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win-win)하는 상호협력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 기존의 협력 방식이 ‘생색내기용’이었다면 최근에는 자금 및 기술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식이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마케팅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대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원천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쌀쌀한 늦가을 바람이 벌판을 휘젓고 다니는 11월초 충남 서산시. 다섯 종류의 자동차가 또 다른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시속 200km 안팎의 고속으로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을 내달린다. 급발진 소리, 긴 브레이크 소리가 뒤섞인 이날 주행시험장엔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출시한 ‘The LUV 베라크루즈’를 비롯해 ‘NF쏘나타’, ‘그랜저TG’ 등 전략 차종과 경쟁 차종인 렉서스 ‘LS330’, 혼다 ‘어코드’를 시승하려는 기자들로 가득했다. 현대자동차가 베라크루즈 시승을 겸해 전략 차종과 경쟁하고 있는 수입차 시승을 통해 품질을 평가받겠다는 의도에서 마련한 비교 시승회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품질’이란 단어를 곧잘 입에 올린다.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나 이제 품질만큼은 자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비교 시승회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NF쏘나타와 혼다 어코드, 그랜저TG와 렉서스 LS330을 맞비교하더라도 이제는 품질 면에서 경쟁할 만하다는 자신감이 내포돼 있었다.

비단 자신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품질경쟁력은 각종 테스트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미국 JD파워의 신차 평가 결과는 현대자동차의 품질 향상 정도를 증명해 준다.(표 참조)

현대자동차의 품질 경영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1999년.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 시장을 비롯해 세계시장에서 ‘싸구려’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 양사로 분리돼 있던 품질본부를 2002년 3월 현대·기아품질총괄본부로 통합, 회장 직속 체제를 구축했다. 2003년 2월에는 북미 품질, 해외 품질 조직을 신설하고 정비와 품질 부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글로벌 고객 만족을 위한 품질 개선 활동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싸구려’ 오명에서의 탈출

현대자동차의 품질 경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뒷받침됐다. 하나는 기업 철학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반성장을 목표로 한 부품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이다.

특히 정 회장의 의지와 실천력은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의 부품 하나하나까지 품질회의를 직접 주관하는 등 협력업체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계기가 됐다. 1차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부품 협력업체의 품질 향상이 곧 현대자동차의 품질 향상을 가져온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정기적으로 부품 협력사에 대한 지도·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수평적인 품질 관리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실제 자동차의 품질경쟁력은 완성차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만 가지의 부품 하나하나가 글로벌 톱5로 성장할 때 현대자동차 역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자동차 도어 시스템 전문회사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평화정공 이상락 전무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은 자연스럽게 협력업체와의 상생 경영을 한층 공고히 하게 했다”면서 “협력업체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품질 경영을 곧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력업체의 기술 향상을 통한 현대자동차의 품질 경영은 협력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경쟁력 확보는 곧 완성차업체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된다”며 “협력업체의 집중 육성은 윈-윈 전략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혁신 자립형 중소기업 육성이 목표

현대자동차는 지난 11월14일 협력업체의 근본적인 경영 능력 향상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전략적 지원을 위해 ‘협력업체지원단’을 설립, 운영한다고 밝혔다. 협력업체지원단은 기술지원, 품질지도, 수출지원 및 경영지원 등 협력업체 경영 방식에 대한 전략적 차원의 지원으로 각 부문별 전문성을 지닌 현대·기아자동차 전임 임원들로 구성됐다.

주요 활동은 품질, 기술, 공정지도 및 교육으로 협력업체의 생산 공정 개선활동과 신규투자 설비 설치지도 등을 하게 되며 수출 관련 지도로 해외 메이커에 부품 수출 관련 판로 개척 및 해외공장 관련 각종 노하우 등을 전수하게 된다. 또 경영 컨설팅을 통해 기획, 연구개발, 구매, 판매, 인사 등에 대한 협력업체의 경영 전반에 걸친 레벨업을 실현하게 된다. 물론 이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출연한 자동차부품진흥재단에서 전액 부담한다.

협력업체지원단 설립과 운영은 한층 진보된 개념의 상생협력방안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특히 이러한 지원은 현장 중심의 기초기술 지도 및 부품 품질 문제 해결과 부품 산업 데이터베이스 구축, 정보지원 등이 갖춰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의 상생협력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2010년 세계 5위 수준으로 부품 품질을 육성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지난해 청와대의 ‘대·중소기업협력대상’ 수상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는 1, 2, 3차에 걸친 부품개발업체 4743개사와 일반구매업체 2742개사 등 모두 7485개사. 이들 협력업체의 총 매출 규모만도 2005년 기준으로 69조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들 협력업체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자립형 중소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3개의 추진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정책 방향 설정 및 중장기 상생정책을 수립하는 상생협력위원회, 구매본부 내의 협력사 육성 및 교육 관리 등을 담당하는 상생협력추진팀. 그리고 협력업체지원단 활동과 품질기술봉사단 등을 운영하며 2차 협력사 취약 업종을 중점 지도하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이 그것이다.

