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했다. 사진 동아시아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했다. 사진 동아시아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동아시아|1만5000원|270쪽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요즘 TV 출연으로 지명도가 높아진 가운데 물리학과 인문학을 결합한 책 ‘떨림과 울림’을 출간했다.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며 낸 책이다. 김 교수는 이미 물리학의 대중화를 겨냥한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와 ‘김상욱의 양자 공부’ 등을 낸 바 있는데, 이번에 낸 책에서 더 원숙해진 글솜씨를 보여주는 듯하다. 

‘우주는 떨림이다’라고 시작한 이 책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떨림을 환기하면서 ‘소리는 떨림’이라고 한 뒤, ‘우리가 말하는 동안 공기는 떤다’고 하더니 ‘빛은 떨림’이고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라며 점점 더 어려운 말로 넘어간다. 아무튼 ‘세상은 볼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는 얘기다.

‘떨림’과 함께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현상은 ‘울림’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책 제목을 ‘떨림과 울림’으로 정한 까닭을 자세히 설명한다. ‘음악은 그 자체로 떨림의 예술이지만 그것을 느끼는 나의 몸과 마음도 함께 떤다’라는 점에서 ‘인간은 울림’이라는 것.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그런데 물리학이란 아무리 쉽게 써본다고 해도 점점 더 깊이 들어갈수록 난해한 미로를 펼쳐놓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라며 슬쩍 독자들의 끈질긴 탐독을 요청했다.


물리학의 대중화 겨냥

그래도 이 책은 가능한 한 평이하게 물리학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 했다. 각 이야기의 소제목도 흥미를 유발한다. 중력을 설명하는 글의 제목은 ‘서로가 서로에게 낙하한다’는 것이고, 에너지를 풀이하는 글은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변화할 뿐’이라고 한다.

과학에 관한 한 문외한인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대목은 이러하다. “낙하하는 사과를 보면 나무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알 듯, 팽창하는 우주의 시간을 돌려보면 한 점에 모이게 된다. 물론 지금은 팽창하지만 과거에는 제멋대로 팽창·수축했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때는 가급적 단순한 답을 찾는 것이 과학의 원칙이다. 일정한 속도로 우주가 팽창했다고 보는 것이다.”(27쪽)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기계가 우리를 지배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인공지능이 도달할 의식은 우리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금붕어가 상대성이론을 상상할 수 없듯이 말이다.”(212쪽)

김 교수는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종교나 철학은 자신의 이론으로 때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과학자가 보기에 그냥 모른다고 했으면 좋을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과학은 무지를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무지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269쪽)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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