 갔다.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가톨릭의대 정형외과 교수로 부임해 선진 의학을 소개하던 선 박사는 대한적십자 총재를 역임했던 고(故) 최두선 전 경성방직 회장의 요청으로 대전적십자병원을 1년간 맡게 됐다. 1년이 지난 뒤 대학으로 복귀하려던 선 박사를 대전 시민들이 붙잡았고, 선 박사는 결국 1966년 대전 중구 선화동에 선병원의 모태인 선정형외과의 문을 열었다.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둘째 선두훈(인공관절 제조기업 코렌텍 대표) 선병원 이사장은 의학을, 넷째 선경훈 선치과병원장은 치의학을 전공했다. 선 박사는 1993년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시티은행에서 일하던 셋째 선승훈 현 선병원 원장을 불렀다. 각기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으려던 선두훈 이사장과 선경훈 선치과병원장도 선 박사가 불러들였다. 선두훈(2001년 3월 합류) 이사장, 선승훈(1993년 1월 합류) 선병원 의료원장, 선경훈(1997년 3월 합류) 선치과병원장으로 이뤄진 선병원의 3형제 경영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선병원에서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 ‘래피드 아크’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 갖춰

3형제는 디테일에 주목했다. 대전 중구 중촌동 8층으로 이뤄진 선치과병원 6층에 있는 보철센터에 들어서면 3D 구강카메라, 캐드캠, 밀링머신 등 디지털 장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선치과병원이 2013년 보통 1~2주가량 걸리던 보철 치료와 보철물 제작을 하루 만에 할 수 있도록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대전 유성구 유성선병원의 지하 암치료센터에는 기존 방사선치료기보다 훨씬 정밀하게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래피드 아크(Rapid Arc)’가 있다. 치료센터 공간은 천장이 무척 높고 저조도 조명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암환자들이 받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병원의 세심한 배려다.

선병원은 병원 곳곳에 붙어있는 ‘우리를 찾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미션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일례로 고장 나면 고치는 데 보통 수일이 걸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운영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했다. 장비 고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어떤 증상으로 고장 났는지 기록하는 매뉴얼도 갖췄다. 같은 증상으로 고장이 날 경우 매뉴얼에 따라 바로 자체 점검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 역시 선병원의 강점이다. 모든 간호사들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환자의 요구를 공유한다. 환자 개인별 맞춤형 코멘트가 저장돼 있으며, 발생 가능한 질병을 예측해 메일이나 메시지를 발송하는 평생 환자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바닥 청소 등 위생 관리도 디테일하다. 보통 외부 업체에 외주를 주는 것과 달리 선병원은 직영 직원들이 관리한다. 청소용 왁스와 물을 어떤 비율로 섞어 하루에 몇 번씩 바닥을 청소하는 것까지도 시스템 매뉴얼에 따른다. 세세한 부분까지 운영 소프트웨어와 노하우를 수십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선승훈 원장은 화장실 변기에 떠 있는 담배꽁초를 발견하면 직접 맨손으로 건져 올린다. 디테일을 강조하는 만큼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병원 시스템 통째로 유럽에 수출

수도권이 아닌 대전에 자리 잡은 선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연간 6000명에 달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이 선병원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 달에만 5~6회 방문한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의료진, 장비, 행정, 정보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병원 운영 노하우가 무형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50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으로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시스템을 통째로 유럽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벨라루스 프로젝트 수주 후 선병원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선병원은 현재 2~3개 국가의 메디컬센터 건립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선 원장은 “조만간 계약이 실제로 이뤄질 해외 프로젝트가 또 있다”며 “50년간의 시행착오로 이룬 병원 운영 노하우가 글로벌 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 원장은 시스템 개선을 위한 투자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국내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많은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하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선 원장은 이에 대해 “그럴수록 더욱 세계화가 중요하다”며 “병원의 살 길도 해외에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완공되는 특성화 전문 진료센터에 들어서는 콘서트홀.