이들 추진 조직은 협력업체의 품질·기술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는 핵심 역량 강화, 경영구조를 선진형 수익구조로 개선하는 경영안정기반의 강화, 협력사의 해외 진출 및 글로벌화를 유도하는 글로벌 대응 시스템 구축, 2차 협력사의 품질 및 경영 개선을 지원하는 2차 협력사 지원 강화를 기본 운영 전략으로 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5스타 제도, 게스트 엔지니어 제도, 현금 결제 및 자금 지원 확대, 성과공유제 확대, 해외 공동 수주 활동, 해외시장 동반 진출, SQ마크 인증제도, 품질·기술봉사단 등이 있다.

부품경쟁력에 대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업체 수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5스타 제도는 품질 수준을 계량화한 기준을 통해 평가하고, 품질 개선에 적극적인 협력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게스트엔지니어제도를 통해 현대자동차에 파견된 협력업체의 엔지니어들과 설계 지원 등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 3월 현재 68개사에서 331명의 엔지니어들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파견됐으며 2001년부터 2005년까지 299개사에서 총 1387명이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게스트엔지니어제도는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부품 협력업체의 직원을 참여시켜 개발기간을 단축시키고 협력업체의 기술 수준을 높여 완제품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 사례로 흔히 클라이슬러의 ‘네온’을 꼽는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높은 품질과 낮은 연료 소모의 자동차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클라이슬러는 네온을 생산할 기술자 1500여 명을 본사 기술연구소로 불러들여 수개월 동안 조립훈련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공정 개선에 관해 수천 건의 제안을 내놓아 품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또 시험주행에도 기술자를 참여시켜 품질 수준을 확인토록 했다. 즉, 완성차업체 기술연구소와 부품업체의 연구진들이 교환 근무를 한 것이다. 그 결과 네온은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을 뒤집은 최초의 미국 자동차로 기록되고 있다.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이 같은 활동과 함께 현대자동차는 경영 안정의 기반 강화를 위해 연간 18조원이 소요되는 모든 협력업체의 납품 대금을 지난 5월부터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수출 물량에만 적용됐던 납품 대금의 현금 지급으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의 유동성은 과거와 달리 한결 원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향지시등과 창문 개폐용 스위치 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 대성전기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유동성 향상 등 경영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현대자동차에 연간 2200억원어치를 납품하고 있는 대성전기는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 받고 있다.

상생협력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지난 2000년 30개사에 불과했던 협력업체의 동반 해외 진출은 지난해 총 131개사로 늘어나 협력업체의 지속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유일한 대안을 해결해야 하는 협력업체들이 가격과 품질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 GM, 르노 등 글로벌 소싱을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선진업체들이 진출해 있어 현대자동차의 동반 해외 진출은 협력업체에 한층 더 큰 의의를 갖는다.

이명현 평화정공 대표이사는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면서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로서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음으로써 회사의 국제화와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에 진출이 가능하게 되어 정체돼 가는 내수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재범 대성전기 회장도 “경쟁사의 협력사에게 지지 않을 기술과 품질을 연마하고 실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나아가 우리 대성이 글로벌 메카트로닉스 기업으로 발전하는 역량을 갖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들 간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3.3%에 머물렀던 협력업체의 경상이익률은 2004년 4.9%까지 신장됐다. 업체별 평균 구매금액도 2000년 405억원에서 지난해 797억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또 협력업체 품질과 기술경쟁력 제고에도 현대자동차의 상생협력은 효과를 발휘했다.

