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의 저자 미치 프린스턴 노스캐롤라이나대 임상심리학과 교수. 사진 미치 프린스턴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의 저자 미치 프린스턴 노스캐롤라이나대 임상심리학과 교수. 사진 미치 프린스턴

당신은 인기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당신이 농담할 때 주변에서 물개박수를 치거나 크게 웃는 사람이 많은가. 반대로 친목 모임에서 약속을 정할 때 당신의 스케줄은 항상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가.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과 어울렸던 충만감, 혹은 ‘소외당했을 때’의 당혹감이 어른의 운동장에서도 당신을 지배하는가.

심리학자 존 코이가 호감과 비호감으로 분류한 사회관계 집단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첫째, 인기 있는 ‘인정·수용형’, 둘째 비호감을 사는 ‘거부·배척형’, 셋째 인기 있으면서도 비호감을 사는 ‘양면형’, 넷째 눈에 띄지 않는 ‘무시형’과 ‘평범형’이다.

놀라운 건 어린 시절 형성된 이 유형은 환경이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적 실험에 따르면 어린 시절 경험하는 인기의 유형이 평생 지속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학을 가거나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성인이 돼 새로운 사회 집단에 들어가서도 인기 있는 사람과 인기 없는 사람은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라는 책을 쓴 미치 프린스턴(Mitch Prinstein) 노스캐롤라이나대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인간관계 역학은 네 살짜리 유치원생부터 고령자까지 전 연령에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를 그토록 흥분시키는 ‘인기’의 이중 경로를 분석했다. 인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행복을 치밀하게 밝힌 저서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는 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 비교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치 프린스턴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책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책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인기란 무엇인가.
“popular라는 단어가 쓰인 16세기 이후, 인기는 ‘높이 평가되고 선호되는 대상’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인기의 속성은 두 가지다. 첫 번째 호감(likability). 호감을 주는 사람들은 타인과 협력하고 나눌 줄 알고 규칙을 따른다. 유년기 아이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호감을 끄는 유형이 있다. 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고 소중히 대하고 친구가 소속감을 느끼도록 신경 쓴다. 두 번째는 청소년기에 급부상하는 지위(status)로서의 인기다. 우월감·힘·영향력 같은 것들을 기초로 한다. 지위는 청소년기에 나타나 평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위형 인기에 익숙한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불안·우울증·중독, 관계의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

왜 우리는 그토록 인기에 집착하나.
“우리가 인기에 집착하는 건 자연스러운 신경 화학의 산물이다. 예컨대 유명인이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거나 보기만 해도 우리 뇌의 보상 중추가 활성화된다. 우리 뇌의 신경망과 호르몬은 인정받거나 찬양받을 때 기분이 좋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어릴 때 인기가 평생 이어진다는 사실은 수긍되면서도 충격적이다. 그 사실을 발견했을 때 학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반드시 어릴 때 인기가 평생 가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면 대놓고 인기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철없던 시절의 행동 패턴을 반복하곤 한다. 이제 우리는 인기에 관해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에 당신이 누렸거나 혹은 박탈당했던 지위와는 달라야 한다. 그 시절의 군림과 구별 짓기와는 안녕을 고하라. 이젠 존중과 존경을 바탕으로 한 안정된 인기를 누려야 할 때다.”

아이의 인기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부모의 인기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나.
“인기는 지능, 육체적 매력, 기질을 부모로부터 상속받는 것과 관련 있다. 사실 인기는 두 세대에 걸쳐서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나타난다. 어린 시절 또래와의 긍정적인 경험을 떠올린 엄마의 자녀는 인기가 평균 이상이다. 적대적 경험을 떠올린 엄마의 자녀는 인기가 없다. 특이한 건 불안하거나 외로운 기억을 떠올린 엄마의 자녀는 인기가 없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자녀가 호감 가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려는 엄마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가 인기를 얻도록 도울 수도 있고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어떤 아이가 인기 있는지, 거부당할지 예측할 수 있나.
“물론이다. 공격적인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핵심이다. 단 5분 동안이라도 아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부모의 아이는 인기 없는 사람으로 자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우울한 부모도 위험하다. 아이를 덜 효과적으로 훈육하고 웃어주는 일도 적다. 아이의 인기에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라 조언이다.”

아이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또래 친구들과 있을 때 어떻게 긍정적인 감정과 행복감을 유지하는지 끊임없이 말해줘야 한다. 구별 짓기보다 연결 짓기, 차이점보다 유사점을 발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가르치라. 그러나 그 무엇보다 자녀의 인기를 위한 부모의 유일한 투자는 스스로 너그럽고 건강한 관계의 모형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성인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모방하기 때문이다.”

