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자원이자 돈이 되는 산업이다. 기후 변화 등으로 물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 업체 글로벌 워터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물 시장 규모는 2016년 7139억달러(약 808조원)에서 2020년 8341억달러(약 945조원)로 16.8% 증가했다. 영국의 물 전문 조사 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는 2025년 글로벌 물 시장 규모가 8650억달러(약 9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생수 산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국내 생수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경쟁을 취재하고, 정승화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혁신처장의 기고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봤다.
왼쪽부터 농심 백산수 무라벨 제품(이미지), 롯데 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 CU 자체 브랜드(PB) 생수 ‘헤이루(HEYROO)’. 사진 각 사
왼쪽부터 농심 백산수 무라벨 제품(이미지), 롯데 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 CU 자체 브랜드(PB) 생수 ‘헤이루(HEYROO)’. 사진 각 사

기업들이 줄이어 생수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물티슈 등을 만드는 생활용품 기업 깨끗한나라는 3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먹는 샘물 제조 및 판매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을 안건에 올렸다. 지난해 말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서울시에 샘물 유통전문판매업 신고를 했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가량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생수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 중이다. 2010년 4000억원 규모였던 생수 시장은 2019년 10년 만에 8800억원으로 두 배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수돗물 유충 사태로 생수 시장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모니터는 국내 생수 시장이 2023년에는 2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깨끗한나라와 우아한형제들 측은 아직 구체적인 생수 사업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수 시장이 식음료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 산업이라는 판단 때문에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본다. 깨끗한나라는 물티슈 제품을 만들 때 정제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물 시장에 관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수 시장에서 경쟁 중인 브랜드만 200개가 넘는다. 현재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는 광동제약이 유통하고 있는 ‘제주삼다수(40.7%)’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13.9%)’, 농심 ‘백산수(8.7%)’가 뒤를 잇고 있다. 생수 업계 빅3 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GS25, CU, 쿠팡, 티몬, 11번가 등 온·오프라인 유통사는 저가형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오리온이 3000억원을 투자해 생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오리온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움직임으로 지난해 말 제주용암수 제품 가격을 35%가량 내리고, 올해 2월에는 제주용암수의 제품명을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변경했다. 가성비에다 ‘프리미엄 건강음료’라는 정체성까지 내세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 우유, 라면 등 모든 가공식품의 경우 시장이 커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물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음료라는 점에서 유통사들이 너도 나도 생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무라벨 생수 시장 확대…판도 바뀌려나

최근 생수 업체들은 상표 띠 없는 친환경 투명 페트병을 앞세운 ‘무라벨’ 생수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1월 정부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의 대세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올라탔다는 측면도 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를 출시했다. 아이시스 8.0 ECO는 지난해에만 1010만 개 이상 판매됐다. 하이트진로음료도 3월 중순부터 무라벨 먹는샘물 ‘석수’를 판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분기부터 당사 생수 페트(PET)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롯데마트, CU, GS25, 11번가 등 온·오프라인 유통사도 서둘러 무라벨 생수를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무라벨 생수 시장이 확대돼 빅3 업체들이 전면에 브랜드를 내세울 수 없게 되면서 비브랜드, PB 생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빅3 중 아직 무라벨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제주삼다수와 농심의 마음은 바빠졌다. 제주삼다수는 상반기 중 무라벨 제품 ‘제주삼다수 그린 에디션(가칭)’ 출시를 위한 시설 구축을 완료했다.

농심도 올 상반기 중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을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겨 넣은 무라벨 백산수 생수를 선보일 계획이다. 풀무원샘물도 비슷한 시기 무라벨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브랜드 생수 업체들은 높은 수질을 앞세우고 있다.


국내 넘어 수출까지 기대

진입장벽이 낮은 생수 시장은 국내에서 레드오션이 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신규 진입자가 늘고 있는 건 해외까지 감안하면 생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생수 수출액은 695만달러로 2014년(549만달러)보다 25% 넘게 늘었다.

아시아 지역의 생수 산업 성장성은 타 대륙보다 높다고 평가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의 연평균 생수 시장 성장률은 6.9%로 북미(1.0%), 유럽(2.2%), 남미(-1.0%)보다 높다. aT는 아시아 지역 생수 시장이 2023년 896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자국 수질에 대한 신뢰감이 낮아 생수를 사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리온이 후발 주자로 생수 시장에 뛰어든 것도 초코파이 등으로 중국에서 다진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백산수를 제조·판매하는 농심은 2015년 중국에 2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세우고 백산수를 현지에서 생산·판매한다.


plus point

워런 버핏·마윈 제친 中 생수 회사 회장
농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 세계 부호 6위

중산산 농푸산취안 창업자. 사진 농푸산취안
중산산 농푸산취안 창업자. 사진 농푸산취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제치고 세계 갑부 6위에 이름을 올린 중국 생수 회사 회장이 있다. 바로 중국 생수 시장 1위(점유율 20%) 기업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설립자 중산산(鍾睒睒) 최고경영자(CEO)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회장이 세계 갑부 상위권에 오른 배경에는 중국 생수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농푸산취안은 공식 통계가 나온 2019년까지 8년 연속 중국 생수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3월 2일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리포트’는 중산산이 중국 부호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최근 1~2위에 이름을 올려온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은 각각 2위와 4위로 밀렸다. 연초 블룸버그도 중 회장의 자산이 올해 917억달러로 불어나 세계 갑부 6위이던 버핏(862억달러) 회장를 제쳤다고 전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공동 창업자 겸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뒤를 이은 것이다.

중 회장의 자산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9월 8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농푸산취안의 주가가 생수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1996년 설립된 농푸산취안은 상장 당일 21.5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1월 8일 65홍콩달러로 마감, 200% 넘게 급등했다. 3월 16일에는 44.30홍콩달러에 장을 마쳤다.

중국 쳰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생수 시장 규모는 2013년 1069억위안(약 18조1700억원)에서 2019년 2017억위안(약 34조2900억원)으로 6년 만에 두 배 성장했다. 연구원 측은 2024년에는 중국 생수 시장이 3371억위안(약 5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은 2019년 기준 1인당 평균 생수 소비량이 34L로 미국(133.6L), 영국(49.9L), 일본(36.9L)과 비교해 낮다. 중국의 생수 시장 성장 잠재력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안상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