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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벗어나려면 복지 대신 노동·규제 개혁 필요 경제 정책 검증은 내 특기… ‘생산적인 정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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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움직이는 국회의원 <1>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달성군)
“저성장 벗어나려면 복지 대신 노동·규제 개혁 필요 경제 정책 검증은 내 특기… ‘생산적인 정치’ 하겠다”
기사입력 2017.09.04 11:04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수가 취약한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빨리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이재승 조선일보 인턴기자>

국민들이 국가에 내는 세금에 대한 법률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8월 22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조세소위 회의를 주재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현물 후원을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후에는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을 미리 입수해 분석했다. 조선비즈는 이날 오후 늦게 추 의원을 만나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한국 경제 구조개혁 구상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과도한 지출 계획 문제 심각”

추 의원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고 했다. 8월 29일 발표된 최종안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예산은 올해 본예산(400조5000억원)보다 28조4000억원 늘어난 429조원으로 편성됐다. 전년 대비 정부 지출 증가율은 7.1%로 올해 증가율(3.4%)의 두배가 넘는다. 추 의원은 새 정부가 내년도 정부 지출을 한국 경제 성장 능력을 추월할 정도로 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추 의원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지 퍼주기가 아니라 노동·규제·공공·교육개혁”이라면서 “경제관료 경험을 살려 국회가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1960년생인 추경호 의원은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나 계성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역임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 증가율을 7.1%로 잡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는 내년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경제가 4.5% 성장하는데 정부 지출을 7%이상으로 늘리면 나라 빚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 지출 내역이 건설이나 연구·개발(R&D) 등 1회성 지출이 아니라 건강보험,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한번 쓰면 쓰임새가 줄지 않는 경직성 지출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경직성 지출 증가는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나.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와 AA로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 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재정지출이 과도해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경직성 지출이 늘어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대외신인도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어느 연령대의 국민들이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될까.
“곧 고령층에 접어드는 45~50세 연령대의 사람들은 재정 지출의 수혜자가 돼 10년은 근근이 버틸 수 있다. 문재인 정부 계획대로 복지지출이 늘어날 경우, 45세 이하가 고령층에 접어들 때쯤 복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들이 세금을 아주 많이 내지 않으면 국가부채가 급증해서 그리스처럼 국가재정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추 의원은 정부 장차관 출신 국회의원 중 막내 축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기재부 후배 관료들의 우군이었다. 그는 경제관료 선배인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과 함께 한국당의 경제정책 투톱 역할을 하고 있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조기대선 때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은 것은 그에 대한 당 안팎의 신뢰를 보여준다. 공수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매서워졌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를 내세우면서 정부 지출 늘릴 구상만 하고있다. 정부 만능주의다.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소득주도성장’ 은 효과적인가.
“소득주도성장이란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서 내수를 확장시키자는 얘기다.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정부재정으로 민간소득을 증가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정으로 가계 소득을 늘리면 소비 증가로 이어질까.
“일시적 재정지출로 가계 소득이 늘어날까? 또 소득이 늘어난다고 경제가 선순환을 일으킬까? 한국 경제가 벤처기업도 아니고 정책을 실험하듯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선진국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묻고 싶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책은.
“최저임금을 16.4%나 올리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정부 재정으로 경감해준다고 한다. 민간기업의 임금 부담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은 사회주의 성향의 정부에서도 찾기 어려운 유례없는 정책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25%(현행 200억원 초과·22%)로 올리고, 과표 3억~5억원, 5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에 적용되는 세율을 40%, 42%
(현행 38%, 40%)로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초(超)대기업, 초고소득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인세율 인상 대상 130여개 대기업을 초대기업으로 규정했다. 이상한 발상이다. ‘포천(Fortune)’에서 세계 100대 기업을 선정하면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1~2개뿐이다. 세계 500대 기업이라고 해도 몇개 없다. 그런데 130여개 기업을 초대기업이라고 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행태다.”

증세 해법은 무엇인가.
“초고소득자와 대기업 증세를 해도 세수증가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그 정도 재원으로는 복지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 성장을 통해 세금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세율을 놔둬도 세수가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필요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2014년 4월 3일 당시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식목행사에 참석해 ‘나무 쑥쑥 경제 쑥쑥’이라는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기재부>

추 의원은 스스로를 ‘구조개혁 전도사’라고 부른다. 수출 중심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통신·의료·보건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경직된 규제시스템과 노동시장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꾸기 위해 앞장선 정치인으로 기록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현 정부 경제정책 가운데 취약한 부분은.
“지금은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다. 힘들지만 꼭 필요한 성장 전략과 구조개혁 전략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전략을 짜지 않는다.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를 생산성 높은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바꿔야한다. 이를 통해 민간의 창의와 열정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유연하고 역동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구조개혁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교육이다. 고교 졸업생의 70~80%가 대학에 가지만 기업은 원하는 인력을 찾기 힘들다. 직업교육 중심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꾸고 경제활동에 맞는 인력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지금 같은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공지능·빅데이터 관련 인재를 키울 수 없다.”

