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진짜, 오늘 저녁에…”라고 말하며 한껏 들뜬 상태로 뒤돌아선 상사 뒤에 나타난 건 퇴근 준비를 마친 신입 직원. 신입 직원은 상사의 말은 듣지 않고 있었다는 듯이 퇴근 후 취미로 배우는 콘트라베이스를 메고 서 있다. 자신의 상사가 잠시나마 어떤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지 꿈에도 모르는 그는 큰 소리로 “감사히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외친다. 조금 전까지 회식할 생각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던 상사의 표정은 씁쓸함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상사는 못내 웃으며 “오케이, 들어가”라고 말한다.

2019년에 전파를 탄 롯데칠성음료의 커피 광고 중 ‘고진감래(苦盡甘來)’ 시리즈는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이하 밀레니얼)의 직장 생활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기성세대에게 ‘고진감래’란 ‘힘든 업무를 마쳤으니 즐거운 회식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당연함이다. 반면 밀레니얼에게는 ‘힘든 업무를 끝내고 퇴근 후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로 즐거움을 느끼겠다’라고 여기는 설렘이다. 광고 말미에 흘러나오는 “시대도 커피도 바뀌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살리는 빅사이즈 커피”라는 내레이션은 시대 변화를 한 줄로 요약해 보여준다.

만약 광고 속 상사가 “오케이, 들어가”라고 하지 않고 “어딜 감히”라고 했다면, 아마 주변에서 ‘꼰대’라는 소리를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회식을 상상할 때처럼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들어가”라고 하지 못한 것은 ‘내키지는 않지만,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보내줘야겠지’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꼰대’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밀레니얼이 사회에 진출한 이후부터다. 밀레니얼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를 꼰대라고 규정하며 자신과 다른 집단으로 선 긋는다. 반대로 기성세대는 밀레니얼을 ‘이해하기 힘든 애들’이라고 평한다. 기성세대에게 밀레니얼은 어쩌면 ‘우주에서 툭 떨어진 존재’다.


세계 노동 인구 35%, 밀레니얼 중요성 커져

밀레니얼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밀레니얼은 세계 인구의 25%(18억 명)다. 베이비붐 세대(15%)보다 많다. 특히 2020년 이후 밀레니얼은 전 세계 노동 인구의 35% 이상으로 노동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국내 밀레니얼은 2017년 기준 핵심 노동 인구의 48.2%였고, 2025년에는 83.2%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밀레니얼은 기성세대와 달라’라고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다른지, 왜 차이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이코노미조선’은 밀레니얼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밀레니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기성세대와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해 1964~80년생에 대한 설문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또한, 밀레니얼이 1981~96년에 걸쳐 있다는 것을 고려해 80년대생(1981~89년생)과 90년대생(1990~96년생)으로 나눠 살펴봤다.

설문 조사의 상당 부분은 조직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이 함께 일한다. 밀레니얼은 이미 조직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아직도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라고 토로하고, 밀레니얼과 일하며 부딪힌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기업은 나름대로 밀레니얼을 연구한다. 문제는 밀레니얼의 특성을 ‘개인주의’ ‘끈기 없음’ ‘희생을 모름’ ‘반항적’ 등으로 단순하게 보는 경향이 짙다는 데 있다. 물론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밀레니얼이 이와 같은 특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981년부터 1996년까지 16년 동안 출생한 이들의 특징을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만약 밀레니얼은 ‘입사하자마자 퇴사를 준비한다’라고만 여길 경우, 그들 중 일부가 최고의 안정성을 자랑하는 고시 공부에 뛰어든 현상을 설명할 길이 사라진다.


