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고향인 알제리의 해변. 카뮈가 젊은 시절 쓴 에세이에 유난히 지중해의 자연 예찬이 많은 까닭은 그 풍광이 모두 무상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아르테
알베르 카뮈의 고향인 알제리의 해변. 카뮈가 젊은 시절 쓴 에세이에 유난히 지중해의 자연 예찬이 많은 까닭은 그 풍광이 모두 무상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아르테

카뮈
최수철 지음│아르테│284쪽│1만8800원

1960년 1월 4일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프랑스 남부 지방 루르마랭의 집에서 나와 갈리마르 출판사 사장의 조카인 미셸이 운전한 자동차를 타고 파리로 가던 중이었다. 원래 그는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갈 예정이었으나, 느닷없이 미셸이 나타나 차를 태워주겠다고 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실존의 부조리를 탐구해 온 작가가 기묘하게 부조리한 죽음의 덫에 걸렸다고나 할까. 카뮈는 1914년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나 고작 43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아 그 누구보다 젊은 나이에 창작의 정점에 올랐지만, 불과 46세에 뜻하지 않게 세상을 떴다. 그때 자동차 안에서 발견된 카뮈의 서류 가방엔 미완성 소설 ‘최초의 인간’ 초고가 들어있었다. 

올해는 카뮈 타계 60주년이다. 프랑스에선 카뮈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고 한다. 때맞춰 국내에서도 카뮈를 기리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지난해 제50회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최수철이 카뮈의 삶과 문학 현장을 답사한 기행문을 모아서 ‘카뮈’라는 책을 냈다. 서울대 불문학과 출신인 최수철은 카뮈 전공자가 아니다. 물론 불문학도로서 카뮈를 읽었지만,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이념적인 메시지가 과도해 상대적으로 리얼리티와 정서적 감응의 힘이 약하다고 여겨진 탓이었다”라는 것.

하지만 그는 카뮈의 미완성 소설 ‘최초의 인간’이 1994년 출간됐을 때 때마침 파리 체류 중이라서 그 책을 읽어보곤 “이 자전적인 작품 속에는 지극히 세부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리얼리즘을 넘어서는 카뮈 특유의 삶에 대한 비전이 진솔한 내면의 고백을 통해 절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라고 느꼈다. 그는 카뮈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이방인’ 번역도 맡았다. 그러곤 카뮈의 흔적이 담긴 길을 되밟아 가는 여정에 나섰다.

그의 문학 기행은 두 곳으로 나뉘었다. 우선, 카뮈의 고향 알제리를 찾아갔다. 카뮈는 식민지 종주국 프랑스인이지만, 그의 가족은 알제리 빈민층으로 살았다. 최수철은 문학 기행을 통해 카뮈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체험함으로써 카뮈의 ‘이방인 의식’이 싹튼 배경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런데 카뮈가 젊은 시절 쓴 에세이에 유난히 지중해의 자연 예찬이 많은 까닭은 그 풍광이 모두 무상으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중해는 가난한 카뮈가 유일하게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세계였고, 실존의 부조리에 맞서게 한 생명력의 원천이었다. 

최수철은 카뮈가 남긴 ‘작가 수첩’을 길라잡이로 삼아 카뮈의 눈을 대신해 풍경을 보고 카뮈의 생각을 재현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여행 중에 쓴 글은 때때로 카뮈가 남긴 글과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지중해 해변을 떠나 프랑스를 찾았다. 카뮈의 활동 무대였던 파리를 거쳐 마침내 카뮈가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집을 마련해 살았던 루르마랭을 찾았다. 카뮈는 지금 그곳 공동묘지에 묻혀있다. 카뮈는 ‘작가 수첩’에 영혼과 생사에 관한 단상을 남겼다. “영혼이 통째로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부여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영혼은 일생에 걸쳐서 이승에서 창조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산다는 것은 그 길고도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출산의 과정에 불과하다. 우리 자신과 고통에 의해 창조된 영혼이 드디어 준비가 되면 바야흐로 찾아오는 것이 죽음이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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