환자의료진 위한 최첨단 공연장 갖춰

선병원은 환자 친화적 국제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규모 증축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선병원은 암·뇌졸중·심장부정맥·부인암 등 전문 진료센터와 380개 병상이 들어설 특성화 전문진료센터를 착공했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특성화 전문 진료센터는 유성선병원 뒤쪽에 지상 5층, 지하 5층 규모로 신축된다. 병원 내부는 철저한 감염 관리를 위해 오염·비오염 엘리베이터가 분리 설치된다. 내부 중앙에는 보성녹차밭과 유사한 계단식 정원이 조성돼 환자들이 녹지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도 볼거리다. 콘서트홀은 벽면과 천장이 모두 자작나무를 이어붙인 형태로 구축된다. 울림통 역할을 하는 벽면의 자작나무는 생생한 음향을 들려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의료진이 국제 세미나를 진행할 때는 자작나무 벽면이 자동으로 벽면 뒤쪽으로 감춰지도록 설계했다.


plus point

난소암 9회 재발 환자 수술 성공

선병원은 좋은 의료진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아정형·골종양 분야 명의로 알려진 이승구 박사, 부인암 전문 권위자인 최석철 박사를 비롯해 심장부정맥 분야 젊은 명의로 꼽히는 최민석 소장 등 우수한 의료진이 부임해 암 치료 및 혈관질환 치료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부인암 전문센터를 이끌고 있는 최석철 박사가 난소암이 9번 재발하고 몸 전체로 암세포가 전이돼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51세 여성 환자를 수술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 환자는 2005년 12월 처음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당시 서울 유명 병원에서 난소 제거 수술과 12회의 항암 치료를 받았던 이 환자는 병원으로부터“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듣고 2007년 7월 부인암 권위자인 최 박사를 찾아왔다. 환자는 당시 암 전이로 복수가 가득 차 있었고 간과 비장 주변, 골반 안쪽, 횡경막, 대동맥 림프절, 골반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전이된 상태였다.

최 박사가 10시간이 넘는 암 제거 수술과 이후 항암치료를 병행했으나 이 환자의 암은 1년에 한번꼴로 재발했다. 2012년 골반 양측 벽으로 전이된 암이 발견돼 최대 난관을 맞았다. 골반 벽을 도려내야 했지만 대동맥, 하대정맥 등 중요 혈관들이 그물망처럼 붙어있는 골반 벽을 도려내는 수술은 고난도였다. 최 박사는 국내 몇 안 되는 의사만 할 수 있는 ‘확대 골반 절제술’을 시행했다. 12시간이 소요된 이 수술로 최 박사는 골반 벽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이 환자는 2016년 7월에도 선병원에서 12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신장정맥 임파선, 위 일부, 소장 8군데, 우측 골반벽, 방광벽에 전이된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만약 수술하지 않았다면 6개월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환자는 현재 한 가정의 엄마로 살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선승훈 선병원 의료원장
“최고의 의료진 뽑기 위해 전공의 때부터 공들여”

“병원은 환자의 병을 고치는 곳입니다. 선병원이 서비스와 시스템이 좋은 병원으로 알고 있지만, 최고의 의료 인력을 기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선승훈 대전선병원 의료원장은 병원이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처럼 말했다. 실제로 선병원은 설립자인 고 선호영 박사가 병원을 개원할 때부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미 유명 의료진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하는 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역량이 병원의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선병원은 의사를 한 명 합류시키기 위해 수개월 전이 아니라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때부터 살펴 본다. 실력있는 전공의를 미리 살펴보고 3~4년간 검증한 뒤 선병원으로 합류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명의(名醫)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동국대병원, 원자력병원에서 부인암 분야 권위자였던 최석철 박사는 선 원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선병원에 와 부인암 전문센터를 이끌고 있다.

선 원장은 “최근 4~5년간 대학병원의 교수직을 버리고 선병원에 합류한 의사만 27명”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시스템 덕분”이라고 밝혔다.

선병원은 30여 년 전부터 해외 연수를 원하는 의료진에게 조건없이 최소 1년간 연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면 기준에 따라 수백만원씩 포상해준다. 의료진이 원하는 의료 장비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모두 구입한다.

선 원장은 ‘스마트 병원’ 구축에도 나서, 진료 예약 및 대기시간 확인, 접수, 수납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앱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모바일 헬스케어와 유전자 치료 분야 등도 활발히 준비 중이다.

선 원장은 “카이스트와 협약을 맺고 모바일 헬스케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임상 경험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정밀의학 시대로 발맞춰 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치료 분야의 경우 매년 선병원 주최로 심포지엄을 열며 일본 및 미국 권위자들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선 원장은 최근 병원 경영 노하우를 담은 책 ‘삼형제 경영 이야기’를 펴냈다. 선 원장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병원 안팎을 돌아보며 의료진과 직원들의 마음의 교본을 리더십 100계명으로 정리했다”면서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얻은 에피소드와 30년 가까이 병원장으로 지내 온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사: 김민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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