설문 결과, 고정관념 드러나

밀레니얼의 특성이라고 여겨졌던 상당 부분이 고정관념이었다는 사실을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 기성세대 직장인에게는 돈이 가장 중요하지만, 밀레니얼 직장인에게는 성장 가능성과 근무 시간 보장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이직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은 세대를 불문하고 ‘임금(기성세대 37.8%, 밀레니얼 38.3%)’을 ‘이직 욕구를 느끼는 이유’ 1위로 꼽았다. 성장 가능성과 관련 있는 ‘전망이 좋지 못해서’를 선택한 이들은 기성세대와 밀레니얼이 각각 19.3%, 19.5%로 비슷했다.

아무리 비싸도 내 마음에 들고 나에게 의미가 있으면 거리낌 없이 소비할 것이라는 생각도 틀린 것으로 나왔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을 묻자 ‘사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 일단 구매한다’라고 답한 밀레니얼은 2%에 그쳤다. 오히려 기성세대(4.9%) 비중이 더 높았다.

물론 밀레니얼의 특징으로 알려진 부분이 고스란히 확인된 것도 있다. ‘과시하기 위해 값비싼 물건을 구매한 적 있다’에 ‘그렇다’고 답한 밀레니얼(40.4%)이 기성세대(35%)보다 많았다.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몰입하기보다 현재의 일상과 여유에 더 집중한다’는 밀레니얼(59.7%)도 기성세대(55.9%)보다 높았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의견보다 나의 만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밀레니얼 62.5%, 기성세대 57.4%)’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삶의 방식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한다(밀레니얼 66.5%, 기성세대 62.4%)’ 등의 항목은 밀레니얼만의 개성을 보여줬다.

반대로 기성세대가 밀레니얼의 특징으로 알려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커피숍에서 윗사람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경우 어떻게 하나’를 묻자 전 세대가 ‘먹고 싶은 음료를 주문한다(기성세대 69.2%, 밀레니얼 58%)’를 1위로 꼽았다. ‘따라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라는 비중은 각각 26.4%(기성세대), 37.1%(밀레니얼)로 오히려 기성세대가 낮았다. 나의 개성보다 남의 시선이 먼저였고, 상사의 말이라면 복종하던 기성세대도 일상에서 조금씩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와 역사를 막론하고 세대 갈등은 항상 있었다. 1990년대 초·중반 X세대(1970년대생)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당시 기성세대는 일본 음악을 듣고, 비싼 외국 브랜드를 사는 X세대를 ‘오렌지족’ ‘야타족’으로 부르며 철없는 20대로 여겼다. 1997년도에 그룹 DJ DOC가 노래한 ‘DOC와 춤을’에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라는 가사가 나온다. 당시만 해도 DJ DOC는 X세대를 대표하는 ‘악동’이었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시대는 바뀌었고 일탈을 그리던 노래 속 가사는 일상이 됐다.

밀레니얼은 하늘에서 툭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기성세대가 이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건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밀레니얼의 행동과 표현이 낯설기 때문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기성세대나 지금 세대나 본질은 같다”며 “밀레니얼이 회식을 꺼린다고 하지만 옛날에도 선배들만 즐거운 회식은 싫어했다”고 말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기성세대는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버티고 참았던 것이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밀레니얼은 끈기가 없다’는 말로 부당한 조직 문화가 가진 문제를 덮어버리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코노미조선’은 밀레니얼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봤다. 분석에 오류가 생기면 대응 방법에 착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밀레니얼과 기성세대의 공통점을 확인했다. 밀레니얼 중에서도 8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의 차이점도 다뤘다. 이 기획이 밀레니얼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돼, 기업이 치르는 비용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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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1955~64년 출생 전쟁 후 출생자가 급증하는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남. 한국 경제 재건 시기의 주역. 이들 중 일부는 386세대.
X세대 1970~79년 출생 1990년대 초중반 등장한 세대로 ‘무엇으로 정의할 수 없다’라는 의미로 X세대로 불림. 해외 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임.
밀레니얼 세대 1981~96년 출생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소유보다 경험과 공유에 가치. 향후 10년간 소비와 생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세대.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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