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공업대학이 산학협력의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과 공격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획기적인 운영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이가 바로 한영수(61) 총장이다.

“실용적 인재 양성하는

‘1등 대학’으로 도약합니다”

“산학협력, 선택 아닌 필수” … 수주실적∙수익률 ‘상위권’

특성화된 융합교육∙글로벌 인재반 운용해 리더 양성 계획

#1. 지난 5월12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경기공업대학.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녀 학생들이 졸업사진 찍기에 바빴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년 실업 시대지만 이들 10명 중 9명은 취업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갓 졸업한 학생도 산업현장에선 ‘프로’로 통하기 때문이다.

#2. 경기공업대학 제2캠퍼스 내 중소기업관. 이곳에 입주한 34개 업체들은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의 조언과 함께 이 대학의 최첨단 장비를 내 것 마냥 사용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캠퍼스 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서부지소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곳 창업보육센터의 입주 경쟁률은 4대1이다.

“취임 후 기존의 수동적 사업수주 방식에서 탈피해 직접 새로운 아이템의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산학협력단의 체질을 개선했습니다. 전문대학 최초로 중소기업 원스톱 지원시설인 중소기업관을 운영하고, 중소기업 방문형 기술종합지원시스템(KTTS: Kyonggi Technology Total Solution)을 구축한 게 산학협력의 성공요인이지요.”

지난해 1월 경기공업대학 제4대 총장으로 취임한 한영수 총장은 경기공업대학을 산학협력 중심 전문대학으로 육성시키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무엇보다 교육·연구 체계를 산학협력 중심으로 전환해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경기공업대학의 전신은 1966년 지식경제부(당시 상공부)가 설립한 한국정밀기기센터(FIC)다. FIC는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통해 공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FIC가 기술교육과 함께 현장형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경기공업대학으로 새로 출발한 것은 1999년.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입학 지원자가 감소하고 중도 탈락자의 증가로 인해 중견 기술인력 양성에 차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FIC의 현장실무 중심의 중견기술인력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을 승계·발전시켜 특화된 전문대학으로 전환한 것이다.

“사실 저희가 산학협력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기공업대학은 학문만 하는 곳이 아니라 현장 속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는 학교입니다. 산학협력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학교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가 과제지요. 공격적인 산학협력과 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계속 특화시켜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기공업대학은 전문대학으로는 최초로 중소기업관을 설립,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제품화, 생산에 이르는 일련의 핵심과정뿐만 아니라 인력관리·행정업무 등의 부수적인 기능을 통합 지원하고 있다. KTTS를 통해서는 교수 중심의 중소기업 친화형 산학협력팀을 조직,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현장의 중소기업 위한 밀착 서비스 강화

경기공업대학의 기업 밀착 지원 서비스는 경기도와 협력해 캠퍼스 내에 개소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서부지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금·기술·인력·수출·판매 등 어느 부문이든 기업인들이 경영하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게끔 한 것. 인근 중소기업인들은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경기공업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가족회사제도도 영세 기업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가족회사제도는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기술·경영·법률 등의 자문, 실험·실습 장비 이용 등을 ‘전담교수’를 통해 총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영세한 기업들이 대학의 시설과 장비, 연구인력을 활용해 R&D 역량을 확충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가족회사는 2010년 현재 850여 개사에 달한다.

이러한 공격적인 산학협력 마케팅을 통해 경기공업대학은 획기적인 산학협력 운영수익을 올렸다. 이 대학의 산학협력 운영수익은 2004년 44억여원에서 지난해 117억여원으로 껑충 뛰었다. 산학협력 수주 실적은 전국 5?위권, 수익률은 국립대를 제외하면 전국 2위다. 경기공업대학은 현재 산학협력 중심 전문대학 육성사업 등 9개의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산학협력 부문에서의 성과는 현장 밀착형 활동 덕분입니다. 인근의 시화·반월공단 등에 1만300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어요. 기업 속에 학교가 들어와 있는 셈이죠. 또 현장에 필요한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기업체에서 원하는 교과목을 이론과 실습으로 가르치고 있고, 교수진의 3분의 2 이상이 기업현장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그야말로 산학협력 마인드가 강한 분들입니다.”

한 총장은 대학은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기업은 그 기술을 상용화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등 산학협력은 서로의 비용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입니다. 대학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실무 중심 교육으로 기업 맞춤 인재 양성

