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을 통해 쌓아 올려진 시꺼먼 굴뚝은 이제 IT 혁신을 통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IT가 단순한 정보화의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몇몇 선진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코노미플러스>는 IT를 통한 비즈니스 혁신 사례를 상·중·하 3회에 걸쳐 살펴본다.

IBM은 지난해 전 세계 760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바탕으로 ‘글로벌 CEO 스터디 2006’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CEO 가운데 70% 정도는 향후 2년 내에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비용 절감’을 최대 관심사로 지목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로 평가되고 있는 혁신을 발판으로 성장과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CEO들은 이러한 변화를 꾀하는 데 있어 기존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한 혁신, 그리고 프로세스 혁신을 근간으로 하는 운영 혁신과 더불어 변화의 중요 수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 보고서가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은 비즈니스의 성장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품 자체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실시간 리스크 관리, 제품의 공동 개발, 비즈니스 모델 및 경영 방식의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는 게 IBM의 보충 설명이다.

기업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혁신은 무엇일까. 기업 생존을 위한 혁신에는 무엇보다 제품 혁신이 우선이다. 최첨단 신기술이 적용돼야 제품 혁신이 달성됨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예를 들어, 소니의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3’에 적용된 프로세서가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구현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제품 혁신의 사례로 꼽힌다.

다음으로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 똑같이 찍어내는 패키지 소프트웨어에도 고객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 등이 가속화돼야 한다. 영국과 일본의 보험회사들이 종량제 개념으로 보험료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에도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는 비즈니스 콤포넌트화, 시스템 통합, 고급 알고리즘, 혁신적 공급망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RFID(전자인식시스템) 기술을 이용해 물류와 공급 체인을 혁신하는 것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의 본보기로 꼽힌다.

혁신이 기업의 업무 영역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에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현재의 비즈니스 상황을 다시 바라보고,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및 발전에 따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인도의 바티(Bharti)사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꾀한 사례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혁신 외에도 경영 및 문화의 혁신, 정책 및 사회의 혁신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여러 혁신의 공통점이 IT라는 커다란 초석 위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웹 혁명 이후 IT 인프라는 단순한 지원 툴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기업의 핵심 코어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미디어 관련 산업군에서 IT 시스템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외 대표적인 사례들은 미래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IT 시장조사기관인 스프링보드리서치에 따르면 “IT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를 제공했고, 선진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미디어는 기존에는 콘텐츠를 수작업으로 관리했다. 채널 수가 늘어나고 보유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칼럼 수도 수천 라인이나 될 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CMS의 1차 구축이 완료되면서 검색의 통합화는 물론 멀티미디어 검색 및 재생, 음원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음원 재생, 제작 지원 업무의 온라인화 등이 통합됐다.

글로벌 사례 1 NFL(미식축구협회)

콘텐츠 관리 통해 프로그램 제작 4배 빨라져

지난해 슈퍼볼 경기에서 한국계 하인스 워드의 MVP 수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NFL(미식축구협회)은 32개의 구단이 속해 있는 미국의 가장 유명한 대중 스포츠 관련 조직이다. NFL은 리그 전문 미디어 프로덕션인 NFL 필름이라는 자회사까지 두고 NFL 경기를 방송하고 있다.

NFL은 새로운 채널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콘텐츠를 유연하게 배분하고자 애썼다. 새로운 미디어의 기회를 포착하고 디지털 콘텐츠 파트너십을 늘리기 위해 NFL은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뜯어 고쳤다. 즉 그들이 가진 미디어 콘텐츠를 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비즈니스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NFL은 새로운 시스템 및 프로세스의 도입을 통해 기존 콘텐츠 자산을 적극적으로 비즈니스화하고, 콘텐츠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방송을 기획하고자 했다.

1960년대 초반 설립된 NFL 필름이 보유하고 있었던 필름은 3만km. 특정한 비디오테이프 속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는 것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수작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콘텐츠 관리 시스템 구축이었다.

NFL은 경기 필름을 수집, 저장, 액세스 및 분배해주는 간결한 방식의 디지털 콘텐츠 관리 및 분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IBM을 파트너로 삼았다. 여기에는 IBM의 p시리즈나 블레이드센터 등의 서버 하드웨어와 DB2 콘텐츠 매니저, 웹스피어, 티볼리 등의 소프트웨어가 공급됐다.