인기 없음의 최악의 형태, 즉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을 부모는 어떻게 도울 수 있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끔찍한 경험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험에 깊이 귀 기울이고 공감하면 그 고통이 확실히 누그러든다. 부모는 자녀가 왜 왕따를 당했는지, 그 해석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왕따는 사회 문제이고 문제아의 결핍된 환경이 공격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면, 피해자 아이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성인의 인기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예일대에서 당신이 ‘인기’에 대한 강의를 개설했을 때, 학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왔다고 들었다. 가르치고자 했던 핵심은 무엇이었나.
“내가 가르친 것은 ‘어린 시절에 인기 있는 아이였는지 아니었는지’가 성인인 우리들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였다. 그리고 설사 성장기에 인기가 없었더라도, 우리가 지금 좀 더 나은 사람일 수 있다고 깨우치길 바랐다.”

인기 연구를 하면서 발견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특히 내가 사는 서구에서는) 대다수가 지위 중심의 인기를 추종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타인을 제압하는 폭력적인 힘, 무자비한 영향력에 경도되기까지 한다.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함께 평등하게 연결돼 있다는 근본을 망각하는 순간, 우리의 DNA는 타인을 우등하거나 열등한 존재로 분류한다. 모든 심리적 에너지를 서열화에 쓰는 거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주도적 공격성(proactive aggression)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10대들이 지위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인데 성인들도 지위를 높이기 위해 주도적 공격성을 활용한다.
“그렇다. 인류학 교수 돈 머튼이 미국 고등학교의 치어리더를 관찰했다. 인기가 없는 아이가 치어리더 그룹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치어리더들은 그 학생을 따돌리고 괴롭혔다. 자신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거다. 가해자 아이들은 친구를 놀림거리로 만들수록 더 지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아이들뿐 아니다. 어른들도 지위를 높이기 위해 주도적 공격성을 활용한다. 트럼프가 경쟁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지지도가 올라갔다. 심지어 국제 사회에서 지배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강대국이 약소국을 공격하기도 한다.”


미치 프린스턴에 따르면 인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호감형 인기’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지위형 인기’는 우리를 어린 시절에 묶어둔다.
미치 프린스턴에 따르면 인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호감형 인기’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지위형 인기’는 우리를 어린 시절에 묶어둔다.

프린스턴 교수는 청소년기에 주도적 공격성과 높은 지위를 가졌던 일명 ‘잘나가는 아이들’이 장기적으론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애나 화장 등을 일찍 하며 어른 흉내를 냈던 일명 ‘유사 성숙 집단’의 10년 후 삶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추적 결과 13세에 높은 인기를 경험한 아이들은 성인이 돼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명성과 권력, 부와 아름다움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불만족과 우울감이 심했다.

인기와 행복에는 상관관계가 없나.
“어떤 인기를 추구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배우, 최고경영자(CEO), 운동선수, 정치가 등 높은 지위를 누렸던 사람은 인기 있는 삶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한다. ‘처음엔 주변 친구들도 나를 가치 있게 대하고, 공짜 물건이 쏟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거슬리기 시작하지만, 인기에 이미 중독돼 헤어나오기 힘들다. 진실한 친구는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과 우울감에 빠진다.’ 인기의 덧없음을 깨달은 몇몇 유명인들은 자원봉사나 인도적 활동 등으로 빈 마음을 채우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갉아먹는 ‘과도한 재확인 추구 (excessive reassurance seeking)’에 관해 설명해달라.
“동료와 연인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걱정하며 캐묻다가 마침내 진짜로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과도하게 자기 존재 증명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불쾌감을 주는지 깨닫지 못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들은 부정적인 자기 예언을 기어이 실현하고야 만다.”

우리가 어린 시절 거부당한 기억을 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여전히 인기를 원한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일까.
“성인이 돼서도 인기에 집착한다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무리 지어 다니던 선조들이 본능에 바탕을 둔 진화의 부산물이든, 상호작용의 원형이 형성되는 청소년기 기억의 작용이든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 보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대체로 인기의 서열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정해지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서열을 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면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인기를 향한 인간의 본능이 지위로 향할지 호감으로 향할지 결정할 수 있다. 과거와 상관없이 더 호감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지위보다 호감을 우선한다는 것은 자기 욕구만 채우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걸 잊으면 안 된다.”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주목받고 싶은 욕구를 통제해야 하나.
“그렇다. 진심으로 충언하건대, 주목받고 싶은 욕구 이를테면 명성, 평판 또는 지위를 추구하려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쓰라.”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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