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는 더 이상 외국인과 기관의 정보력과 자금에 밀리는 ‘약한 존재’가 아니다. 미국 개미들은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새해 코스피 지수 3000 시대를 연 주역은 개미군단이다. 올 들어 2월 3일 기준 개인은 24조7000억원 이상 사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8000억원, 19조4000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특히 1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26조원 가까이 사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개미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 달 기준 역대 최대액이다.

주식투자 열풍은 지속될 분위기다. 삼성증권이 올해 1월 11~22일 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 8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47%는 올해 유망 투자처로 국내 주식을 꼽았다. 해외 주식을 꼽은 응답자는 31%였다. ‘올해 은행의 예금성 자산에서 얼마 정도를 끌어와 주식투자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1억원~3억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27%였다. 10억원 이상(23%), 3억원~5억원 미만(22%)을 투자하겠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특히 답변자의 47%는 3년 내 코스피 지수가 4000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조선’은 2월 2일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보고 있는 20대 대학생, 30대 전문직, 60대 주부를 대상으로 이들이 주식투자에 빠진 이유와 이들의 투자관에 대해 익명으로 물었다. 이들은 낮은 예금금리와 쏟아지는 부동산 규제 대책 속에서 투자처는 주식시장뿐이고 현재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각자만의 투자 원칙을 지키는 데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정해둔 목표 주가에 도달하면 욕심버리고 팔기’ ‘매매와 동시에 5% 혹은 10%에 예약 매도 주문 넣기’ ‘적금식 투자’ ‘모르는 종목 투자 안 하기’ 등이 이들의 원칙이다.


주식투자 금액이 궁금하다. 코로나19 이후 수익률이 나아졌나.

20대 대학생 “군 생활 때 월 20만원씩 넣은 군인 적금을 투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역 후 내 돈 500만원을 굴리고 있다. 부모님 돈 4000만원도 대신 관리해주고 있다.”

30대 전문직 “기존 투자 금액 9000만원에 지난해 여름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한 2억원을 추가해 총 2억9000만원을 굴리고 있다. 정부 규제로 입주 예정이던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담보대출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연수익률이 10~15%였는데, 지금은 월평균 40%가량 된다.”

60대 주부 “2019년 코넥스 시장에 3000만원을 투자해 돈을 3800만원까지 불렸다. 코로나19 이후 2000만원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금을 늘려 현재는 6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 수익률은 월평균 4% 정도다.”


왜 주식투자를 하는가.

20대 대학생 “주식을 위험자산으로 여겼는데, 예금금리가 너무 낮아서 주식으로 투자처를 바꿨다. 작년 4월부터 주식을 시작해 월평균 20~30%의 수익을 내고 있다.”

30대 전문직 “코로나19 이후 주식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금융위기 같은 위기 상황 이후에는 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을 경험하지 않았느냐. 또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니 주식을 선호하게 됐다. 재테크의 100%가 주식이다.”

60대 주부 “코넥스 시장 투자로 수익을 내보니, 집에서 노느니 용돈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에 투자하고 있다. 월 150만원 정도 벌면 괜찮지 않으냐. 공부하는 느낌도 들어 재미있다.”


어느 종목에 투자하나.

20대 대학생 “LG화학 등 2차전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셀리버리 등 바이오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이 선두 자리에 있는 미래 산업 기업에 주목한다.”

30대 전문직 “지난해에는 해외 주식은 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을, 국내 주식은 셀트리온 등 비대면·바이오 종목에 투자했다.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제주항공·대한항공·보잉 등 반도체와 여행주에 투자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사람들이 보복심리로 여행을 많이 다닐 것이다.”

60대 주부 “반도체, 바이오 중심으로 15개 종목을 투자한다. 이 중 3~4개가 대형주다.”


주식투자 공부를 어떻게 하나.

20대 대학생 “학교 주식투자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종목을 선정해 리포트도 쓰고 상승 여력에 대해 토론도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이전에는 2주마다 동아리 친구 8~10명이 모였다. 물론 기사도 많이 읽고, 주변 사람과 투자 관련 대화를 많이 한다.”

30대 전문직 “기본적으로 경제 기사를 많이 읽는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만큼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산업을 골라 해당 산업의 1~2위 종목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재무제표도 본다.”

60대 주부 “인터넷을 보고 기사를 많이 본다. 전 거래일에 상한가,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살펴보고 차트도 분석한다. 낙폭 과대 종목을 좋아한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이 있는가.

20대 대학생 “투자 전에 목표 주가를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바로 판다. 적정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배수(PBR)를 산정하고 이를 해당 종목과 사업 구조가 비슷한 기업 혹은 동일 산업의 경쟁사와 비교해 예측한다.”

30대 전문직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종목은 절대 안 건드린다. 정치 테마주를 포함해 등락 폭이 큰 종목은 투자 안 한다. 투자 종목을 최대 6개만 가지고 간다. 그게 관리 가능한 최대 종목 수라 생각한다. 주식에 투자할 때 수익보다 주식 수를 본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 같은 유망 종목의 장기 비전을 보고 적금 넣는 생각으로 주식을 모은다. 평단가가 높아지더라도 사고팔고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60대 주부 “나만의 5% 룰을 만들었다. 종목을 사자마자 5% 상승에 매도 예약 주문을 걸어 놓는데, 종목이 생각보다 잘 오르면 곧바로 예약 주문을 취소하고 산 가격보다 10% 오른 가격에 매도 주문을 다시 건다. 또 무조건 많이 떨어진 종목을 현 가격보다 매우 싸게 주문한다.”


빚내서 투자하는 게 두렵지 않나.

30대 전문직 “그동안 손해보지 않는 투자를 잘 해왔다. 잘 아는 업계 1~2위 대장주에 투자하므로 믿음이 있어 안 두렵다. 2억원을 한 번에 빚냈어도 이를 한꺼번에 투자하지 않고 주가가 싸질 때 분할 매수한다. 투자 원칙을 잘 지키면 된다.”


코스피 지수가 더 오를까.

20대 대학생 “나도 알고 싶다.”

30대 전문직 “유동성이 너무 풍부한 상황이라 더 오를 것으로 본다. 돈이 갈 곳이 없다.”

60대 주부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었는데 더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3월에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이너스 된 종목들은 조만간 수익을 안 보더라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려 한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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