2002년 63.6점이었던 품질 5스타 평균점수가 지난해 74.5점으로 상승했고, 입고불량율도 335ppm(2002년)에서 33ppm (2005년)으로 낮아졌다. 2002년 780개사에 불과했던 SQ마크 인증사도 2005년 3배가량 증가한 2023개사로 늘어났다. 특히 부품 수출이 확대되고 해외 진출이 강화되는 효과는 협력업체들로부터 큰 성과로 강조되고 있다. 2000년 15억달러에 머물렀던 부품 수출은 지난해 24억달러까지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1차 협력업체와 공유하고 있는 이 같은 성과를 향후 2, 3차 협력업체로까지 확대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2, 3차 협력업체로 확대 추진

지난 8월31일부터 두 달 동안 2차 협력업체의 품질 및 경영마인드 향상과 상생협력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250명씩 총 2500명의 대표이사가 참석한 상생협력 세미나도 이의 일환이다. 현대자동차 구매총괄본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2차 협력업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2차 협력업체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부품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위원의 집중 상주 지도와 월별 주요 업종 세미나, 그리고 SQ마크 인증 등 2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 직원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직업훈련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종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내 1000개사가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 중에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상생협력 정책은 협력업체의 경영 전반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업체와 윈-윈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생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TERVIEW  이영섭  현대·기아자동차협력사협의회 회장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로 세계 톱 부품업체 적극 지원

지난 2001년 창립총회 이후 5년째 현대·기아자동차협력사협의회(이하 협력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영섭 (주)진합 대표는 준중형승용차 스텔라 생산 때부터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였던 이 회장은 당시 10년 동안 같은 직책을 맡아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를 잇는 매파(媒婆)로도 불린다.

15년 동안 부품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이 회장은 완성차업체의 가장 큰 변화로 ‘투명 경영’을 꼽았다. 과거에는 제반 규정이나 규칙, 매뉴얼 등이 완비되지 못해 간혹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주나 거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거래 관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문제와 높은 인건비, 생산인력의 부족 현상은 여전히 부품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상생협력을 위해 협력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선진 완성차업체의 부품 조달 체계 변화와 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 간, 완성차업체와 협력사 간의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절대적입니다. 이를 위해 협력회는 상호존중과 신의성실을 바탕으로 공동 발전의 기본원칙 하에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에 대한 완성차업계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야말로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에 제반 규정이나 규칙, 매뉴얼 등이 완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간혹 오해를 살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투명 경영 시스템으로 협력사와의 모든 관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노사문제와 높은 인건비, 생산인력의 부족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의 노사 문화는 경쟁국과 비교할 때 매우 전투적입니다. 근 20년째 파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이제 막 도약하려는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또 국가적으로 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막상 우리 협력사의 생산 현장은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학력 생산 인력과 여성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품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지금 세계 100대 부품 기업에 한국 회사는 2개밖에 없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으로 본다면 적어도 20개는 돼야 합니다. 앞으로라도 현대자동차가 어렵게 구축해 놓은 세계 톱 수준의 위상에 상응하는 좌표로 나아가야 합니다.

 INTERVIEW   박재범  대성전기 회장

부품 회사 양성·발전은 글로벌 Top5 달성 위해 ‘선택 아닌 필수’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대성전기는 1973년 국가 근대화 도구로 전자 및 전기기기 제품에 필요한 스위치 생산 전문기업이다. 1976년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를 개발하면서 현대자동차와 첫 인연을 맺었다.

박재범 대성전기 회장은 “당시 현대자동차는 포니 개발과 함께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우리 회사에서 생산된 스위치와 릴레리의 품질과 개발력이 인정돼 동참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대성전기는 지금 다양한 자동차 전장품 분야에서 현대자동차와 개발과 협력을 하고 있다.

대성전기의 매출에서 현대자동차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장품 매출 3000억원 가운데 70% 이상이 현대자동차 납품을 통해 발생한다. 총매출 410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도 53%에 달한다. 때문에 현대자동차와는 기술, 품질은 물론 경영 및 재무 분야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협력을 하고 있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특히 기술 분야의 경우 포니 국산화 과제 수행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자체 개발 과정에서 생산업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필드에서의 검증을 상호 협력 지원 하에 실시하고 있어 대성전기의 기술 확보 및 발전에 현대자동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체계화 된 생산 및 관리 시스템과 탁월한 글로벌 경영 전략 등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잘 구성된 자체적인 경영 인프라가 발전의 주원인으로 작용했지만 협력사와의 유기적인 관계도 그에 못지않은 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박 회장은 결국 부품 회사의 협력 없이 완성차업체 자체 능력만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때문에 “글로벌 톱5를 향해 매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이러한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부품 회사의 양성·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은 메커트로닉스 설계 기술. 자동차 스위치, 계전기(Relay), 전자공학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소형·경량화, 저소음, 고용량 등의 설계 기술로 모듈화, 전자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CAN, LIN, RF 등 다양한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장 통합 제어 시스템(차량 네트워크 시스템)의 핵심인 BCM과 전자 제어 장치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백(Smart-BEC)이라는 통합 및 분산 통신 제어를 동시에 구현한 시스템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다. 따라서 대성전기는 핵심 역량인 메카트로닉스 분야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현재 완성차업계의 경쟁과 경쟁에서의 승패는 결국 우리의 길과 목표에 바로 직결되고 있다”며 “현재의 경쟁 요소를 환경, 에너지, 안전 등의 범위로 확대시켜 핵심을 명확히 하고 상호 협력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우수협력업체 평화정공

