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공동으로
해외 취업 특집을 진행한다. 외국어와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세계를 안방처럼 넘나들겠다는 디지털 노마드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의 도전 현장을 따라가 본다.

 <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공동으로

해외 취업 특집을 진행한다. 외국어와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세계를 안방처럼 넘나들겠다는 디지털 노마드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의 도전 현장을 따라가 본다.



 기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의 미나토구(區)라는 곳이다. 지금 나는 ‘시스메이트(SYSMATE)’라고 하는 일본 프로그래밍회사에서 자바(java)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온 지 4월13일로 꼭 두달째다. 32세가 되도록 해외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한 내가 일본이란 나라에 와서 2개월째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1년 전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일본이라는 나라에 와서, 그것도 직장 생활을 하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품질관리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던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외국으로 나가게 한 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외에 나가서 경험과 실력을 쌓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꼭 1년 전인 2004년 4월, 6개월 동안의 고민을 끝내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2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것도 졸업 후 처음 얻은 직장을 그만두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남들은 취직을 못해 난리인데 왜 번듯한 직장을 팽개치느냐”며 부모님은 만류했고, 주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보기술(IT) 분야에 관한 한 세계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을 두고 왜 외국으로 나가려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보다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차츰 꿈틀대고 있었다.

 일단 마음이 떠나자 회사 밖의 다른 기회로 자꾸 눈길이 갔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문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었던 나는 배울 기회를 찾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마침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에서 내가 배우고 싶던 과목이 있었는데, 연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해외 취업까지 연결해 준다니 금상첨화였다.

 공단에선 연수 프로그램 운용 업체에 교육을 위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프로그램에 응모할 것인지 고민하던 나는 디지털조선일보가 주관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다른 사설 업체에 비해 선발하는 수강생 수가 적은 점이 두드러졌다. 수강생이 적은 만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란 점과 강사진의 쟁쟁한 실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5월부터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모두 10개월 코스였다. 6개월간 강의를 듣고 4개월은 실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됐다. 연수 프로그램은 기대 수준을 만족시켰다. 강사들은 열성적으로 가르쳤고, 강의 또한 만족스러웠다.

 6개월 정도 지나자 업체에서 구인 문의가 잇따랐다. 일본 IT업체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인 만큼 일본 IT업체의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연수 중간에 취업이 되기도 했다. 막연하게 한국의 IT 인력에 대해 해외 시장에서 평가가 좋다는 건 알았지만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사실에 안도가 됐다.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취업은 어려울 게 없게 된 것이다.

 지난 연말,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일본의 시스메이트사 면접을 보았다. 재일교포인 사장님과 이사님은 모두 40대로 젊고 의욕이 넘쳤다. “젊은 사람들끼리 제대로 한 번 일해 보자”고 권유했다. 회사가 지닌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할 규모, 자체 소프트웨어까지 갖췄다는 점도 끌렸지만 오너와 경영진의 젊은 마인드에 더 마음이 갔다. 시스메이트에 입사키로 결정을 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일본에 가서 살게 되리라곤 불과 몇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치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었다.



 다다미 생활 적응에 꼬박 두 달 걸려

 비교적 많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나에게 일본행은 적잖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해외 여행을 해보지 않은 내가 과연 일본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걱정의 이면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적잖이 자리잡아 갔다.

 해가 바뀌고 2005년이 됐다. 출국 준비를 마치고 2월말 마침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난생 처음 일본 땅에 도착하는 순간 팽팽하던 긴장감은 삽시간에 사라지는 걸 느꼈다. 약간 다르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과연 내가 일본에 와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일본은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회사는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기숙사를 마련해 주었다. 방 2개에 거실, 화장실과 주방이 딸린 공단 주택이었다(한국의 주택공사에서 지은 아파트를 연상하면 된다). 연수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동기생 6명도 같은 회사에 함께 왔지만 숙소는 각각 떨어져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게다가 관련 IT 업무를 해본 탓에 업무에 적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외국에 나가면 가장 걱정이라는 음식 적응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없다는 점만 달랐다. 한 가지 적응이 힘들었던 점은 기숙사 바닥이 다다미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2월말만 하더라도 해가 지면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한국의 따뜻한 온돌이 저절로 그리워졌다.

