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워터프론트 시대

청계천 복원 사업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워터프론트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서울시가 마련한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 계획에 따르면 청계천변을 정비해 한계에 달한 구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낭만과 첨단이 어우러진 새로운 명소로 만들었다.

서울시의 4대 지천 복원 및 정비 사업,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전국적 하천 정비 사업, 인천송도신도시, 부산 북항, 해남기업도시 등 최근 시작된 워터프론트 정비 사업은 21세기 한반도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워터프론트는 천변, 강변, 해변 공간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경계(edge)를 뜻하는 변이라는 용어는 한 면 이상이 반드시 물과 접해 있다는 공간적인 제약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워터프론트는 역사적으로 인류의 문명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고 항구와 나루를 통해 운송과 낭만적인 삶의 거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20세기 자동차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해 수로와 해로의 운송 경쟁력이 급락하면서 워터프론트는 님비(NINBY)시설입지, 수질 악화, 준설토 매립공간 등으로 전락하는 운명을 맞는다.

그래도 다른 나라의 워터프론트는 영욕이 교차하는 공간이었지만, 우리나라 국토에서 워터프론트는 신라시대 장보고 이후 한번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한 많은 공간이었다. 주로 육로를 통한 중국 중심의 교역, 몽고의 지배 이후 급속하게 확산된 바다에 대한 두려움, 조선시대 500년 쇄국정치로 항구의 기능보다는 왜구와 외국 항선의 공격에 대항하는 방어진의 개념으로 해석되어 워터프론트는 계획적인 개발과 관리가 부재한 초라한 공간으로 남았다. 또 도시화의 진전과 속도개발로 인해 우리에게 하천과 강은 자연 재해, 장애물, 하수구, 식수원 등의 기피적 기능으로만 해석되면서 물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친근감은 억제됐다.

외국 주요 도시에서 워터프론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트고 재생 작업이 본격화 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등장 배경으로는 도시민의 삶에서 환경과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한계에 달한 구도심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워터프론트를 해석하면서부터다.

워터프론트 변화의 물결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도크랜드 재생과 운하 주변지역 재생 사업, 독일의 함부르크시 수변공간 재생, 프랑스 파리의 르브르강 재생, 미국 뉴욕 허드슨강변 걷고 싶은 거리, 볼티모어시의 수변공간 재생, 샌안토니오의 리버웍, 캐나다 토론토시 이스트 베이와 밴쿠버의 도심 수변공간 정비, 일본 요코하마시의 미나토미라이, 오사카시의 물의 도시 사업, 후쿠오카시의 커넬시티 등 지난 20년 간 외국 도시의 워터프론트 정비 사업은 쉴 사이 이어지고 있다.

이중 런던시의 템스(Thames) 수변공간은 20세기 중반까지 대부분 창고와 공장, 발전소 등이 산재되어 친수성과 접근성에 문제가 많았다. 수변공간의 환경 정비를 위해 런던시는 창고와 선착장 점유율은 31%에서 21%로, 공업단지는 37%에서 32%로 감소시키고, 대신 주민들에게 필요한 오픈스페이스는 9%에서 30% 늘리는 계획을 수립해서 꾸준하게 실천했다.

1976년 환경청이 중심이 되어 도크랜드 재개발계획이 착수됐다. 이러한 도크랜드 재개발은 산업의 활성화와 생활환경 정비, 신교통 시스템의 도입, 역사적 경관의 보존을 주목적으로 개발됐으며 그 면적은 2200ha에 이르고 있다.

도크랜드의 재생계획은 유럽에서 1980년대의 가장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도시 내부 재개발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런던 도크랜드 재개발계획은 4개 지구로 구분되며 지구별 개발 내용을 보면 와핑(Wharfing)지구는 서측에 세계무역센터, 백화점 등 상업·업무기능을 배치하고 중앙부와 동측에는 친수형 주택을 입지하게 했다. 아이즐 오프 도크(Isle of Dock)는 사무실 건물, 써리 독스(Surrey Docks)에는 전문식당, 레저시설 등을 배치하고 주변지역은 단독주택으로 정비했다. 그리고 로얄 도크(Royal Dock)는 대규모 공업단지, 전시홀, 쇼핑센터 및 호텔 등 텔레포트가 입지했다.

도크랜드의 친수공간 개발은 1970년대 런던시의 산업의 쇠퇴, 실업 증가, 생활수준 및 환경 악화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크랜드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시와 인접해 있으면서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금융·정보 산업과 같은 중심업무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활환경과 위락시설, 쇼핑시설 등을 새로이 정비하여 대규모 친수공간을 조성한 성공적인 사례다.

