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여 년간 미국 주도로 평화롭게 유지되던 국제 질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가장 높은 빌딩)과 맨해튼 전경. 사진 블룸버그
지난 70여 년간 미국 주도로 평화롭게 유지되던 국제 질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가장 높은 빌딩)과 맨해튼 전경. 사진 블룸버그

정글이 돌아온다
로버트 케이건|크노프|22.95달러
192쪽|9월 18일 출간

미국 51대 국무장관 딘 애치슨(1893~ 1971)은 “세계는 규칙도, 심판도 없으며 착한 아이들에게 상도 주지 않는 국제적인 정글(The world was an international jungle with no rules, no umpire, no prize for good boys)”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장관이던 1950년 1월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해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이 된 ‘애치슨 선언’을 한 인물이다.

애치슨이 말하는 정글은 1930년대 일제와 나치 독일의 군국주의가 지배하던 세계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지킬 힘이 없으면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끝으로 정글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패권을 쥔 미국이 법과 제도에 따라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에서 힘 대신 국제법과 제도가 작동하는 질서로의 대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때 자유무역 질서가 자리 잡고 민주주의도 크게 성장했다. 오늘날 세계가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미국이 주도해 만든 전후 국제 질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런데 이런 국제 질서가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겠다며 패권 도전장을 던졌고, 미국은 중국을 ‘적국’으로 취급하며 미·중 무역전쟁을 선언, 그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를 지배했던 강대국 정치의 부활, 즉 정글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미 보호무역, 정글의 시대 개막 전조

미 공화당의 최고 보수 지식인으로 꼽히는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글이 돌아온다(The Jungle Grows Back)’라는 제목의 책에서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의 정원사(국지적 문제들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이 손을 놓은 상황이 지금의 세계 정세”라면서 “지난 70년간 미국 덕분에 평화로웠던 세계가 잡초와 넝쿨이 자라는 정글의 질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미국이 정원사 노릇을 못 하겠다고 한 배경으로 그간의 역할을 통해 세계가 누렸던 평화, 민주주의 발전, 경제 발전 등의 혜택보다, 이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국의 무역적자를 방관할 수 없다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갈등’을 유발하는 힘은 언제나 존재하고 정글의 법칙으로 세계가 작동해온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는 하나, 이를 막는 질서를 통해 인류가 얻은 것이 훨씬 많은 만큼 여전히 ‘정원사’의 존재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인 케이건은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 역사학자, 국제정치 평론가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포린어페어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명 매체에 논평하거나 기고한다. 저자의 주장은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치·경제 정책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 정치철학의 기틀을 잡아주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CIA 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부시 정부의 핵심 안보 전략가였던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의 말과 행동에 네오콘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대로 ‘정글’이 다시 돌아온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런 위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성찰과 고민을 안겨주는 책이다.


새 시대, 기업의 생존법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앤드루 맥아피·에릭 브린욜프슨|이한음 옮김
청림출판|1만8000원|456쪽|10월 26일 출간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기계(머신)의 발전, 자산 없이도 성공하는 신생 기업(플랫폼), 온라인 군중이 만드는 제품과 판매망(크라우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에서 과학과 기술이 경제·사회에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수년간 연구해 온 저자들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 변화의 동력을 이 세 가지로 제시한다. 애플이 삼성과 스마트폰 전쟁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은 휴대전화 판매에 따른 매출보다는 ‘앱스토어’라는 플랫폼 전략 때문이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기존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책은 GE(제너럴일렉트릭)의 노력에 주목한다. GE는 2014년 한 대학과 ‘퍼스트빌드’라는 공동 창작 커뮤니티를 만들고 제빙기 개발자 대회를 열어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군중이 제품 아이디어부터 상품화까지 관여해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례다. 이 책이 의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신기술 면면만 훑는 데 그치지 않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경제학자를 등장시켜 생존 방식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다.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 이유
팬 베이스
사토 나오유키|김현정 옮김|한스미디어
1만5000원|292쪽|10월 1일 출간

30년 넘게 광고 업계에 몸담아온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아무리 참신한 마케팅이라 해도 그것만으로는 소용없다”고 말한다. 어떤 광고를 통해 브랜드가 화제가 됐더라도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 지속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신 물건을 한두 번 구매하고 그치는 단순 고객보다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를 지지하고,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팬’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일본 마쓰다자동차는 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신차 발표회를 공식적으로 하기 전에 팬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팬들은 가장 먼저 신차를 확인하는 특권을 누렸다는 점에서 더 열렬한 마쓰다의 팬이 된다.

책은 기업이 팬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공감·애착·신뢰 세 가지로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실패했거나 물의를 빚은 일이라도 숨기지 않고 알려서 고객에게 어떤 작은 분노도 쌓이지 않도록 할 것’ ‘기업이 하는 일을 자세히 보여주고 정성을 다해 소개할 것’처럼 ‘진실한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테리 앱터|최윤영 옮김|다산초당
1만7000원|400쪽|8월 22일 출간

‘억울한 일을 겪어도 평판이 나빠질까 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발표 준비를 다 해놓고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까 봐 잠 못 이룬다면?’

매일 매순간 평가의 저울에 오르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이런 고민을 단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로 칭찬과 비난에 관해서만 무려 30년 넘게 연구해온 저자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우면서, 나아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잘 극복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나침반을 제시한다. 실수를 돌이킬 방법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 사과의 표현을 하라는 조언은 뻔하지만 유용하다. 마음속으로 후회해봤자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나를 봐줘요!’라고 외치며 아이들 수준으로 마음이 퇴행하는 것 같다”며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더욱 강해지고 비판적인 태도는 점차 줄어든다”고 지적한 대목도 흥미로운 통찰 중 하나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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