게스트엔지니어제도 참여로 신기술도 확보하고 비용도 절감

자동차 도어 시스템인 도어 무빙 및 잠금 시스템 전문생산업체인 평화정공은 10여 명의 기술진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파견하고 있다. 신기술인 실드 도어 모듈(Sealed Door Module)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인 게스트엔지니어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이 제도에 참여한 평화정공은 현대자동차 설계엔지니어들과 함께 NF(쏘나타), TG(그랜저), CM(싼파페 후속), HD(아반떼 XD 후속) 차종의 실드 도어 모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현재는 ED, BK(투스카니 후속) 차종을 개발하고 있다.

“자체적인 기술개발기간보다 3개월이 단축됐다”는 손중호 기술연구소 이사는 “단축기간만큼 품질육성기간을 확보해 CAE(역학해석) 등을 통한 제품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했다”고 소개했다. 또 제품개발 및 품질비용도 2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평화정공이 현대자동차의 게스트엔지니어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취지는 여실히 드러난다. 연구개발 부문에 있어서 개발제품에 필요한 정보, 즉 경쟁사 제품 벤치마킹, 과거차 품질 개선 이력, 협력업체 보유 기술, 설비 조건, 제품 특성 등을 공유함으로써 설계 품질을 개선하고 개발비용을 줄이는 것은 완성차의 품질 개선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다.

이상락 전무는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기술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수년 전부터 현대자동차와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개발 업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평화정공은 1998년 트라제 XG의 도어 오픈 모듈을 국내 최초로 개발, 적용한 이래 2004년에는 DR 실드 모듈을 쏘나타에 적용함으로써 모듈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3년에는 수평 대향 DOOR 제작(DOOR의 OPEN 방향이 서로 대칭되게 열리는 구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대자동차로부터 2억원의 기술개발 투자금을 지원받아 승하차 조건을 향상시키고 실내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는 신기술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평화정공은 한 단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즉 순수 독자 개발에 의한 시제품 생산을 가능케 했고, 기술경쟁력 확보에 밑거름이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평화정공은 지금도 현대자동차로부터 약 1억원의 투자 지원으로 CINCHING LATCH(차량의 DOOR를 자동으로 열고 닫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시제품 생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술적인 사양을 보완하고 있다.

평화정공은 대구본사와 제1연구소를 기반으로 울산, 아산 등에 5개 제조공장과 기흥에 제2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인도 첸나이의 현대자동차와 중국의 북경 현대자동차 및 열달 기아자동차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3개의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슬로바키아에도 제조공장을 설립해 기아자동차의 해외 진출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평화정공의 모든 제조공장에는 첨단 시설이 완비된 교육센터가 마련돼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품질, 제조, 설계 부문에 대한 무상교육을 신입사원과 기술직 사원의 전문성 강화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 평화정공의 매출은 지난 2000년 762억원에서 지난해 21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곽철웅 기획팀장은 “올해는 매출 3698억원을 목표로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7~8월 현대자동차 노조파업의 영향으로 달성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명현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다녀온 유럽 출장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지난 11월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첫 양산에 들어갔는데 우리 회사 도어모듈 제품의 양산 대응 업무를 점검하고 현지에서 수고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현대자동차가 체코 시장에 진출했는데 우리 회사와의 가장 효율적인 동반 진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업무 협의차 다녀왔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이제 더 이상 세계 자동차 산업의 변방국가가 아니라 Big3는 물론 도요타자동차와도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또 이미 그 중심에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대자동차의 해외 진출이 큰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와 동반 진출함으로써 회사의 국제화와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 진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정체되어 가는 내수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로서의 최대 메리트는 무엇입니까.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대 완성차 메이커입니다.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통해 경영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고, 기술개발 및 품질 향상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산, 제조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정공 제품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국내 최대의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적인 생산기술력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주력 제품인 도어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무엇입니까.

자동차의 보안·안전상의 핵심 부품인 잠금장치의 완벽한 품질보증 능력과 제품의 소형화, 경량화가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품 위주였던 기술이 지금은 통합되어 시스템화, 모듈화로 변화돼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Complete Door Module을 통해 고객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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