국회는 구조개혁에 도움이 되고 있나.
“국회가 개혁을 지체시키고 있는 것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나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에는 온갖 걱정을 쏟아내며 법안 심의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 않나.”

지난 1년간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는.
“정부에 있을 때는 국회로 올 때마다 답답한 게 많았다. 경제정책을 했던 경험을 살려 ‘부가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결심을 하고 국회에 진출했다.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매진하자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현실 정치의 벽은 높지만 그래도 생산성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고 노력해볼 것이다.”


▒ 추경호
1960년 대구 출생, 계성고, 고려대 경영학과, 미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25회 행정고시 합격,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대구 달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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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공직생활 마감하고 정치인 변신한 이유는?


추경호(오른쪽) 의원이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지역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 추경호 의원실>

추경호 의원은 2016년 1월 12일 돌연 33년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그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한 것이다.

그는 “정부가 고민한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무력감과 분노까지 느꼈다” 면서 “호랑이굴인 국회로 들어가서 정치가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고 말했다.

당시 윤상직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추 의원과 함께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추 의원은 자신의 고향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구로 상징성이 있는 대구 달성군에서 공천을 받았다. 추 의원은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 조순, 이승윤, 최각규 부총리 비서로 일했다. 엘리트 공무원의 첫걸음인 장관 비서를 3번이나 했다. 과장 때는 재정경제부 최말단 과장인 법무담당관에서 곧바로 금융정책국 넘버2인 은행제도과장으로 영전해 주목을 받았다.

금융정책과장을 맡고 있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카드사태, 신용불량자 대란 등을 수습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경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만들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저축은행 사태 수습에 앞장섰다.


plus point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인연
‘기재부 한솥밥’ 동료에서 정책 공방하는 맞수로

이현승 조선비즈 정치팀 기자


추경호(오른쪽)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진 : 추경호 의원실, 조선일보 DB>

6월 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는 주인공인 김동연 부총리 후보 못지않게 자유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평소 점잖던 추 의원이 김 부총리 후보를 매섭게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가 “무기력·무소신의 영혼 없는 기획재정부가 되려고 하느냐”고 따졌을 때 배석한 기재부 관료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추 의원은 “기재부는 5월 초까지도 추가경정예산이 필요 없다고 하다가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오락가락한 태도를 비판했다. 김 부총리 후보는 “의원님의 후배들이 이 나라를 지탱해 나간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공무원들, 정권보다 국민 위해 일해야”

추 의원과 김 부총리는 사무관 시절 경제기획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다.

나이는 김 부총리(1957년생)가 추 의원(1960년생)보다 세살 위지만, 행정고시 기수는 추 의원(25회)이 김 부총리(26회)보다 빠르다. 두 사람은 수습 사무관 교육을 함께 받았다. 대학 재학 중 고시에 합격한 추 의원이 동기들보다 1년 늦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 하지만 업무 분야는 달랐다.

김 부총리가 예산실에서 과장, 국장 보직을 거치는 동안 추 의원은 경제정책국, 금융정책국에서 이력을 쌓았다. 김 부총리가 김광림 의원(행시 14회),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행시 17회) 등 예산 관료들의 총애를 받은 반면, 추 의원은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행시 19회),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행시 23회) 등 재무관료들이 멘토다.

주요 경력도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고 할 만큼 팽팽하다. 김 부총리가 2008년 6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역임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직을, 추 의원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역임했다. 김 부총리는 기재부 2차관을 2012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역임했고, 추 의원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기재부 1차관을 거쳤다. 김 부총리가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뒤 추 의원이 김 후보자의 후임으로 임명돼 2016년 1월까지 재직했다.

재정과 거시·금융이라는 경제정책의 양대 산맥에서 승승장구했던 두 사람은 국회에서 격돌하게 됐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고, 추 의원은 정부의 세금정책을 관장하는 조세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부총리의 ‘핀셋증세안’이 추 의원의 손끝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하지만 이런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추 의원은 김 부총리 걱정을 많이 했다. 이른바 ‘김동연 패싱(김동연 부총리의 입장과 상관없이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흐름)’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부총리가 ‘법인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여당 대표 말 한마디에 뒤집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잘 운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으려면 기재부에 힘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배 관료들을 향해서도 “통치자의 철학과 이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공무원의 숙명이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게 기재부의 역사였다”면서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자세로 일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사: 정원석 조선비즈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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