이를 통해 NFL은 콘텐츠들이 디지털화하자 예전보다 10배나 빨리 편집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간을 4배나 앞당길 수 있었다.

콘텐츠 관리 시스템 혁신을 통해 NFL은 콘텐츠의 가치를 크게 향상시켰다. 여기에다 새로운 프로그래밍 송출을 지원하는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NFL의 조 맨토 IT 담당 부사장은 “이번에 구축한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으로 NFL이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사례 2 러시아 채널5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콘텐츠 재활용


러시아의 ‘채널 5’도 새로운 IT 시스템 도입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꾀한 경우다. 75개나 되는 러시아 지방자치단체를 커버하는 중앙 채널 방송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는 채널5는 기존 아날로그 테이프 기반의 제작, 관리, 송출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인 콘텐츠의 재활용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즉 방대한 분량의 테이프를 창고에서 뒤져서 원하는 순서에 끼워 맞춰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던 프로듀서들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러시아 전국 방송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한 후 채널5는 텍스트, 사진, 인터넷,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여러 프로듀서들이 동시에 작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새로운 시스템으로 인해 각 지역에서 방송을 자체 제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서로 다른 러시아 언어들도 인터넷 프로토콜을 통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고, 각 지방정부의 9가지 데일리 뉴스 프로그램으로 통합해서 방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채널5의 유리 레즈야코프 제작·기술 부문 디렉터는 “넓은 땅에 흩어져 있는 러시아 지자체를 통합할 수 있는 적절한 시청자의 확보는 채널5에게 필수적이었다”며 “새로운 IT 시스템을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오픈 포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만족해했다.

국내 사례 CJ미디어

통합방송 시스템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


CJ그룹의 미디어 사업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CJ미디어는 1995년 음악채널인 엠넷(Mnet)에서 출발해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CJ미디어는 종합 오락 채널인 ‘tvN’, 영화 채널 ‘채널 CGV’, 스포츠 채널 ‘Xports’, 영화오락전문 채널 ‘XTM’, 음악&엔터테인먼트 채널 ‘Mnet’, 푸드&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 네트워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CJ미디어는 몇 년 사이에 급속하게 채널을 늘리다보니 시스템 및 콘텐츠 데이터베이스가 불안해지고 한계 상황에 다다르자 통합방송 시스템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기존 테이프 기반의 방송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고,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디지털 관련 시장이 넓어지면서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또 고선명TV(HDTV) 방송으로의 전환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도 필요했다. 김종백 전략기획팀 차장은 “심지어 나중에 추가되는 것들은 기존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프로젝트 추진 배경을 밝혔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Contents Management System)의 구축. CMS 구축 사업은 핵심 자산인 방송 콘텐츠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1단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05년 12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2007년 1월 현재 기반을 다져놓은 상태이며, 오는 9월이면 전체 골격을 드러내게 된다. CJ미디어는 CMS 구축을 통해 미디어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편성 및 제작팀에서 콘텐츠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송 및 미디어 업계는 특성상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는 전통 기업 가운데 하나다. CJ미디어 역시도 이 같은 시스템 도입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김종백 차장은 “국내 사례는 물론 해외 사례도 거의 없어서 도입 결정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진 방송 미디어 기업들도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고, 국내 지상파 TV에서도 뉴스 등 일부 데이터에만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을 CJ미디어는 전체 프로세스에 대해 구축을 추진했으니 ‘대단한 결심’을 한 셈이다.

CJ미디어는 기존에는 콘텐츠를 수작업으로 관리했다. 채널 수가 늘어나고 보유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칼럼 수도 수천 라인이나 될 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CMS의 1차 구축이 완료되면서 검색의 통합화는 물론 멀티미디어 검색 및 재생, 음원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음원 재생, 제작 지원 업무의 온라인화 등이 통합됐다. 현재 방송 편성과 관련된 부분이 통합되면, 향후에는 회계 시스템과의 연계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단일 프로그램이나 방송에 대해 CMS 구축을 시도한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다채널과 전체 방송 프로세스에 대해 CMS를 구축하는 것은 CJ미디어가 최초다. 하지만 CJ미디어는 이제 터 닦기 작업을 마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CJ미디어는 서울 상암동의 신사옥이 완공되는 2010년을 최종적인 프로젝트의 완성 시기로 보고 있다. 어쩌면 완성이라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른 또 다른 시작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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