프랑스의 제 2도시 니스의 경우 아름다운 수변자연경관의 보존을 위해 강력한 개발보존지역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8차선 해안도로(영국인의 산책로) 옆으로는 주차장과 자전거 전용도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에 적당한 널찍한 유보도로가 있으며, 유보도로 중간 중간에는 보행자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있는 휴식 공간(벤치)이 마련되어 있다.

해변에는 비치발리볼코트, 어린이 수영장, 테니스코트, 탁구장, 무료 샤워장, 놀이터 등이 늘어서 있다. 또 카페, 파라솔과 쎈텐의자 등을 갖추고 요금을 받는 민영 해변과 무료 사워장 등이 갖춰진 공영 해변이 번갈아가며 펼쳐져있어 같은 해변을 관광객의 요구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이용하고 있다. 해변 무료 샤워장에는 비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있다. 항만구역의 구석진 곳이나 해변 구석진 곳, 버려진 빈지 등지나 사빈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곳에는 그로얀(Groyne)을 설치해 인공 사빈을 개발함으로써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경관 정비를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및 도시미화위원회에서 건물 및 구조물 색깔을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도심 내 거리에는 예술가나 문학가의 이름을 도입해 친근함을 주고 있다.

니스의 경우 8차선 해안도로(영국인의 산책로)에는 보행자들의 안전과 폭이 넓은 도로에 긴 보행신호로 인한 체증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분리대 구간에 교통섬을 설치하고, 횡단보도를 어긋나게 배치함으로써 보행자들이 뛰지 않고,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가 산책로로 변신

뉴욕 로어 맨해튼 허드슨 강변을 따라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가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쓰레기더미뿐이던 낡은 부두 시설이 있던 자리가 지금은 최고의 강변 산책로를 자랑하는 곳이다. 뉴욕에 와서 어디를 보았으면 좋겠느냐고 뉴욕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배터리 파크 시티의 에스플러나드(걷고 싶은 거리)를 추천한다.

걷고 싶은 거리를 포함한 공공 공간의 면적이 전체 대상지 92에이커(11만2000평)의 4분의 1이고, 이 수변공원은 뉴욕 시민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산보하고 조깅할 수 있다. 산책로는 허드슨강을 따라 주요 공원들을 서로 묶고 기존의 커뮤니티와 강으로 연결된다. 뉴욕시는 배터리 파크 시티를 개발하면서, 단지 내에서 허드슨 강변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부지 4분의 1을 뉴욕 및 세계 시민에게 선뜻 내놓았고 시민들이 로어 맨해튼에서 에스플러나드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또 허드슨강가로부터 500피트(166m) 안에 일어나는 어떠한 민간개발 행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토지 소유자나 개발업자는 강가로부터 12m넓이의 산책로를 제공하고 유지하도록 의무화해 광활한 보행친화적 수변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 동부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는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 중간에 위치한 주요 도시다. 북미의 많은 수변공간들처럼 볼티모어 항구도 자동차 기술의 발달과 세계 경제구조의 변화로 20세기 중반 이후 항구 관련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교외화로 인해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70년대 초부터 도심수변 공간을 재개발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볼티모어 신드롬’ 이라는 수변 공간 재개발의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 됐다. 수변로를 따라 형성된 수족관과 과학센터, 해양박물관, 하버플레이스 등은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이러한 성공적 이미지를 모든 도시의 계층이 공유하도록 하는 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볼티모어시는 새로이 건설된 수변 공간과 기존의 도심을 기능적, 물리적으로 연결해서 침체된 도심으로 볼티모어항구에 집중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활력을 확장시키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요코하마시의 ‘미나토미라이21(Minato Mirai 21)’은 동경과 약 30Km 떨어진 요코하마시의 해안에 위치한 매립지를 활용해 도심부를 강화한 사업이다. 요코하마는 인구가 동경 다음으로 많은 거대도시로 성장하면서 국제항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시 행정이 인구 증가에 대처하지 못했으며 사업과 상업, 오락과 문화 등이 도쿄에 의존해 낮에는 도심화, 밤에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립지와 항구, 공장 화물창을 친수공간에 포함시켜 업무, 상업, 문화, 국제 시설, 항만, 레크리에이션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재창조했다. 업무 구역에는 도시 내 간선도로망 주변에 기업의 본사 및 지사를 적극 유치했고, 상업 구역은 역을 중심으로 형성했다. 문화 구역은 아트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배후에는 도심형 주택가를 조성했다.

