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가 6월 12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에서 올해의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가 6월 12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에서 올해의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1995년 뉴욕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낸 인터넷 사용 보고서. 여기에는 개인용 컴퓨터를 가진 1억5000만 명 중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000만 명 정도라고 써 있다. 당시 세계 인구 57억 명의 0.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고서를 쓴 메리 미커 애널리스트는 “간단히 말하면, 비교적 괜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지금 인터넷 이용자는 ‘비교적 괜찮은 수준’을 뛰어넘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38억 명으로 세계 인구 대비 51%다. 지난해보다 2%포인트 상승하며 처음으로 인터넷 사용률이 50%를 넘어섰다. 모든 나라를 통틀어 두 명 중 한 명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380배 증가하는 동안 미국 벤처캐피털 본드의 메리 미커 파트너는 매년 ‘인터넷 트렌드(Internet Trends)’ 보고서를 냈다. 모건스탠리 시절부터 발간한 그의 보고서는 세계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빼놓지 않고 찾아 읽는 ‘인터넷 업계의 바이블’이 된 지 오래다. 올해 보고서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에서 공개됐다.

미커의 보고서는 핵심적인 그래프와 표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올해는 보고서가 333쪽에 달하지만, 한 번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만큼 내용이 압축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올해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인터넷 트렌드 세 가지를 미커가 제시한 그래프와 함께 정리했다.


트렌드 1│이커머스 시장 매년 12%씩 쑥쑥

세계적으로 인터넷 이용률이 50%를 넘어서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률은 올해 1분기 기준 12.4%를 기록, 이전까지 꾸준히 15~24% 성장률을 내던 것과 비교해 눈에 띄게 속도가 느려졌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든 것도 있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사용 확산의 촉매 역할을 해온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7년 정체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 감소한 것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산업 성장 속도는 둔화했지만, 미커의 보고서대로라면 기업들은 반드시 전자상거래 플랫폼 개설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전체 유통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했다. 2009년 0%에서 빠르게 비중을 확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매출 비중은 연평균 12.4%씩 커지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INC는 “아직 망설이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제는 반드시 전자상거래 시장 진입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트렌드 2│하루 6억 시간씩 ‘숏비디오’ 즐기는 중국

한 중국 여성이 알록달록한 색소를 넣어 만든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는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젊은 여성이 앱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어떤 동영상에서는 남성이 등장해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손가락춤을 춘다. 모두 제한 시간은 15초. 시간이 넘어가면 영상이 끝난다. 중국의 15초 동영상 제작 앱 ‘더우인(抖音·틱톡)’에 올라온 일반인의 영상들이다.

미커의 보고서에서 중국 관련 부분을 작성한 벤처캐피털 힐사이드캐피털은 중국의 짧은 동영상 제작 붐에 주목했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8억 명이다. 세계의 21%에 달하는 수준. 이들은 4월 기준으로 하루 6억 시간을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 썼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더우인, 콰이쇼우(快手), 하오칸(好看)이다. 실제로 중국인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서 짧은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짧은 동영상 제작 붐은 중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기술 기업 중 눈에 띄는 또 다른 곳으로는 메이퇀뎬핑(美團點評)의 ‘수퍼앱’을 지목했다. 수퍼앱이란 하나의 앱에서 30가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메이퇀뎬핑 앱에서는 음식점 후기부터 예약, 영화표 예매, 집 렌트, 호텔 예약, 여행 예약, 음식 배달, 음식료품 주문 등이 가능하다. 메이퇀뎬핑 이용자도 매년 26%씩 성장해 올해 4억1200만 명을 기록했다. ‘포브스’는 “단순히 외국 기업의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 사업화했던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 중국 기술 기업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트렌드 3│쓰다가 마음에 들면 유료로 0‘Freemium’ 대세

유튜브를 즐겨 보는 직장인 오재현씨는 최근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유료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결제했다. 콘텐츠를 시청할 때마다 영상 중간중간 뜨는 광고가 거슬렸기 때문이다. 오씨는 매월 1만1500원을 내고 광고 없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점 콘텐츠 접근 권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옵션 등도 얻게 됐다.

지금은 ‘프리미엄(freemium)’ 사업 모델이 대세다. 무료(free)와 프리미엄(premium)을 결합한 말로, 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추후에 더 많은 기능을 쓰려면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게임, 음악 스트리밍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프리미엄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용자는 거부감 없이 무료로 서비스를 쓰다가 필요에 따라 유료로 전환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로 미커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유료 이용자 중 프리미엄 모델 이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고, 이들로부터 나온 매출은 10억달러 이상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료에서 프리미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돈을 낼 때 얻게 되는 가치가 훨씬 강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plus point

스마트폰 사용 자제 움직임도 확산

20대 직장인 김소영씨는 문득 자신이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 오고가는 지하철에서 내내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동하는 것도 모자라 집에 돌아가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아이폰 스마트폰 사용 통제 앱인 ‘스크린타임’을 이용하기로 했다.

온라인에 지나치게 접속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의 26%가 ‘거의 항상’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18~49세 그룹에서 이같이 답한 비중은 40%에 가까웠다. 그래서 최근 소비자들은 접속 시간을 줄이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다. 미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3%가 개인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전년(47%)보다 많아졌다. 이를 관리하는 도구도 많다. 애플은 ‘스크린타임’, 구글은 ‘디지털 웰빙’,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에서의 시간’, 유튜브는 ‘타임워치’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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