 2개월 정도 생활을 하면서 이젠 다다미방 생활도 별 문제가 안될 만큼 적응이 된 것 같다. 하는 일이 프로그래밍이다 보니 1주일에 3일 정도는 야근을 해야 하지만 주5일 근무인 만큼 업무에 그리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연봉은 한화로 3300만원 정도. 교통비가 비싸다는 점을 제외하곤 특별히 돈이 들어갈 일이 없어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막상 일본에 와서 생활해 보니 일본의 직장 문화에는 개개인의 개성보다 조직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가길 원하는 강도가 훨씬 센 것 같다. 다른 회사에 취직한 사람들이나 일본에 와 있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속칭 ‘직장 이지메’가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처럼 일본에 취업했다가 적응치 못해 다시 한국으로 유턴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또 하나 자기가 하고 있는 업무 이외에 일본어 실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일본으로 취업을 오면서도 나는 초급 일본어도 못할 정도로 어학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현지에 와 보니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경력 3년에 일본어를 못하는 사람과 경력 1년에 일본어를 제법 하는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훨씬 대우를 받는다. 뒤늦었지만 일본어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의 프로그래머들은 영어에 익숙해 사용하는 데 별로 무리가 없다. 그런데 일본에서 쓰는 용어는 같은 영어인 데도 발음이 전혀 다르다. 그때마다 일본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일이 없는 주말이면 주변 공원에 가거나 신주쿠와 같은 번화가에 구경을 다닌다. 서점에 가서 관련 전문 서적을 사는 게 여가의 전부다. 이젠 일본 생활도 3개월째로 접어드는 만큼 좋아하는 등산을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등산 동호회가 있는지, 그리고 가입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사람마다 각자 해외 취업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는 해외 경험과 함께 실력을 더 쌓고 싶다는 생각에서 일본 취업을 선택했다. 계속 일본에서 일하겠다거나 한국에 돌아가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시스템 부분에서 앞서 있다면 일본은 문서 프로그램 개발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 회사에 실력 있는 전문가들도 많다.



 중국   IT 인력 생각보다 많이 몰려

 일본의 IT 관련 인력을 보면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일본 현지에 와 보니 생각보다 중국의 IT 인력이 부쩍 늘어나는 걸 느낀다. 아직은 일본에서 한국 인력을 더 선호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일본 취업을 전문으로 준비하는 대학이 따로 있는가 하면, 일본 IT 취업 관련 프로그램도 우리보다 훨씬 긴 2년씩 교육을 받는다. 중국 인력의 일본 진출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이란 이점이 있어 향후 한국 IT 인력이 일본으로 진출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국 전문가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취업을 생각하거나 준비중인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내겐 꽤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가 있다. 결혼을 약속했고 양가 허락도 받아 놓은 상태다. 회사 생활에 안정을 찾으면 여름이나 가을쯤 결혼할 생각이다. 여자 친구도 결혼해 일본 생활을 하는 데 동의한 상태다. 만약 내가 결혼을 했고, 아이라도 있었다면 일본 진출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미혼인 점이 일본 진출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

 일본의 인터넷 환경은 한국과 비교하면 열악하다고 느껴진다. 인터넷 접속 속도도 무척 느리고, 인터넷 망 설치를 신청하면 무려 1개월 후에나 설치될 정도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네티즌의 원성에 몸살을 앓아야 했을 것이다.

 2개월의 짧은 경험을 토대로 일본행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막연히 취직을 한다는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언제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일본에서 몇년 일하겠다’는 식으로 기한을 정하고 오는 게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다. 막연히 왔다가 막상 일본의 조직 문화와 부딪히고 고민하는 경우를 곁에서 보기 때문이다. 일본어 구사 능력도 최소한 일본 글자는 읽을 줄 알고, 기초 회화는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지메’ 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일본에서의 직장 생활은 한마디로 ‘할만하다’는 생각이다. 내 경우엔 5년 정도 일할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일본에서 쌓은 업무상 경력과 일본 생활 체험이 인생에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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