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위아래로 말려 사라지는 롤업(roll-up) TV, 롤다운(roll-down) TV로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위아래로 말려 사라지는 롤업(roll-up) TV, 롤다운(roll-down) TV로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진 LG전자

축구장 33개 규모의 전시장에 펼쳐진 첨단기술의 대경연장 ‘CES 2020’이 1월 10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CE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다. 올해로 53회째를 맞이한 CES에는 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1만 명(추정)의 한국인이 참가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CES 2020의 트렌드를 일곱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 1│‘퍼스트 무버’ 코리아

미·중 무역전쟁 탓에 중국의 주요 IT 업체의 전시 규모가 줄었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행보가 돋보였다. LG전자 부스에서는 연일 관람객의 탄성을 들을 수 있었다. 200여 장의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물결처럼 굽이쳤다. 위아래로 말려 사라지는 롤 업(roll-up) 올레드TV, 롤 다운(roll-down) 올레드TV는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쇼를 연상시켰다.

삼성전자는 반려봇(로봇) 콘셉트의 ‘볼리(Ballie)’를 선보였다. 볼리는 야구공보다 조금 큰 데, 주인을 따라다니고 주인의 명령에 반응한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산하 연구소 스타랩스(STAR Labs)가 내놓은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도 화제였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비전으로 치고 나갔다. 현대차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모델인 ‘S-A1’은 ‘드론’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도심용 항공기다. 파일럿 1명, 승객 4명을 태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손잡고 에어택시(도심 항공 모빌리티(이동성))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키워드 2│다음 10년은 모빌리티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대신 스마트카 시장이 새 전장(戰場)으로 떠올랐다. IT 업체들이 대거 모빌리티 제품을 내놓았다. 영역 파괴의 1순위로는 일본 소니가 꼽힌다. 소니는 포르셰를 닮은 전기·자율주행차 콘셉트카 ‘비전-S’를 깜짝 공개했다. 이 자동차에는 소니의 센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자산 등이 집약돼 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은 “지난 10년의 트렌드가 모바일이었다면 다음 메가트렌드는 모빌리티”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칩 제조 회사 퀄컴은 이전 CES에서 가전 기업이 많은 센트럴 홀과 자동차 기업이 많은 노스홀 2곳에 부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올해는 노스홀에만 부스를 운영, 자동차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제품은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 ‘스냅드래곤 라이드’였다. 아마존도 자동차가 모인 노스홀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전기 트럭 ‘리비안’을 선보였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새로운 형태의 삼성봇 ‘볼리(Ballie)’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새로운 형태의 삼성봇 ‘볼리(Ballie)’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키워드 3│스마트 시티는 ‘넥스트 빅씽’

이번 전시회에서 새 도시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신기술을 적용하려면 도시 인프라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일본 도요타는 2021년 첨단 실험 도시 ‘우븐 시티(woven city)’를 직접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지산 아래에 약 70만8200㎡ 규모로 건설될 미래 도시에는 요리 로봇, 자율주행 셔틀, 홀로그램 애완견,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미래 신기술이 적용된다. 유엔에 따르면 2030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도심에 살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 4│폴더블 혁명

구부려지는 디스플레이 덕분에 ‘폼 팩터(form factor·제품 형태)’ 혁명이 일고 있다. 미국 PC 제조 업체 델은 폴더블(접히는) 노트북 ‘오리(Ori)’ 시제품을 선보였으며, 중국 TV 제조 업체 TCL은 좌우로 접는 폴더블폰 시제품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PC 제조사인 레노버는 13.3인치 폴더블 노트북인 ‘싱크패드 X1 폴드’를 전시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은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 7.8인치 디스플레이로 원통을 감싼 스마트 스피커 ‘미라지(Mirage)’를 공개했다.


키워드 5│마이크로LED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 중에서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내놓은 기업이 많았다. 마이크로LED는 통상적으로 칩 크기가 5~10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초소형 LED를 말한다. 플렉서블 디자인이 가능하다. 해상도·밝기·크기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서울반도체는 4K 기준 42~220인치를 1개 픽셀로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LED 양산 체제를 마쳤다고 밝혔다. OLED를 주력 제품으로 미는 LG전자도 올해 전시관에 처음으로 8K(초고화질) 80인치 미니LED TV 제품을 전시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마이크로LED 제품을 꾸준히 전시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를 적용한 ‘더 월’을 선보였고 소니는 마이크로LED를 이용해 부스 한쪽을 영화관처럼 꾸몄다.


소니가 공개한 전기·자율주행차 콘셉트카 ‘비전-S’. 이 자동차에는 소니의 센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자산 등이 집약돼 있다. 사진 류현정 기자
소니가 공개한 전기·자율주행차 콘셉트카 ‘비전-S’. 이 자동차에는 소니의 센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자산 등이 집약돼 있다. 사진 류현정 기자

키워드 6│새 산업 지표, 친환경

다임러 그룹 및 메르세데스-벤츠의 새 수장 올레 칼레니우스 회장의 기조연설은 산업의 지표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자원을 보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2030년까지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물, 전기를 각각 30%, 40% 이상 줄이고, 발생하는 폐기물을 40% 이상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영화 ‘아바타’의 세계관에서 영감받은 ‘비전 AVTR’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비전 AVTR는 ‘사람-자연-기술’이 조화로운 ‘하나’가 되는 생명체 같은 자동차다. 사람과 기계와 연결을 위해 나무 막대기, 플라스틱 손잡이, 스티어링 휠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채택한다. 완전히 재활용되는 배터리를 탑재한다.


키워드 7│고령화 시장 ‘폭발’

CES 2020에 참가하는 헬스케어 부문 참가 업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전시 면적도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애보트, 존슨앤드존슨, 필립스, 오므론 헬스케어, 휴매나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총출동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수요가 앞으로 더욱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서의 행보를 내디딘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새 모빌리티에 대한 그림이 완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고 총평했다.

라스베이거스=류현정 조선비즈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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