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화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혁신처장 한국해양대 기계공학 학·석사, 목포대 기계공학 박사, 전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기술처 동반성장진단부장
정승화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혁신처장 한국해양대 기계공학 학·석사, 목포대 기계공학 박사, 전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기술처 동반성장진단부장

물 산업은 수자원, 생활·공업·농업용수의 생산 및 공급, 하·폐수 처리 및 재이용 등 물순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사업과 이와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뜻한다.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문제와 맞물려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21세기에 등장한 ‘블루 골드(파란색 금)’라는 용어는 이런 중요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 글로벌 물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융·복합 하이테크 기반의 혁신형 산업으로 성장하는 등 유망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물 시장 규모를 매년 조사·발표하는 영국의 물 전문 조사 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919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24년까지 연평균 3.4%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기준 약 5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 대비 약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 같은 블루 골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독일⋅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의 강력한 주도하에 싱가포르수자원공사(PUB)를 중심으로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뉴워터(NEWater)’를 추진했고, 독일은 수준 높은 기자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민관 워터 파트너십(GWP)을 활성화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물환경연맹 물산업전(WEFTEC)’과 같은 세계 최대 물 산업 전시회를 개최해 국제 홍보를 통한 수출 견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는 베올리아(Veolia), 수에즈(Suez) 등 대형 물 기업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 물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13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로 세계 12위 수준이지만, 국내 물 기업은 이러한 세계 물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다. 정부의 수자원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 단계(2018년 보급률 99%)에 접어듦에 따라 내수 시장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물 기업의 영세성으로 인해 개별적인 기술 개발과 수출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내 물 기업 중 85.5%는 20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정부는 2018년 6월 ‘물관리 기본법’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가, 그간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물관리를 환경부가 도맡게 했다. 특히 통합 물관리 및 물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물 산업 진흥 정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3월 ‘물관리 기술 발전 및 물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 관련 계획 수립 △ 혁신형 물 기업 지정‧지원 △ 우수 제품 등의 사업화 지원 △ 물 산업 실증화 시설 및 집적단지 조성·운영 △ 물 기업 해외 진출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 구축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물 산업 해외 시장 도약을 노릴 만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한국 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지속해서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현재의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 중에 ‘국가대표 물 산업 기업’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물 산업 육성 ‘MP(Master Planner)’를 지정하고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업을 통합·선별해 대표 주자를 선별·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방법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물 산업 정보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대륙 단위의 해외 시장 개척단을 민관 공동으로 구성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수집·제공해야 한다. 현재 국내 영세 기업 차원에서 해외 시장에 대한 질 좋은 정보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물 산업 규모에서 해외 진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 번째로는 정부가 홍보 및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물 산업 전시회, 기술 워크숍, 해외 시장 비즈니스 상담 등을 지원하고, 동시에 거버넌스를 활용해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제언의 핵심은 물 산업의 ‘스케일업(Scale-Up)’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물 산업 혁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대한민국 물 산업 혁신 창업 대전(STARTUP WATER)’을 개최했다. 우수 아이템에 대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댐과 정수장을 성능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제공했다. 사진은 섬진강 댐.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물 산업 혁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대한민국 물 산업 혁신 창업 대전(STARTUP WATER)’을 개최했다. 우수 아이템에 대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댐과 정수장을 성능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제공했다. 사진은 섬진강 댐.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미래 기술 개발 노력도 중요

아울러 글로벌 물 산업은 4차 산업혁명 및 물 위기 확산으로 인한 디지털 융·복합 등 하이테크 기반의 혁신 산업으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녹색 전환 시대에 급성장하는 혁신형 물 산업 성장을 위한 기술·제품의 실·검증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국내 중소·벤처 물 기업의 기술 검증, 실적 확보 기회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공사)는 물 산업 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전국 121개 댐 및 정수장 등 물관리 시설(댐·수도 시설 111개, 연구 시설 10개)을 중소기업에 성능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오픈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성능 검증 및 적용 실적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기술 실·검증뿐만 아니라 공사의 전문인력(68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의 기술 지원도 하고 있다. 아울러 공사는 국가와 지역의 역량을 결합한 특화 분산형실증센터를 구축해 물 기업의 사업화 및 기술 개발, 기술 실·검증의 기회를 증폭할 방침이다. 분산형실증센터를 국가 물 산업의 혁신 성장 및 육성을 견인하고 글로벌 물 산업 융·복합 혁신 기술 개발 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공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공공자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해 2030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물 산업 스타트업 600여 개의 성장을 지원하고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1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관리의 패러다임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물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국경을 초월하는 범지구적인 문제가 됐다. 국가 주도형 물 산업 육성 전략은 우리에게 큰 기회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기회를 살려 물 산업을 발전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민·관·학·연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정부·기업체·대학·연구기관들은 지금이 물 산업의 중대한 전환점임을 직시하고 각자의 역할과 상호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승화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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