국제 시설 구역에는 국제회의장, 전시장 등 각종 국제 관련 시설의 밀집구역을 조성했고, 레크리에이션구역에는 수변연안의 넓은 공원, 녹지 및 다목적 레크리에이션 구역을 설정했으며, 항만구역에는 항만과 관련된 행정기관, 업무 기능, 여객터미널 등을 신설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향해 있는 큐슈지방의 관문 후쿠오카시는 도쿄에서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일본열도 남단이다. 대표적인 공업지대인 이곳이 활발한 시가지 개발 사업을 통해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후쿠오카시의 ‘커넬시티 하카다 프로젝트’는 총 535억엔이 투자된 복합단지 개발 사업으로 중심지인 하카다구 스미요시 재개발지역 1만1000여 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3층, 연면적 7만2000평 규모로 지어졌다.

서일본 최대의 환락가 ‘나카스’로 잘 알려진 이곳이 상업지역인 톈진과 교통거점 하카다역을 잇는 새로운 도심 축으로 탈바꿈한 것은 복합단지 ‘커넬시티(canal city)’ 덕분이다. 이곳엔 주말이나 휴일이면 가족단위 나들이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1996년 개장 후 1여 년 만에 모두 16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93년, 모두 1450억엔을 투자, 1996년 4월에 독특한 개념의 복합단지로 거듭났다. 이곳의 별칭은 엔터테이너 시티. 1만1000여 평의 부지에 연중무휴 즐길 것이 있고 숙식과 오락, 문화, 쇼핑까지 해결할 수 있는 ‘도시 속의 도시’라는 의미에서다.

후쿠오카시는 ‘물의 도시’임을 감안 우선 자연 친화를 강조했다. 후쿠오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나카강이 부지 앞을 지나는 이점을 활용, 건물 중앙에 인공 운하를 만들었다. 첨단인텔리전트 기능으로 편안함만을 강조한 다른 복합단지와 달리 햇빛, 바람, 구름, 비 등 4 계절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개방형 건물로 지었다. 기상 변화에 따른 바깥 날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개방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오페라극장 지하 야외식당에서는 날씨가 따뜻한 날 오후에 별 모양의 분수대를 감상하면서 식사를 즐기려는 내방객들로 가득 찬다. 폭 10여m의 운하 중앙에 마련된 반구형의 야외무대(선플라지)는 매 시간마다 마술과 노래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려 사람들이 빼곡히 채워진다.

비즈니스와 쇼핑 외에 즐길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해 분위기를 새롭게 한 것도 특징이다. 단지 내 영화관빌딩(AMC)과 세가오락테마파크는 만남의 장소로 늘 사람들이 붐빈다. 영화관빌딩은 13개 극장이 7개 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상영 중인 영화 가운데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내리면 바로 영화관 입구다. 세가(SEGA)가 직영하는 1500평 규모의 조이폴리스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낙후된 지역을 오락, 문화, 쇼핑, 숙박 기능이 한 곳에서 제공되는 복합단지로 재개발, 새로운 도시 문화를 창조한 커낼시티프로젝트는 상세구역이나 도시설계지구 지정을 통해 도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시내 도심재개발에 참고하기에 매우 유용할 듯싶다.

잠재력 살릴 수 있도록 복합 용도로 개발되어야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의 양재천 정비 사업으로 타워팰리스 등 최고의 주택가가 수변공간을 따라 형성되면서 워터프론트 정비가 주변지역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실감할 수 있다. 청계천 복원, 한강 르네상스, 부산 북항, 인천 송도로 이어지는 워터프론트 정비 사업은 양재천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추진하고 있다. 워터프론트 정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워터프론트는 항구, 주거 또는 공장 등의 단일용도가 아닌 잠재력을 최대한 실릴 수 있는 업무, 주거, 상업, 레크리에이션, 공원, 녹지, 관광 등이 혼합된 복합 용도로 정비되어야 한다. 그럴 때 워터프론트는 활동의 중심지가 되고 자연스럽게 물을 활용한 수상교통의 수요가 확보된다. 다만 정비 시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도로, 교량 등 주변 경관에 대한 디자인상의 고려가 필요하고, 역사 유적 복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워터프론트 정비 시 갯벌, 수초, 물고기 등 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배려해야 하는 것은 기본. 또 수변을 가로막는 도로나 교통시설의 건설이 최대한 자제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철거 또는 지하화해서 사람들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제방이나 호안 등 치수에 필요한 시설은 내구연한이 길고 한 번 만들어지면 설계상의 변경이 어려우므로 설계 단계에서 디자인상의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수변의 접근을 막는 디자인의 사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기존의 워터프론트는 재생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야 하고, 매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창출된 공간은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개발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또 내륙의 물길을 연결하는 운하의 건설과 물길을 육지로 끌어들이는 소운하 등의 건설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위의 모든 노력들이 모여지면 선진 외국도 부러워하는 환경과 다양성이 어우러진 21세기형 국토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 사진 : 홍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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