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의 전기 모터바이크 ‘라이브와이어’. 사진 할리데이비슨
할리데이비슨의 전기 모터바이크 ‘라이브와이어’. 사진 할리데이비슨

요즘은 도로에서 전기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대세다.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장기 계획을 들여다보면 전기차로의 전면 변경을 목표로 하는 곳이 많다. 반면 모터바이크 시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기 스쿠터 정도가 50~125㏄ 원동기를 대체하는 식으로 시장에 선보이지만, 대형 모터바이크 시장의 전기화는 유난히 더디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터바이크가 생활필수품이 아닌 레저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타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터바이크에서 엔진이 가지는 존재감은 전기 모터와 비교할 수 없다. 매끄럽고 정숙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 보닛 속에 숨은 자동차 엔진과 비교해 모터바이크 엔진은 두 다리 사이에 끼우고 그 진동과 열기를 오롯이 느낀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감성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러 엔진의 필링을 거칠게 만들기도 하고 점화 간격을 불규칙하게 조절하기도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할리데이비슨은 고유의 V트윈엔진 형식과 사운드를 브랜드화할 정도로 엔진의 존재감과 기계적인 감성에 집중하는 브랜드다. 그런데 이러한 할리데이비슨에서 전기 모터바이크 ‘라이브와이어’를 선보였다. 전통적인 모터바이크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첫 대형 전기 모터바이크다. 엔진이 빠진 할리데이비슨이라니, ‘팥 없는 찐빵’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사실 라이브와이어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모델이 아니다. 2014년 ‘프로젝트 라이브와이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오브 울트론’의 서울 강남 촬영 현장에서 프로토타입이 포착됐다. 영화 속에서 블랙위도가 라이브와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는 모습은 많은 마블 팬의 뇌리에 선명할 것이다. 영화 촬영 이후 할리데이비슨은 프로젝트 라이브와이어를 생산했는데, 이것은 판매 목적이 아니었다. 대신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 등 주요 시장을 돌며 고객 대상 테스트 주행을 진행했다. 6800명의 테스트 라이더를 포함한 1만5000명 이상의 고객으로부터 얻은 의견을 반영해 대폭 개선한 모델이 ‘라이브와이어’다. 전기바이크에 대해 라이더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조사 과정을 거친 것이다. 5년의 숙성 과정을 거친 만큼 첫 전기바이크지만 완성도가 높다.

할리데이비슨은 전기 모터바이크로 라이더의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선 차체의 디자인과 품질에 집중했다. 지금까지의 전기바이크가 미래를 의식하는 장난감 같은 디자인이었다면 라이브와이어는 현재의 모터사이클 분위기를 그대로 담았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네이키드 바이크 실루엣이지만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가 차체의 중심을 채우고 있다. 전기바이크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도, 숨기지도 않는다. 그리고 차체 전반의 품질과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

두 번째로 촉감에 집중했다. 지금까지의 전기바이크는 정차 시에는 시동이 꺼진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와이어는 아이들링 상태를 촉감으로 전달해준다. ‘햅틱 펄스’라고 이름 붙은 이 기능은 모터에 시동이 걸려 있음을 감각으로 표현해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핸들 바를 잡고 있는 손끝과 엉덩이 감각을 통해 심장처럼 두근거리는 박동을 느낄 수 있다. 엔진의 회전수보다는 많이 느린, 성인의 심장 박동과 거의 비슷하다. 이것 하나로 모터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진다.

세 번째는 사운드다. 라이브와이어의 모터는 바퀴가 돌아가는 것에 평행하는 가로 방향이 아니라, 90도 틀어진 세로 방향으로 장착돼 있다. 그래서 회전축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헬리컬 기어가 필수인데 여기서 기계적인 소음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전기 모터바이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모터의 고주파음과는 다른, 조금 더 기계적인 소음이 발생한다. ‘슈우우웅~’ 하는, 마치 SF 영화 속 모터바이크에서 듣던, 그런 소리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되고 연출된 것이다. 독특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소리가 할리데이비슨 전기 모터바이크만의 새로운 감성에 딱 어울린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집중한 것이 주행 성능이다. 그저 그런 성능이라면 굳이 화끈한 엔진을 두고 전기 모터를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대출력 105마력의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3초 안에 100㎞/h까지 가속하고 최고속도는 180㎞/h에 달한다. 모터의 특성상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속도가 붙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역시 스포츠 바이크에 사용되는 완전 조절식이며 고성능 브레이크의 대명사 격인 브렘보 캘리퍼가 더해진 더블디스크 브레이크는 강력한 제동 성능을 보여준다. 할리데이비슨 역사상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바이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할리데이비슨은 과거의 할리데이비슨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전기바이크만의 새로운 감성을 탄생시켰다.


1 할리데이비슨 역사상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바이크다. 사진 할리데이비슨 / 2 라이브와이어의 계기판. 사진 할리데이비슨 / 3 라이브와이어의 충전단자. 사진 할리데이비슨
1 할리데이비슨 역사상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바이크다. 사진 할리데이비슨 
2 라이브와이어의 계기판. 사진 할리데이비슨 
3 라이브와이어의 충전단자. 사진 할리데이비슨

주행 거리 향상이 관건

하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있다. 우선 주행 거리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시에는 최대 235㎞를 갈 수 있지만 연속적인 고속 주행에는 150㎞ 정도로 주행 거리가 줄어든다. 실제로 테스트 주행 시 110㎞가량을 주행한 후 배터리 잔량은 20%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DC콤보를 이용한 고속충전을 지원해 1시간 만에 100%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대형 전기바이크는 대부분 소규모 신생 브랜드들의 영역이었다. 모두가 모터사이클계의 테슬라를 꿈꾸지만 이들이 선보이는 전기바이크들은 그저 조금 신기한 탈것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할리데이비슨이 보여준 라이브와이어는 차량의 디자인과 질감, 만듦새 그리고 주행 감각까지 기대 이상이었다. 테슬라의 전기차를 처음 탔을 때 이만하면 엔진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라이브와이어도 비슷한 감상이 들게 했다.

사실 모터바이크 라이더로서 이 재밌는 모터바이크를 미래에 즐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다. 하지만 라이브와이어를 타보고 조금은 그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전기바이크도 잘 만들면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양현용 월간 ‘모터바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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