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메로’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사진 스톡홀름 회복센터
우리에게 ‘메로’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사진 스톡홀름 회복센터

만들어진 진실
헥터 맥도널드|이지연 옮김|흐름출판
1만6000원|416쪽|11월 19일 출간

영국의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의 대표 제임스 돈트는 아마존을 ‘피도 눈물도 없이 돈만 밝히는 악마’라고 묘사했다. 이는 서점들이 아마존을 바라보는 공통된 인식이었다. 수많은 서점이 아마존 때문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반면 아마존을 ‘구세주’로 생각하는 작가나 소규모 출판사도 많다. 아마존은 자가 출판 플랫폼인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을 통해 기존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많은 작가가 전자책을 출판할 수 있게 했다. 매출의 70%는 작가 몫으로 배분했다. 이 점에서 작가들은 “아마존이 작품 생산·유통의 민주화로 가는 거대한 물결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찬사를 보낸다.

아마존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은 하나의 존재에 대해 수많은 진실이 존재하며, 나에게 어떤 점이 부각되느냐에 따라 대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곡물 중 하나인 퀴노아를 동네 상점에서 처음 발견하고 직원에게 이 씨앗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직원은 ‘퀴노아는 단백질과 섬유질, 미네랄 함량이 높은 고영양 식품’이라고 할 수도, ‘퀴노아 재배가 자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직원은 여러 진실 중 하나를 골라 내가 구매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아가 퀴노아에 대한 관점마저 좌우할 수 있다.

저자는 수많은 진실을 편집하는 서른한 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가짜뉴스가 논란이 되는 요즘, ‘편집된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진실을 편집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계를 본인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설명하라거나, 숫자를 더 크게 보이고 싶다면 기간을 늘려 잡으라는 식의 방법이 나온다. 알려야 할 불리한 팩트를 스토리에 묻어 청중이 스토리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도 담겨 있다.

사람의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름’을 잘 활용해 진실을 편집할 수 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1977년 미국 생선 수입업자 리 란츠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어시장에서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라는 괴물 같은 회색 고기를 발견했다. 맛은 심심했지만, 양념만 잘하면 고급 메뉴로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고기를 발견한 곳의 이름을 따 ‘칠레 농어(한국에서는 흔히 메로로 불림)’라 이름 지어 팔았고, 현재 칠레 농어는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 위기에 몰릴 만큼 인기 메뉴가 됐다.


끊임없이 의심하라

저자는 책 말미에서 수백 개의 얼굴을 지닌 진실을 접했을 때, 나에게 비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라고 조언한다. 정치인이, 기업가가, 미디어가 내게 그럴 듯한 수치를 들이밀었을 때 기준은 무엇인지, 이 수치가 왜 의미가 있는 것인지, 더 주목해야 할 숫자는 없는지 확인하고 비판해 보라는 것이다. 주어진 진실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브렉시트·트럼프 당선은 어떻게 가능했나
아웃사이더의 반란
스티브 리처즈|장서연 옮김|지식의날개
1만8000원|376쪽|11월 1일 출간

정계에서 아웃사이더라 하면 흔히 급진 좌파 세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영국 언론인 출신의 정치 평론가 저자는 ‘보수주의자 아웃사이더의 등장’에 주목한다. 보수 아웃사이더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기성 보수 세력과 다르다. 그들은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거나 최소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가가 이민도 관리해야 하며, 범죄와 안전 문제도 매우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국의 산업을 저렴한 수입품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도 강하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와 기성 정치권 엘리트인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었던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것도 트럼프가 보수 아웃사이더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같은 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도 보수 아웃사이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브렉시트 찬반투표가 이뤄진 것은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이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설득했기 때문이었다. 영국독립당이 아니었다면 영국은 아직 EU 일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큰그림으로 변화를 보라
미래의 단서
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우진하 옮김
부키|1만8000원|360쪽|10월 31일 출간

연말을 맞아 다양한 ‘2019년 트렌드 예측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1982년 내놓은 ‘메가트렌드’로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적인 미래학자 반열에 오른 존 나이스비트가 낸 ‘미래의 단서’는 여느 예측서와 달리 구체적인 트렌드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 “트렌드는 억지로 찾아낸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세상을 주시하는 것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대신 미국이 지고, 중국이 뜨는 ‘힘의 구조 변화’를 가장 강력한 메가트렌드로 제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진원지인 미국에 대한 세계의 경외심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 시점부터 중국의 공식 발언도 좀 더 세지기 시작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기업이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도 그가 말하는 메가트렌드 중 하나다. 저자가 과거부터 변화를 추적해 왔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책의 신뢰도를 높인다.


주목해야 할 한국계 미국 작가
황인의 영혼(The Souls of Yellow Folk)
웨슬리 양|노튼출판사
24.95달러|256쪽|11월 13일 출간

한국계 작가 웨슬리 양이 미국에서 데뷔 에세이를 내놨다. 책은 지난 10년간 그가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에 쓴 짧은 글 13편을 엮은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2018년 주목해야 할 책’으로 선정했다.

책은 전형적인 ‘이민자 문학’의 범주에 속한다. ‘페이퍼 타이거’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는 이민자의 설움, 분노가 가장 격렬하게 묻어난다. 에세이를 쓴 2011년은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의 교육열에 대해 ‘타이거 맘(Tiger Mom·엄격하게 훈육하고 간섭하면서 자녀를 혹독하게 교육하는 엄마)’이라고 조롱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동양인이 지나치게 효(孝)를 우선시하고, 명문대 진학을 고집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동양인이 명문대를 다녀봤자 학문적 성취는 어차피 졸업과 동시에 끝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에는 아시아계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1903년 에드워드 두보이즈가 쓴 ‘흑인의 영혼(The Souls of Black Folk)’에 대한 오마주다. 그로부터 115년이 흐른 지금, 동양인이 이 제목을 갖다 썼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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