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나 두미나 대표가 경기도 광주 사무실에서 오토 플렉스 제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는 “2013년 회사를 만들면서 우리가 만든 샤프트로 한국 선수가 우승 한 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벌써 5승을 거두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 민학수 기자
정두나 두미나 대표가 경기도 광주 사무실에서 오토 플렉스 제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는 “2013년 회사를 만들면서 우리가 만든 샤프트로 한국 선수가 우승 한 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벌써 5승을 거두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 민학수 기자

샤프트는 흔히 ‘골프채의 엔진’에 비유된다. 그만큼 중요하다. 공을 정확하게 맞히면서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샤프트가 적당하게 휘었다가 임팩트 순간 제자리로 정확하게 돌아와야 한다.

샤프트의 휘는 정도, 즉 강도는 플렉스(flex)다. 보통 가장 약한 정도는 레이디(L), 중간은 레귤러(R), 강한 건 스티프(S), 그리고 R과 S의 중간은 스티프 레귤러(SR) 혹은 레귤러 스티프(RS) 등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제조사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흔히 CPM(Cycles Per Minute)을 측정한다. CPM은 분당 진동수로, 샤프트가 강할수록 진동수가 많다.

힘이 센 골퍼가 약한 샤프트를 사용하면 채가 너무 많이 휘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힘이 약한 골퍼가 강한 샤프트를 쓰면 너무 적게 휘어 공을 멀리 보낼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스윙 스피드에 맞는 샤프트를 장착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국내 회사 두미나가 출시한 샤프트는 ‘자동으로 플렉스가 조정된다’고 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제품 이름도 ‘오토 플렉스(Auto Flex)’다. 오토 샤프트란 개념은 샤프트가 낭창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볍고 부드럽더라도 임팩트 순간에는 샤프트의 물성에 따라 힘이 받쳐주면서 샷의 정확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공중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다가도 목표물에 정확하게 달라붙어 살점을 에듯 타격하는 채찍의 원리를 샤프트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제품을 사용해본 골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 자동은 아니다. 처음엔 세 가지 모델을 만들었다. 305는 스윙 스피드 60~75마일, 405는 스윙 스피드 75~95마일, 505는 스윙 스피드 90~105마일에 해당하는 골퍼를 겨냥해 만들었다. 이 세 모델의 무게가 각각 37, 44, 51g으로 기존 샤프트보다 10~20g가량 가벼워졌다.

각 모델 사이의 간격을 좁혀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각 모델에 X 모델을 추가했다고 한다. 505X는 100마일 이상 120마일까지 남자 프로골퍼도 사용하도록 했다. 장타용으로 120마일 이상 골퍼를 위한 505XX 모델도 만들었다.

정두나 두미나 대표이사는 “스윙 스피드가 100마일 이상인 사람은 기존 샤프트라면 CPM 250 이상인 샤프트를 써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 대표는 “소재의 특성도 있고, 원단의 패턴 등에 비밀이 있다”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제작 경험에서 찾아낸 결과물이다”라고 했다. 경쟁사들에 비밀이 노출될까 싶어 특허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탄소 섬유에 세라믹, 티타늄, 보륨 등을 첨가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오토 플렉스는 샤프트 하나에 95만원으로, 할인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샤프트가 이렇게 폭넓은 스윙 스피드를 받아준다고 주장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샤프트에 새겨진 ‘KHT’는 코리아 히든 테크놀로지(Korea Hidden Technology)의 약자고, SF는 스펙 프리(Spec Free)의 줄임말이다.

오토 플렉스는 해외에서도 화제다. 골프 장비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를 하는 한 유튜브 채널(TXG 투어 익스피리언스 골프·TXG Tour Experience Golf)에서 오토 플렉스 샤프트에 대해 호평한 것이다. 그들도 이 샤프트에는 “뭔가 특별한 게 숨겨져 있다”고 했다.

정두나 대표는 “저희 샤프트가 미국 골프 잡지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TXG 쪽에서 리뷰를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며 “해외 15개국에서 유튜브 테스트 영상을 보고 총판을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내년에는 수출도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이미향 선수는 이전 모델부터 사용하고 있다. 국내와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해림, 이나경 등 여자골퍼들과 이부영, 최병복, 문충환 등 국내 시니어 투어 선수들도 애용한다. 예전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가벼운 샤프트로 스윙 스피드와 비거리를 낼 수 있다는 반응이다.


두미나가 최근 오토 플렉스 샤프트를 장착해 내놓은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 드라이버 ‘그레이턴스(Greatance)’. 사진 두미나
두미나가 최근 오토 플렉스 샤프트를 장착해 내놓은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 드라이버 ‘그레이턴스(Greatance)’. 사진 두미나
골프 장비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를 하는 유튜브 채널(TXG 투어 익스피리언스 골프)에서 오토 플렉스 샤프트를 평가하는 모습. 원동영상을 번역해 자막을 입혔다. 사진 유튜브
골프 장비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를 하는 유튜브 채널(TXG 투어 익스피리언스 골프)에서 오토 플렉스 샤프트를 평가하는 모습. 원동영상을 번역해 자막을 입혔다. 사진 유튜브

프리미엄 드라이버 ‘그레이턴스’ 선보여

두미나는 최근 오토 플렉스 샤프트를 장착한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 드라이버인 ‘그레이턴스(Greatance)’를 선보였다. 그레이터(Greater)와 디스턴스(Distance·거리)를 합친 이름으로 골프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렌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정 대표가 두미나를 설립한 건 2013년이다. 그는 회사 설립과 제품 개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07년부터 골프 사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미라이 스포츠’라는 회사였다. 일본과 합작 브랜드였다.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해야 팔리던 때라 그랬던 거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우리 기술로 모든 걸 만드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승부를 걸어보자’ 뭐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기대와 달리 회사 설립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장을 빌렸다가 사기도 당해봤다. 2015년 겨울 지금의 경기 광주에 직접 공장을 차렸다. 정 대표는 “어쨌든 공장이 있으니 샤프트 연구는 실컷 했다”며 “수많은 원단과 여러 소재를 결합해 가며 이것저것 만들어 테스트해봤고 그 결과가 오토 파워와 오토 플렉스 아닐까 싶다”고 했다. 

오토 플렉스 이전 모델인 오토 파워는 지은희, 신지애, 신지은 선수 등도 사용했다. 특히 지은희 선수는 오토 파워 샤프트를 사용하면서 3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가 우승 한 번 했으면 하고 만들었는데 5승을 했다.  

두미나 샤프트는 핑크색이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정 대표는 “분홍색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꿈을 꾼 적 있는데 그게 하도 생생해서 회사 컬러로 쓴 것”이라며 “처음에는 제품에 사용하지 않다가 2016년부터 적용해 봤는데 ‘핑크 샤프트네. 저게 뭐지?’하는 등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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