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임단협 승리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9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임단협 승리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월요일부터 또 뭔 놈의 시위랍니까?”

9월 2일 오후 1시 개인택시기사 박모(57)씨는 광화문광장에 집결한 수백 명의 시위대를 보며 이같이 한탄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임단협 승리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확성기와 스피커를 통한 큰 소음이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채웠다. 광장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A 기업의 이모 팀장은 “평일 시위는 이해라도 된다. 주말에 챙길 일이 있어 사무실에 나올 때마다 소음 공해가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노동조합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광화문은 평일과 휴일을 가릴 것 없이 열리는 각종 집회와 시위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교통체증에 더해 소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광화문역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41)씨는 “어떤 날은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커다란 소리의 노동가와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고성이 겹쳐 회의 진행이 어려울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집회·시위 중 확성기와 스피커 등을 사용해 과도한 소음을 내는 건 불법일까. 그렇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4조(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에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북·징·꽹과리 등의 기계·기구를 사용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국경행사(國慶行事) 등에 관한 집회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집회·시위의 과도한 소음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다.

그렇다면 불법으로 규정되는 소음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와 관련한 대통령령에 따르면 소음기준은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인근에서는 주간 65㏈(데시벨·소리의 크기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단위) 이하, 야간 60㏈ 이하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 이하, 야간 65㏈ 이하다. 65㏈는 코 고는 소리 크기로 A4 종이 한 장을 길게 찢는 소리(70㏈)보다 약간 작은 소리다. 80㏈는 공원 음악 공연 제한 기준이며, 조용한 사무실은 50㏈ 수준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확성기와 대형 스피커가 동원되는 대규모 시위는 이 기준을 초과한다.

‘이코노미조선’은 스마트폰 소음측정기 애플리케이션을 들고 소규모 시위 현장에서 소음을 측정해봤다. 비가 내린 9월 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연대노동조합 서경지부 관계자들은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집회’를 열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서울시를 비판했다. 약 2분간 소음측정기는 평균 70㏈ 수준으로 측정됐다. 순간 최고치는 78.1㏈에 달했다. 이 집회 현장에는 약 70명이 있을 뿐이었다. 서울시청 바로 옆에는 공공도서관(서울도서관)도 있어 주간 65㏈ 이하가 규제 기준이다. 소규모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문제는 제재 기준이 약하다는 점이다. 집시법 제14조에는 ‘관할경찰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 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경찰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에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또 시위 주최자가 관할 경찰서의 사용 중지나 일시 보관 조치를 거부하거나 방해한다 해도 5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 게 전부다. 한 법대 교수는 “좀 더 강력한 제재 규정을 만들어 소음을 무기로 시위하는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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