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오후 광화문에서 대학로로 이동 중인 택시 안.
6월 17일 오후 광화문에서 대학로로 이동 중인 택시 안.

한국에서 출장 간 회사원 김모(47)씨는 6월 14일 밤 일본 도쿄 도심인 롯폰기에서 숙소인 하마마쓰쵸까지 택시를 탔다. 영국 택시인 ‘블랙캡’을 현대화한 형태의 ‘재팬 택시’였다. 청결한 실내, 운전사의 깔끔한 복장, 승객석의 무릎과 머리 공간이 여유로워 타고 내릴 때 편한 점이 김씨에게 만족감을 줬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택시기사 서비스였다. 기사는 김씨로부터 목적지를 듣고 출발한 다음에야 미터기를 눌렀다. 주행은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기본요금은 410엔(약 4400원)이었다. 10여 분 정도 달렸는데 요금은 970엔(약 1만원)이 나왔다. 서비스에 만족했기 때문에 턱없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출장을 끝내고 돌아온 김씨는 한국에서 택시를 타고 다른 경험을 했다. 6월 17일 오후 광화문에서 약속 장소인 대학로까지 가려고 탄 택시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택시기사가 종로3가 인근에서 정지신호를 보지 못했는지 급정거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주행 자체가 급가속·급제동의 반복이어서 불쾌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2월,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다. 승차거부 근절 등 서비스 개선을 내걸었지만 요금이 오른 만큼 효과가 있는지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한국 택시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 낮은 것은 사납금 제도,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납금은 법인 택시기사가 번 운송수입금 중 회사에 납부하는 돈을 뜻한다. 서울의 택시회사는 기사가 하루 약 13만5000원의 사납금을 한 달간 내면, 월 130만원의 고정급과 퇴직금, 5대 보험을 보장한다. 사납금 이상으로 번 운송수입금은 기사가 갖는다. 금액은 한 달에 약 80만원 정도다. 서울시 법인 택시기사의 월소득은 고정급, 추가운송수입, 부가세 환급금을 합쳐 220만~225만원 정도다. 2019년도 4인 가족 최저생계비(276만8121원)보다 적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는 부족한 임금을 채우기 위해 단시간에 장거리를 가는 것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일본 택시는 월급제다. 택시기사가 매일 벌어들인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주면, 택시회사는 고정급에 성과급을 합쳐서 월급으로 준다. 운송 거리 등에 따라 성과급에 차이가 있지만, 기사가 운송수입금의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기에 난폭 운전을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택시가 공급 과잉인 것도 서비스 질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의 택시는 법인·개인을 포함해 6만5519대다. 이 가운데 1만1000여 대가 공급 과잉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15년부터 택시 숫자를 줄이는 구조조정, 즉 택시 감차(減車)에 들어갔다. 감차를 유도하기 위해 감차보상금 제도가 도입됐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74대를 줄였다. 하지만 택시조합이 보상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감차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일본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감차에 성공했다. 택시회사 평가를 감차에 활용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택시회사의 세금 납부 현황, 노사 문제, 안전 교육 등에 대해 감사한다. 불법이 적발된 택시회사에 벌금과 감차 가운데 감차를 유도한 것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정부 차원의 택시회사 평가는 물론 평가를 택시서비스의 개선으로 연결하는 부분이 허술하다”고 했다. 일본은 개인택시를 줄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일본은 2010년 면허정년제를 도입해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를 회수했다. 반면 서울개인택시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 70대 이상이 전체의 18.8%를 차지한다.

택시업계의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직원 200명 전원이 6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1인당 5회씩 서울 개인택시에 암행어사처럼 탑승해 인사예절, 청결도, 냄새유무, 교통법규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서비스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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