현재 경기공업대학의 취업률은 91%대다. 이러한 높은 취업률은 ‘실무형 커리큘럼’에서 기인한다. 취업 이전에 반드시 기업 현장에서 업무 체험을 하도록 해 맞춤 인재를 원하는 기업과 취업을 원하는 학생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공업대학 내에 있는 최첨단 실험기자재도 실무 경험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독일, 영국, 일본 등 기술 선진국으로부터 최첨단 장비를 도입, 선진기업들의 기술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 보쉬렉스로스그룹에서 인증하는 첨단 교육 프로그램과 최첨단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 유일의 교육센터인 보쉬렉스로스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는가 하면 지멘스 트레이닝센터를 통해서는 자동화 기술의 전동기 구동 및 제어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 총장은 이러한 실용 중심의 전문화한 교육으로 경기공업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산업현장에서 프로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융합교육’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해 기존 전자통신·자동차·컴퓨터정보시스템 등 3개 학과에서 선발된 45명으로 구성된 모바일융합학과를 신설했다. 정식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융합교육은 정규수업이 끝난 후 별도 시설에서 이뤄졌다. ‘실험’에 불과했지만 성과는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2009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경기공업대학이 출품한 태양열 자동차와 다양한 로봇 등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이러한 성과에 따라 경기공업대학은 융합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정식학과 편제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메카트로닉스 등 3개 학과를 대상으로 로봇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기계설계 등 4개 학과가 융·복합된 기계융합산업교육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총장은 2013년 말까지 융합학과 3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융·복합은 시대의 화두입니다. 제조업간에, 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간에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화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예의주시 하면서 우리 학교부터 해보자고 한 것이 융합교육입니다. 기존에는 20개 학과가 세분돼 있었어요. 모두 공과 계열인데도 학과간, 학문간 통섭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죠. 학부제를 도입한 것은 조직관리 차원이 아니라 학문의 통섭과 융·복합을 위해섭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융·복합에 중점을 둔 학부제다. 경기공업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기계·자동화, 자동차·에너지, IT·경영, 디자인·문화학부 등을 설치하고 공동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한 총장은 향후 과목과 과목간의 연계 등도 시도해 ‘제3의 과목’을 개설해 보고 싶다고 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융·복합교육과 어우러져 경기공업대학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영어와 일어를 집중 교육시킨 다음에 분야별 특화된 융·복합 전공교육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기계·자동차, 전기·전자 분야의 우수학생 18명을 독일에, IT·디자인·비즈니스 분야의 12명의 학생을 일본으로 연수를 보낸 바 있다.

한 총장은 특성화된 융·복합 교과과정 운영과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을 통해 현재 91%대인 취업률을 100%로 끌어 올린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해 오래 머물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력 높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스타 배출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인재반’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입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된 ‘글로벌 인재반’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육기관과 기업을 방문해 신기술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반의 우수학생은 향후 해외 유학 시에도 학교의 지원을 받는다. 한 총장이 해외 연수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 등을 폭넓게 볼 수 있는 데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재학생 4명 중 1명이 누리는 장학금 혜택도 더욱 늘릴 계획이다. 녹색산업 확산을 위한 그린캠퍼스 사업 추진으로 절감한 에너지 관련 비용을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장학금으로 재투자하는 사업 등이 그것이다. 독일, 캐나다, 중국 등 해외 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해외연수 등의 기회도 더욱 확대키로 했다.

올해부터 그래픽디자인과, 신재생에너지과, 건축설계과, 아동영어과, 중소기업경영과 등 5개 학과를 신설하고, 6개 학과에 4년제 심화과정을 개설한 것도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한 총장은 “옛날처럼 굴뚝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최근의 산업 현상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업은 참 좋은 말인데, 학생들 중에는 이를 ‘비호감’으로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명 변경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직원, 학생들과 함께 목하 고민 중입니다.”

한 총장은 우수학생 유치와 함께 한국형 기술인력의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마이스터 대학 도입이 그것이다. 전국 21개 마이스터고교 출신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을 연계해 중소기업들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이공계 기피현상도 불식한다는 복안이다.

인프라와 학제 업그레이드 통해 이미지 제고

한영수 총장은 지식경제부(옛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통상 전문가다. 산학협력 분야에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론적 지식을 갖추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정부의 정책은 탁상행정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총장은 취임 후 기업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추진하면서, 교직원들이 산학협력 분야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공업대학은 지난 10년간 상당한 성과를 냈어요. (제가) 취임했을 때 이미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죠. 그 때문에 교직원들은 그 성과에 안주하고 있었고요. 내외부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변하지 않으면 5~10년 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리고 경쟁력을 키우자고 교직원들을 다그쳤지요.”

경기공업대학은 수도권에 있는 전문대학으로서 지금까지 신입생 유치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원 미달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 한 총장의 생각이다. 이러한 우려에서 출발해 대학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바로 ‘그린 킨스트(KINST) 비전 2020’이다.

한 총장은 취임 후 ‘푸른 미래를 주도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담은 ‘그린 킨스트 비전 2020’을 수립, 발표했다.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대학, 교육 혁신을 이끄는 대학, 국제화를 지향하는 대학, 산학협력을 주도하는 대학, 수요자가 만족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주요 골자다. 그는 필요하면 목표도 수정하면서 매 2개월마다 진척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인프라와 학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과 교육 핵심역량을 강화해 대학의 이미지를 제고시킨다는 중장기 발전 계획입니다. 경기공업대학은 지난 40년간 첨단기술인력의 산실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성장을 발판으로 삼아 2020년에는 세계적인 실용적 인재 양성 대학으로 도약할 겁니다.”

한영수 총장 약력

1949년 서울 출생. 1972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75년 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88년 국립파리 제13 대학교 경제학 박사. 1980년 상공부 아주통상과장. 1993년 통상산업부 통상협력심의관. 1999년 산업자원부 감사관. 1999년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2000년 한국무역협회 전무. 2006년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원장. 2009년 1월~경기공업대학 제4대 총장.

 

/ 대담 : 김용태 편집장 / 정리 :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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